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의 중동', 현지 점유율 상위 랭크 국내기업들도 '예의주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형제의 나라’ 이란과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습을 주고받았다.
미국과 카타르 등이 중동 전면전을 억제하기 위해 중재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동 내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역할론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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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파키스탄의 대립 여파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 진출 주요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동지역 1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발효된 한·이스라엘 FTA 효과가 무색하게 양국의 무역거래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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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삼성전자가 미래 신기술 확보 교두보로 삼고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삼성 법인 등을 방문했다.

삼성은 현지에 이스라엘 R&D센터 및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설립,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이스라엘을 찾아 현지 양자컴퓨터·AI 스타트업과 회동했다.

LG전자는 전장사업 고도화를 위해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하는 등 현지 스타트업 등 기업들과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이스라엘 시장점유율은 1위(약 30%)로, 2위 도요타(약 14%)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이스라엘에 중동지역 첫 수소전기트럭 수출을 기록하는 등 미래차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이었다.

- 바닷길 막힐 위기에 수출기업도 발 동동

더욱이 현대차는 앞서 러-우 전쟁으로 가동을 멈 춘 러시아  공장을 14만 원(1만 루블)에 넘기고 철수해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테슬라는 최근 성명을 통해 “홍해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 운송 경로 변화가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상당히 긴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물류 통로로, 후티 반군의 공격 문제로 올해 첫 주 선박 운행량은 지난해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3%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11일 기준 전장 대비 1.91% 상승했던 2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2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 중 한때 전장 대비 3% 오른 100만 BTU당 3.193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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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동 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해 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경제 불안 요인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의 이자 부담도 증대시킬 것"이라며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결국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는 국민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경기회복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태 장기화 여부 따라 국내 기업 사업 차질 '불가피'

한편 지난 18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날 오전 이란 시스탄오발루체스탄 지역의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대상으로 고도로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적화한 정밀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며 “많은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CNN방송은 파키스탄 보안 당국자를 인용해 파키스탄이 이란 내 7곳을 표적으로 공습했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자국 남서부 인근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벌어져 여성 3명과 어린이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이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부 장관은 “형제국과 파키스탄 국민 중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의 표적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땅에 있던 반(反)이란 테러리스트를 공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자릴 압바스 젤라니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이시 알아들은 우리 두 국가의 공동 안보에 반하는 테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이란에 보복을 천명했고 이날 실제로 공습이 이뤄졌다. 이란의 공습 과정에서 파키스탄 어린이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데다 양국 간 통신 채널을 두고도 사전 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과 이스라엘 간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첨단 연구 분야 협력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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