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717일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다. 20세기 초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활극 영화의 만주판으로 정우성이 좋은 놈, 이병헌이 나쁜 놈, 송강호가 이상한 놈의 역할을 연기했다. 내게는 송강호가 이상한 놈인 것은 확실히 알겠지만, 좋은 놈과 나쁜 놈의 경계가 명확하지 못한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그리고 이상한 놈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그리고 이상한 사람이 각각 존재하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들로 주변이 넘쳐나는 사람은 행운아일 테고, 나쁜 사람들이 주변에 득실거리면 그 사람은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이상한 사람들로 주변을 포위 당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뭔가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 정치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도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그리고 이상한 대통령이 있었다.

이들 대통령을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에 속할 것이다. 평생을 독재와 싸워오면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의심하지 않았던 이들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쁜 대통령은 2007년 연초 갑작스런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한 적이 있지만, 근거가 명확한 얘기는 아니었고, 역시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총칼을 앞세운 군인의 힘을 빌어 집권한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와 박정희의 죽음을 쿠데타의 명분으로 삼아 집권한 전두환이 나쁜 대통령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재임 중에 헌법을 유린하는 국정농단을 일으킨 장본인인 박근혜 자신도 나쁜 대통령이다.

그리고 이상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두 사람의 특징은 평생을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이룩한 뒤,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직을 쟁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일상적으로 했던 실정의 바탕 위에 정동영이라는 가장 약했던 여당 후보를 만나 한국 헌정사상 가장 큰 득표율 차이로 이긴 행운이 있기는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펼치는 정책마다 기득권을 위하고, 잘사는 사람을 더 잘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던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인 후광을 등에 업고, 이재명이라는 국민 미운털여당 후보를 만나 한국 헌정사상 가장 작은 득표율 차이로 이긴 행운이 있기는 했다.

, 이 두 사람은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현역 대통령의 실정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대통령에 대한 꿈도 허락하지 않았을 삶을 살았던 사람이고, 각각 정동영과 이재명이라는 승리 맞춤형 여당 후보를 만나는 행운도 누린 것이다. 이상한 대통령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기꺼이 권력을 행사하여 결국 쇠고랑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도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자신의 가족과 동료 기득권을 위한 공정과 상식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였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상한 대통령은 여기서 끝나야 하는데, 여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스스로 이상한 사람임을 자처(지난 호 참조)하고 있고, 그의 맞수는 이재명 대표이며, 정동영의 그림자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상한 대통령보다는 나쁜 대통령이 낫다. 나쁜 놈인지는 누구나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그 싹을 잘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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