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실 사퇴요구 거부...영남권 친윤 중진들 韓 사퇴론 힘 실어
"총선 전 적전분열은 민주당에게만 좋은 일" 한동훈 비대위 옹호론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비대위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는 그간 수직적 당정관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과 거리를 둬 왔다. 4.10 총선 전 민심과 접점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 등 난제를 놓고 당정의 대응 기류가 갈린 데다, 한 위원장에 대한 당 주류인 영남권 중진 등 친윤 인사들의 비토가 노골화하면서 내부 갈등이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비대위 사퇴요구 거절을 공식화한 데 대해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과거 검사 시절 호형호제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정 갈등이 분출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두터운 감정 장벽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 불과 한 달여 만에 용산 대통령실과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여권 내에선 4월 총선 전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본지에 "비대위가 출범한지 얼마나 됐다고 사퇴요구라니 말이 되나"라며 "기왕 한동훈 비대위에 총선 전권을 일임했으면 끝까지 상호 신뢰를 가져가야하지 않겠나. 지금 비대위가 해산하면 그야말로 민주당만 좋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중대 국면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이 비대위원장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공천 방향성과 선거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 이같은 사태가 벌어져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당정 갈등의 여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을 강조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도 감지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양측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구 정당을 강조한 한동훈 비대위의 '탈(脫)영남' 기조도 내홍 진화를 가로막는 잠정 요소로 지목된다. 현재 '공천 물갈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영남권 친윤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의힘) 당무 개입을 최소화하며 한동훈 비대위에 신임을 보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가 겹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와 영남권 물갈이 기조를 고수할 경우 결국 한동훈 비대위가 해산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한 위원장이 김경률 비대위원의 마포을 전략공천에 힘을 실은 것도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에 대해 "약간 절차적으로 오버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공관위 업무까지 이렇게 되는 것으로 오해하면 사천(私薦)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짚었다.

당정 갈등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도 갈린다. 태영호 의원은 "민주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한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쳐낸다면 가장 기쁜 건 민주당"이라고 한 위원장을 옹호한 반면, 영남 5선 김영선 의원은 "한 위원장은 개인 이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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