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은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고대부터 숙명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지금 한반도는 신중화주의를 꿈꾸는 중국과 미국을 등에 업고 동북아의 골목대장을 노리는 일본이 충돌하는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이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를 앞세워 <조선사>를 편찬한 목적은 자국에 없는 우리 고조선과 발해의 유구한 역사를 노골적으로 없애 버리려 한 데 있다. 그 결과 심지어 우리 역사학자들까지도 고조선의 2천 년을 신화로 알고 나머지 2천여 년만 역사인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고조선은 실재의 역사이다. 비파형청동검의 분포가 고조선의 실존을 입증하는 증표이다. 또한 2400년 전 남한에서 족장(또는 샤먼)이 사용한 잔줄무늬의 청동거울(정문경, 다뉴세문경)은 21세기 한국의 주력 산업인 K반도체와 그 정밀함에 공통점이 있다.

고려의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는 “옛날 환국에 서자 환웅이 있어(昔有桓國庶子桓雄·석유환국서자환웅)”로 시작한다. 즉, 옛날 환국에 높은 서자 벼슬을 하는 환웅이 있었고, 배달국의 마지막 거불단 환웅의 아들 대에 단군이 나와 조선을 개국했다는 내용을 전한 것이다. 단군조선 이전에 이미 환국·배달국이 있었다. 단군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제사장과 통치자의 뜻을 내포하는 ‘자리 호칭’이다.

단군조선은 시조인 단군왕검(檀君王儉)에서 마지막 고열가(高列加) 단군에 이르기까지 47대(BC 2333~BC 108) 2,225년간 존속한 동방의 군자국이다. 처음에는 요하를 중심으로 흑룡강까지, 차츰 한반도 대동강 유역의 왕검성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단군조선의 적통이 북부여로 이어졌고, 북부여 단군의 후손들이 모두 신라·고구려·백제의 시조가 됨으로써 단군의 맥은 면면히 이어졌다.

단군왕검은 한민족의 시조이고 실존 인물이다. 중국의 요(堯)임금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 고려말 행촌 이암은 <단군세기>에서 <고기(古記)>를 인용해 “왕검의 아버지는 단웅(檀雄, 환웅, 신웅)이요, 어머니는 웅씨왕(熊氏王)의 따님이다. 기원전 2370년 음력 5월 2일 인시(寅時)에 태어나시니, 신인(神人)의 덕이 있어 원근 사람들이 모두 경외하여 따랐다.”라고 했다.

단군신화는 일연의 <삼국유사>와 이승휴의 <제왕운기>에 적혀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천부인(天符印)과 바람, 구름, 비를 다스리는 신하와 삼천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 고조선 건국 이전의 도읍지)’를 세웠다.

환웅이 세상을 다스리던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원하자,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곰은 21일 만에 여자로 변하여 이름을 웅녀(熊女)라 하였다. 웅녀는 환웅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고, 그가 바로 단군왕검이다. 단군왕검은 자라서 아사달(阿斯達)로 도읍을 옮겨 나라 이름을 ‘고조선(古朝鮮)’이라 하였다.

단군신화는 ‘환웅 천손족’과 원주민 ‘곰 토템족’이 서로 융화하여 통혼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단군조선은 우리 문명의 시작이며 역사의 시원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 사상은 대한민국 건국의 바탕이 되었다. 단군은 우리의 과거이고 긍지이며 미래다. 달력에 석가나 예수 탄신일은 있어도 단군왕검 탄강일(誕降日)은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국혼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표기해야 한다.

단군과 고조선의 역사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역사왜곡에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降臨太伯治神都(강림태백치신도) 천상의 (환웅이) 태백산에 강림하여 신시를 다스렸고

熊女天人合一俱(웅녀천인합일구) 사람이 되길 원한 웅녀와 하늘 천신이 하나 되었네

三符印章三宰相(삼부인장삼재상) 세 가지 천부인을 가지고 세 명의 재상과 함께

數千將卒數朋徒(수천장졸수붕도) 수천명의 장졸과 여러 패를 이룬 무리를 거느렸네

聖君敎示開民族(성군교시개민족) 단군은 백성에 교시하여 한민족의 시원을 열었고

弘益精神始國途(홍익정신시국도) 홍익인간의 이념은 (후세) 국가의 시작이 되었네

鄰近橫行空白策(인근횡행공백책) 중국과 일본의 역사침탈은 빈손으로 끝날 것이며

洋洋我史繼康衢(양양아사계강구) 양양한 우리 역사 태평세월을 이어오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