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략공천, 비례대표 등 가능성 제기...'박근혜 탄핵 프레임'은 여전히 족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비윤(비윤석열)계가 속속 탈당하며 제3지대 신당으로 합류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비윤계 양대 정점을 이뤘던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잔류를 택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의 향후 거취를 놓고 여권에선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유 전 의원에 대한 수도권 총선 역할론과 함께 대열 합류 불가론이 교차한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국민의힘 잔류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은 총선 불출마가 아닌 국민의힘의 의중에 따르겠다는 말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전 의원의 수도권 전략공천을 결정하거나 비례대표로 발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서다.

과거 유 전 의원과 함께 개혁보수 노선을 공유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민의힘이 유 전 의원을 포용해 수도권의 원하는 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좋은 정치"라고 '유승민 역할론'에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현재 당내 일각에선 중도 민심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되는 유 전 의원을 수도권 총선 카드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대선주자급 인지도와 합리적 이미지를 갖춘 그를 수도권 전선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유 전 의원에 대한 감정적 장벽을 허물 때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강'을 현 시점에 언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이러한 감정은 접어두고, 유 전 의원을 일단 당정의 총선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카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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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 전 의원이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수도권 바람몰이에 나서 판세 역전에 기여하게 될 경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얽히고설킨 '원죄론' 등 배신자 프레임을 덜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승민 전 대표가 당 잔류를 선택한 배경은 매우 복잡할 것"이라며 "이미 제3 신당을 경험해 봤고, 지금 정통보수당 플랫폼을 떠나 이준석 신당으로 합류한다면 정치인으로서 배신자 프레임은 주홍글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 게 아니겠나"라고 봤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한 가운데 수도권 총선에서 역할을 하게 되면 이러한 고질적 프레임을 털어낼 수 있다고도 판단했을 수 있다. 아마도 당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배신자 프레임은 물론 그간 당정을 향해 꾸준히 쓴소리를 냈던 유 전 의원의 궤적을 감안하면 현 여당의 총선 카드로 발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그간 당과 정부를 향해 찬물만 끼얹지 않았나. 당과 합심할 수 있는 인사인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하면 공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찌됐든 유 전 의원에 대한 거취 결정은 한동훈 지도부와 공관위가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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