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파’ 새미래‧새선택, 명분형 당사...‘당산行’ 개혁신당은 실리형 당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출범 릴레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3지대 양대산맥인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점차 외연과 내실을 갖춰가는 모습이다. 이 밖에 금태섭 신당인 ‘새로운선택’도 독자노선을 걸으며 새 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제3신당의 총선 헤드쿼터이자 보금자리인 당사 위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신당은 국내 정당사의 혈맥이자 명당으로 통하는 서울 여의도에서 자리매김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은 이러한 기성 문법을 깨고 영등포 당산에서 살림을 꾸렸다. 본지 취재진이 각 신당 당사를 찾았다.

국회의사당과 여야 중앙당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는 중앙정치를 상징하는 혈맥으로 통한다. 현재 국내 최대 금융가로도 자리매김한 여의도지만, 여전히 입법‧정당정치의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여의도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여의도 정가’라는 표현도 익숙한 관용구다. 이 때문에 여의도는 전‧현직 정치인과 관계자들의 왕래가 잦고, 국회 운영주체인 여야 당사(黨舍)가 집중되는 등 정계 핵심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3신당들 ‘선거 명당’ 여의도 대거 집결

최근 창당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제3지대 신당들도 여의도에 대거 자리를 잡았다. 이낙연‧비명계 통합신당인 새로운미래(새미래), 금태섭 신당인 새로운선택(새선택)은 현재 여의도를 총선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정치 명당’으로 통하는 여의도의 기운을 받아 스타트업 정당을 국민정당으로 키워낸다는 포부에서다. 정치 인프라가 집중된 탓에 여의도를 벗어나면 자칫 신당 육성 및 총선 준비에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여의도 정가의 오랜 속설이 2024년 총선을 앞둔 현 시점까지 깊게 전승된 데 따른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한양빌딩에 위치한 새로운물결 당사 [정두현 기자]
한양빌딩에 위치한 새로운물결 당사 [정두현 기자]

새물결은 여의도 국회 인근의 ‘당사 명당’으로 알려진 한양빌딩(영등포구 국회대로70길 18) 10층에 당사를 꾸렸다. 한양빌딩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당시 당사로 썼던 곳이자, 2003년 진보계열 신당인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10석 파란’을 일궈낸 터이기도 하다.

김효은 새미래 대변인은 본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DJ 신당의 기운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의도가 아무래도 선거 준비 차원에서도 동선이나 대외업무에 효율적이다 보니 당사를 여기로 잡게 됐다”고 밝혔다.

여의도 한양빌딩 [정두현 기자]
여의도 한양빌딩 [정두현 기자]

한양빌딩이 ‘당사 명당’으로 불리게 된 배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구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한양빌딩에 당사를 꾸린 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출범을 이뤄냈다. 다만 이후에도 새누리당 당사가 들어서는 등 보수진영에서 한양빌딩 입주 수요가 이어졌으나,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에서는 한양빌딩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는 후문도 있다.

여의도 국회대로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한양빌딩이 여의도에서 당사 명당으로 유명해지면서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건물주가 선거철에 미리 공실을 셋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당 입주수요가 높은 곳”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거쳐간 건물이라 (정치권에서) 맥이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 대산빌딩 [정두현 기자]
여의도 대산빌딩 [정두현 기자]

아울러 한양빌딩 맞은편 건물인 대산빌딩(영등포구 국회대로70길 12)도 지난 5일 새미래와 통합한 미래대연합의 임시당사로 활용됐다.

대산빌딩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꾸렸던 곳으로, 한양빌딩과 함께 대통령을 배출한 여의도 명물로 꼽힌다. 아울러 해당 빌딩은 과거 민주당이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뒤 ‘미니 당사’를 차린 데 이어, 이낙연 새미래 공동대표가 과거 민주당 당권주자 시절 선거캠프를 꾸린 곳이기도 하다. 미래대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 전 연대 대상이었던 이낙연 신당 당사와의 소통, 국회 인접성, 상징성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위치한 새로운선택 [정두현 기자]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위치한 새로운선택 [정두현 기자]

금태섭 신당인 새선택도 한양빌딩‧대산빌딩에서 몇 걸음 거리에 불과한 극동VIP빌딩(영등포구 국회대로70길 15-1)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극동VIP 역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꾸린 곳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선거 명당’ 반열에 오른 건물이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전 이 곳에 선거캠프를 꾸려 10년 만에 서울시로 복귀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건물에 캠프를 차리며 대권주자 행보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무실을 차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서울 당산 소재의 개혁신당 당사 [정두현 기자]
서울 당산 소재의 개혁신당 당사 [정두현 기자]

이준석 신당, ‘脫여의도’로 실익‧차별화 도모

반면 이준석 신당인 개혁신당은 이들과 달리 영등포구 당산의 SK V1센터(영등포구 당산로41길11)에 당사를 꾸렸다. 여의도는 상징성이나 접근성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지만, 비싼 당사 임대료 등 반대급부도 있어 비용적 측면에서 실익을 택했다는 것이 개혁신당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여의도는 기성 정치의 산실인 만큼, ‘정치개혁’을 지향하는 당 정체성에 맞게 여의도를 떠나 타 지역에서 둥지를 튼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일 본지가 찾은 개혁신당 당사에서는 20여 명의 당직자들이 본부별 업무를 보느라 분주해 보였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선거철이면 당사나 선거캠프 쏠림이 심한 여의도는 아무래도 식상할 수 있다”면서 “실익을 가져가면서도 타 신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고려사항이었다”고 당산행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탈여의도’라는 새로움과 재정적 실리를 두루 챙기고자 당산에 당사를 꾸렸다고 부연했다. 다만 현재로선 임시당사 개념으로, 이번 총선으로 개혁신당의 외연이 커지는 등 여건이 바뀌면 당사를 이전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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