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 해고 후 복직 시 일시적인 대기 발령의 정당성 판단 기준

대법원 외부 전경 [뉴시스]
대법원 외부 전경 [뉴시스]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부당해고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사업장 소재지 관할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노동위원회가 근로자가 신청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리게 된다. 

한편 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을 내렸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으로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이를 원직복직으로 볼 수 있는지, 또 대기발령이 가능하다면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최근 대법원(2024년1월4일 선고 2021다169 사건)은 이와 관련된 중요한 판결을 했는데, 이번 호에는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여부 
-“성실한 협의 절차도 거쳤다고 인정해 정당한 대기 발령이었다”

원고(근로자)는 지난 2002년 3월 13일에 피고(사용자)의 사내협력업체인 A기업과 근로계약 체결하고, 울산공장에서 자동차조립업무 수행하던 중 2005년2월2일에 부당해고를 당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해 ①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 ② 해고 이후 기간 (2005년2월2일~2016년12월19일)에 대한 임금, ③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 제36조(‘이 사건 가산금 조항’)에 따른 징계가산금(평균임금의 2배)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원고가 일부 승소했고, 원심(2심)에서도 원고가 일부 승소했으며, 이 사건 해고는 무효라고 인정하면서도 가산금 청구는 배척됐고, 특히 임금 청구와 관련해서 피고는 배치대기발령 이후(2013년1월9일부터) 원고가 결근한 기간의 임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이 사건 배치대기발령은 적법한 원직복직 의무의 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한 근로 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판단을 했다. 

이 사건에서 주요 쟁점은 가산금 지급 여부 등을 포함해 2가지였으나, 여기서는 근로자에 대한 배치 대기 발령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부분만을 살펴봤다. 대법원은 원고(근로자)에 대한 배치대기 인사발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로 다음 2가지의 법리를 제시했다.

-대기발령의 정당성 인정한 대법원 판결

첫째,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원직에 복귀시켜야 할 것이나,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가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그 대기발령이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명령으로서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그 대기발령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배치대기발령이 정당하다고 인정했고, 원고가 이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고, 따라서 출근에 불응해 결근한 기간에 대해 임금 지급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고, 이와 달리 배치대기발령이 원직복직의무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치대기발령 이후에도 원고가 근로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2013. 1. 9.부터 2014. 3.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피고의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을 일부 파기·환송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고용간주된 근로자인 원고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직무교육 등을 통해 피고의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원고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 측과의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쳤다고 인정해 정당한 대기발령이었다고 판단했다. 

-왜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가?

종전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종전과 다소 다른 일을 시키더라도 정당한 복직으로 볼 수 있다는 판시한 적은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정당성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서는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직복귀가 원칙임을 명시하면서도,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합당한 일을 시키더라도 정당한 복직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했고, 이를 기초로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의 그 정당성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그 판단기준에 따를 때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舊 파견법에 따라 회사가 고용간주된 근로자로서 사내협력업체로부터 해고됐고, 그에 따라 회사도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다가 이후 고용간주 효과를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자 회사가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한 것이라는 공통점(특징)이 있었다. 또한, 해고의 경위, 복직과 대기발령이 이루어진 경위 및 목적, 해고 전 근로자들이 담당하던 업무의 소멸 여부나 변경의 정도, 해고 이후 경과한 기간, 업무 배치를 위한 협의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원고(근로자)에 대한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원직복직을 위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생활상 불이익도 크지 않으며 원고(근로자)와의 협의절차도 거친 점 등을 종합해 배치대기 발령의 정당성이 인정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대기발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대기발령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아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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