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5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는 원전 10기의 신규 건설이 포함되었다는 뉴스토마토기사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금년 117일 국민일보에는 제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 4기의 추가건설이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단독으로 보도되었다.

이와는 달리 산업부는 국민일보의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산업부가 원전 건설 관련 정보를 슬며시 흘려 국민들의 반응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 그야말로 산업부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내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산업부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주기로 수립하는 국가행정계획이다. 국가에너지정책의 이정표인 제10차 전기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한동안 우왕좌왕하다 신규 원전의 추가건설이 누락된 채 20231월 공고되었다.

당시 원전지지자들은 탈원전백지화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제10차 전기본에 원전의 신규건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그렇다면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른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탈원전을 내세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지지자들은 신재생 에너지의 점유율이 과거보다 대폭 줄어든 사실에 대하여 불만을 표출하였다. 그러나 실제는 2030년을 기준으로 보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늘어났다.

201712월 문재인 정부가 공표한 제8차 전기본은 당시 상위 정부행정계획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어긋나는 위법적 행정계획이었다. 전기본과 같은 행정계획을 수립할 때 상위 계획과 정합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행정의 효율성, 법률적 안전성, 정부 부처간 협력, 정책 목표 달성 등 행정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에너지정책의 기초사실마저 몰각하였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제8차 전기본이 탈원전 정책의 법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필자가 주도하여 제소한 8차 전기본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8차 전기본은 처분성 없는 단순 행정계획으로 법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비상식적 탈원전정책이 강행됨으로써 현재 한전 누적 적자는 현재 4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아픈 과거를 기억하는 산업부 입장에서 제10차 전기본에 문재인 정부 때 공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탈원전 방향을 거스르고 원전진흥을 추진했다면 이 또한 상위 규정에 대한 정합성 문제가 지적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무분별한 신재생의 확대를 제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한전 적자는 더욱 커져만 가야 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제11차 전기본이 조기 착수된 것은 에너지 위기가 다시 올 경우를 사전에 대비하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극복하기 위하여 전력공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의 폐기에 따른 신규원전 건설 및 원전 생태계 복원과 같은 변화된 전력산업 환경을 적시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1차 국가기본계획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원전의 10기 추가건설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원전의 건설계획부터 준공까지 이제는 15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신규원전의 건설에 착수하여야 비로소 2050년 경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번영이 지속가능하게 된다.

한편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호기는 2024, 4호기는 2025년 각각 완공될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3호기는 2032,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띄엄띄엄 신규원전을 건설해서는 원전 생태계도 살려내지 못하고, 2050년 탄소중립도 실현 불가능하다.

원전생태계 복원과 탄소중립 실현 그리고 지역 숙원사업 해결이라는 3 마리 토끼를 잡는 유력한 방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새울 5·6호기의 신규 건설이다. 새울 5·6호기는 새울 3·4호기 옆의 인재개발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거기에 새울 5·6호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사진: 지난해 필자가 작성한 새울56호기 신규원전 특징 및 일정]
[사진: 지난해 필자가 작성한 새울56호기 신규원전 특징 및 일정]

새울 5·6호기가 유력한 대안인 점은 원전부지가 사업자인 한수원의 소유 부지이기 때문에 부지확보에 소요되는 4~5년의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한편 건설과정이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착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 7,600여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4,042명이 서명한 원전 유치 희망 서명서를 울주군에 전달했다.

조만간 발표될 제11차 전기본은 산업부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조직인지 화석연료 회사를 대변하는 탈원전 단체인지 구별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이제 산업부는 과거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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