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진정성, 사회적 사명감, 감동과 변화의 메커니즘에 관심 두고 활동”

주세페 김
주세페 김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주세페 김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재다능한 ‘공연기획자’ 주세페 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 취업했으나 지금은 음악이 좋아 멀티플레이어 예술감독과 기획감독의 길을 가고 있는 엔터테이너다. 2014년부터 성악, 지휘, 작곡 등 다양한 공연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학 소재의 음악공연 기획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뮤지컬 페치카 창작을 위해 기획과 제작까지 시도하고 있다.

주세페 김
주세페 김

- 공연기획자로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이태리 유학 중에 로마 근교 TIVOLI시에 살면서 축제 기간에 성악 공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유학생 신분으로 시청의 문화실무자에게 공연제의를 한 것이 그럴듯한 공연기획의 첫 경험이었다고 기억되는데요. 지금도 그렇듯이 예술인들의 형편이나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실연자로서 직접 기획 실무를 감당해야 했었던 수많은 경험이 축적돼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공연기획자로서 랑코리아 예술감독을 맡고 계시는데,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므로 미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문화가 그렇듯이 반복적인 습득에 의해 형성되는 기술적인 측면도 강해요. 그러나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보면 예술은 기예적 측면이나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감동적 측면이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예술의 진정성과 사회적 사명감 그리고 감동과 변화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세페 김 (앞 왼쪽 두번째)
주세페 김 (앞 왼쪽 두번째)

- 뮤지컬 등 공연을 기획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또한, 훌륭한 공연기획자라는 평을 들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공연기획자들에게는 3가지 대상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봐요.

무대에서 공연하는 예술인들,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스탭들까지 3가지 측면을 항상 드론처럼 입체적으로 내려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요. 때로는 공연장을 대관해준 극장 측 관계자들 입장까지 이해하는 자세가 공연기획을 수월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요. 마지막으로 작품의 비전을 높이는 미시적, 거시적 차원의 다각적 홍보마케팅에 대한 끊임없는 구상과 고민을 머릿속에 달고 다니는 집요한 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대학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하셔서 문학·역사·철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관한 지식이 공연기획 시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공연기획은 문사철의 인문학이 녹아있는 예술작품이 관객들과 적절하게 만나는 장을 제공하는 분야예요. 대중들에게 그 시대에 유행하는 아름다움이나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어떤 때는 창의적 작품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혁명적 시대정신과 사명감을 제시해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에 저는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분별력을 가진 지성을 추구하며, 나아가 지성에 머무르지 않고 절대적 영성으로까지 인도할 수 있는 최상의 공연기획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주세페 김
주세페 김

- 창작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해 화제를 몰고 오셨는데요. 페치카란 뮤지컬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또한, 어떻게 감상해야 내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뮤지컬 페치카는 하얼빈 의거에서 3.1만세운동까지의 100년 전 최재형과 안중근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권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독립운동이라는 거창한 틀보다는 나라를 잃은 한 디아스포라 가출 소년의 자수성가와 노블레스 오블리제 그리고 가족과 동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한 아버지의 휴머니즘이에요. 요즘 사람들에게 100년 전 성공한 기업인의 돈 버는 법과 돈 쓰는 법을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나라를 빼앗긴 애환과 가난에 안주하기보다는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함께 타오르고 어떻게 스러져 갔는지를 공감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 팝페라 가수이자 성악가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신데, 공연하시는 것이 아닌 공연을 기획할 때는 어떤 마음과 신념으로 관객들 앞에 서시나요.

▲저는 무대에서 공연할 때는 좋아하는 노래를 하니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공연기획자로서 총괄감독하는 경우에는 공연이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도록 시간과 싸워야 하고, 무대 안팎, 관람석, 로비까지 안전점검과 기술점검까지 해야 하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긴장과 고도의 정교함을 즐기는 편이어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도 장비 철수까지 마무리되어야 모든 것이 종료되기에 피곤함도 있지만,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보면서 공연기획이 이렇게 멋진 것이로구나 확신하며 관객을 감동시킬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주세페 김
주세페 김

- 공연을 기획할 때 특별한 고충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대로 공연기획자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점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공연기획자의 고충이나 갈등은 경제적인 수지타산의 측면이 늘 크게 작용하지요. 공연기획자는 경영자이기도 하기에 기획에 참여하는 이들을 조직화시켜 어떻게 경제적인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내가 사업가가 된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공연예술의 장르가 참으로 많기 때문에 공연기획의 소재는 무궁무진한 사업적 비전을 내포하고 있어 공연기획자는 아주 미래지향적인 직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공연기획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 청사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동안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인문적 소재의 공연을 창작에서 기획 제작까지 실행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문학 공부를 하게 돼 마음의 수양도 얻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근대 식민지 시대에 잃어버린 대한의 찬란한 정신문화와 왜곡된 역사를 다시 바로 세우는 문화예술 공연기획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매진하고 싶어요.

​주세페 김
​주세페 김

- 마지막으로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공연기획은 문화 아이템을 분석하고 소재를 선택하는 안목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인문적 공부가 기본이겠지요.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다소 엉뚱하더라도 기획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창의적 습관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기획서의 내용은 혼자 작성할 수 있겠지만 그 실행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협동과 협업 그리고 역할분담이 중요하기에 나의 창의적인 생각을 실행하려면 원만한 인간관계도 성공의 관건이 되겠죠.

요즘에는 청소년들에 대한 문화적 혜택이 많아지고 있으니 동아리를 만들어 공연기획과 관련된 무대, 조명, 음향, 디자인, 홍보, 마케팅 등을 직접 체험도 해보고 직접 예체능을 배워보면서 직접 공연을 기획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이러한 공연기획 활동을 통해서 선한 영향력을 체험하는 것이 큰 원동력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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