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일 광주서 준연동제 사수·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선언
준연동제 사수 띄우며 '백의종군' 선언한 이탄희 거취에 '촉각'
천호선 "이재명 나서서 이탄희 불출마 철회 제안해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장고 끝에 선거제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광주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통합형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시선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에게로 향한다. 앞서 이 의원은 의원직을 걸고 준연동형 비례제 사수에 앞장선 바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이 의원이 주도한 선거제 논의를 대다수 수용한 만큼 이 의원의 거취도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소중한 한걸음'"이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경우 양당 체제를 강화하는 '선거제 퇴행'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전당원투표를 통해 선거제도를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했으나, 끝내 이 대표가 직접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총선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 대표가 띄운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당내 79명의 현역의원과 범야권의 신당추진세력이 주장한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비례연합정당은 지역구 선거의 경우 민주당을 중심으로 여·야 1:1 구도를 만들고, 비례대표의 경우 범야권의 통합정당을 구성해 군소 정당 후보를 선순위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직 걸고 野 선거제 논의 주도한 이탄희 거취는?
이렇다 보니 이 의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제 사수와 위성정당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 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것이란 움직임이 감지되자 민주당 의원 79명과 함께 범야권의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제 사수·범야권 비례연합정당 추진 발표는 그간 이 의원이 주장한 선거제 개편 방향과 동일하다. 이에 이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철회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위성정당방지법 논의가 표류하는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이 전혀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해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의원의 위성정당방지법 당론 채택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앞서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송파갑에 이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의원 의원실 관계자도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의사는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원의 불출마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추진하는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의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은 5일 자신의 SNS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앞장서서 차기 출마를 포기하면서까지 헌신한 이 의원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출마포기를 철회했으면 한다. 이 대표가 그렇게 제안하면 어떨까"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5일 이 대표의 선거제 관련 입장 발표를 두고 "초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이 선거에서 자기를 방탄해야 하는 대단히 큰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며 "이게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다수당이 이 대표의 뜻에 따른다고 밝힌 것도 정말 코미디 같다"며 "(현행) 연동형 제도는 정의당 등 소수당과 야합해서 만든 제도였다. 산식도 복잡하고 왜 그게 그런 식으로 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