제3지대 5개 정파 '기호 3번' 아래 헤쳐 모여?
현역의원 수로 갈리는 선거보조금, 20명은 80억·2명은 5천만 원

(왼쪽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제3신당의 수는 곧 갑진년이 선거의 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거대양당이 양분하던 여의도는 어느새 7개 세력의 군웅할거가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각각의 세력이 '기호 3번'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뭉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결국은 서로 간의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선거의 해' 신당 추진 세력만 7곳 
무수한 제3지대 속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신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추진하는 새로운미래(가칭)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를 지적하며 24년 만에 민주당을 탈당했다. 탈당 직후 이 전 총리는 곧바로 신당 창당을 추진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새로운미래의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내달초 창당을 목표로 속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이 전 총리의 신당에 합류한 인사는 NY계(친이낙연계)·동교동계 출신이 주를 이룬다. 새로운미래는 6선을 지낸 동교동계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합류한 가운데 NY계 신경민·최운열 전 의원과 민주당의 후보자 적격 심사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장덕천 전 부천시장·이근규 전 제천시장도 함께 한다. 지난 17일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 중이던 NY계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 합류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7일 극한 투쟁을 펼치는 '검투사 정치'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자고 선언한 뒤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개혁신당은 이미 5만 명이 넘는 당원을 확보했고 서울·경기·인천·대구·경북 등 5개 시도당 창당을 완료한 상태다. 나아가 개혁신당은 매주 릴레이 정강정책 발표를 이어가는 중이다. 개혁신당이 제시한 정강정책은 ▲공영방송 사장 임명동의제 ▲지역 책임교육학교 도입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대통령 배우자법 제정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제도 폐지 등이다. 

현재 개혁신당은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에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제외한 천하람·허은아·이기인 개혁신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주축으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2일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했고.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역임한 남윤중 변호사도 지난 17일 국민의힘 탈당 뒤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지난 15일에는 노웅래·안철수·장제원 의원실에서 근무한 베테랑 보좌진들도 합류를 결정했다. 

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출신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무소속 의원의 미래대연합(가칭)도 창당 속도전을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이재명 체제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없다고 선언한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초 원칙과 상식에서 함께 활동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미래대연합 3인방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할 예정이었으나, 윤 의원은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미래대연합은 지난 14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현재 미래대연합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합류한 상황이다. 나아가 조 의원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의원들 보면 사심 그윽한 눈빛으로 '저 두만강가에서 매일 저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플래시 깜빡거려라, 건너갈게' 그러고 있다"며 민주당 현역의원의 추가적인 합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금태섭·양향자 신당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제3지대를 이끌어 온 세력이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의 신당 한국의희망은 지난해 6월 2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진행하고 8월 28일 창당대회를 열었다. 현재 한국의희망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국민의당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당의 상임대표로 합류한 상황이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의 신당 새로운선택은 지난해 9월 1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진행하고 12월 17일 창당대회를 열었다. 현재 새로운선택은 정의당 내 의견그룹인 '세 번째 권력' 소속의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과 류호정 의원이 정의당을 탈당해 합류한 상황이다. 

범야권의 신당 추진 세력도 존재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 등이 연합한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는 지난 16일 민주당·정의당·진보당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합류한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용 의원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은 녹색당과 독자적인 선거연합정당을 추진 중이다.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민주당과 선거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 수위는 정책연합 혹은 후보단일화 수준이며 비례대표를 공유하는 비례연합 단계는 불가능하다는 상황이다.

제3지대 '단일대오' 가능할까? 

(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김종민 공동추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조응천 공동추진위원장, 탈당 후 창당을 추진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원욱 공동추진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정태근 공동추진위원장 [뉴시스]

현재 제3지대의 최대 화두는 5개 정파의 빅텐트 구성이다. 구체적으로는 여·야의 전직 당대표 출신인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화학적 결합에 성공할 수 있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론을 두고 '낙준연대'라는 명칭과 함께 부정적인 의미로 '낙석연대'로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리쌍 브라더스’로 지칭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낙준연대가 성사되기 이전에 각 세력 간의 1차 통합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새로운미래·미래대연합·새로운선택이 통합하고, 이 전 대표의 개혁신당과 양 의원의 한국의희망 간 1차 통합이 이뤄지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다른 세력과의 사이에 ‘한강’ 정도의 차이가 놓여 있다고 한다면 한국의희망과의 사이에는 '청계천' 정도가 놓여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금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제3지대 신당의 형식은 단일정당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조 공동대표는 "각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강령을 마련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세력 간 입장을 조율해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통합정당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조 의원도 지난 1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께 그래도 설 전에는 선물을 좀 드려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설 연휴 전 통합은)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공천 스케줄 때문에 급한 것은 알겠지만, ‘이낙연 신당’이 아무리 빨라도 이달 말 전에 창당하긴 힘들 것"이라며 "그러면 창당하자마자 합당하는 것인데 입당한 사람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제3지대 합당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3지대는 현역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혁신당에 합류한 현역의원은 없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의 공천과정에서 이탈한 현역의원들을 '이삭줍기'해 신당 논의의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제3지대 빅텐트의 단일정당이 구성될 경우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을 두고 각 정파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제3지대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합당 절차를 끝내야 한다. 정치자금법 27조에 따르면 각 정당은 분기마다 현역의원의 수에 따라 경상보조금을 배분받는다. 원내 교섭단체(현역의원 20명)를 구성한 정당의 경우 총액의 50%를 받고 5석 이상의 정당은 총액의 5%를 받는다. 단 5석 미만의 정당도 최근 선거의 득표율 등에 따라 총액의 2%를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18일 기준 현역의원 4명이 참여한 5개 정파가 수억 원대의 1분기 경상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2월 15일(보조금 지급일) 전까지 단일정당 수립은 물론 1명의 현역의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탈당 직전 잔류를 선택한 윤 의원의 부재가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제3지대는 경상보조금의 데드라인을 놓치더라도 정당 기호와 선거보조금이 확정되는 3월 22일(후보자 등록 마감일) 전까지는 반드시 현역의원 5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제3지대의 총선 경쟁력을 감안하면 정당 기호 3번은 필수적이다. 기호 3번은 투표용지의 앞순위인 만큼 유권자들이 인식하기 용이할 뿐만 아니라, 1번과 2번의 대안 세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정당 기호는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라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 각 정당의 현역의원의 수로 결정된다. 현재 정의당의 현역의원이 6명인 만큼, 제3지대가 기호 3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7명의 현역의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역의원 5명의 확보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선거보조금의 수령이다. 선거보조금은 경상보조금과 동일하게 의석수에 따라 분배된다. 아울러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 25조에 따라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이후 2일 이내에 지급된다. 따라서 제3지대가 선거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3월 22일 전까지는 반드시 현역의원 5명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12개 원내 정당이 지급받은 선거보조금의 총액은 440억7000만원이다. 당시 현역의원 20명이 참여한 민생당은 79억7900만 원을 수령했고, 현역의원 6명이 참여한 정의당은 27억83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현역의원 2명이 참여한 우리공화당은 5천만 원을 수령했다. 현실적인 이유를 감안할 경우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의 연합 여부는 각 정당의 현역의원 '이삭줍기'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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