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2대 총선에서 돌풍을 예고했던 제3지대가 위태롭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를 중심으로 ()윤석열·()이재명기치를 내세웠지만 파괴력은 기대 이하다. 본격적인 총선국면과 더불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최근에는 뚜렷한 한계마저 보이고 모습이다. 특히 제3지대 빅텐트론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관심이 반짝특수에 그치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 또한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오히려 성과없는 인재영입, 지지율 하락, 주도권 다툼 등 크고작은 악재가 속출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처한 모양새다. 반전의 승부수 없이 이대로 간다면 선거철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떴다방으로 전락할 신세다.

뉴시스
뉴시스

국힘 vs 민주 양강고착 신당파 균열, ‘묻지마반윤반이빅텐트론 한계
- 여야 인재영입소외’, 지지율 3%, ‘빅텐트 주도권다툼 험로

3지대 정당들이 태풍의 눈이 아닌 미풍으로 전락한다면 총선지형은 급변한다. 최대 30%에 이르는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범한 제3지대 주요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 확보를 다짐했다. 적어도 두자릿수 이상의 의석과 많게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을 바라봤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물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로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향후 길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3지대 정당의 성공 방정식인 유력 차기 주자와 분명한 지역기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대치전선의 격화 속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대로 유권자들이 거대 양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최악의 경우 제3지대 빅텐트론은 허공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인재영입, 거대양당 연일 대어3지대 한계 뚜렷

총선 시즌이면 여야 모두 인재영입에 심혈을 기울인다.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소와 반감 때문이다. ·차관을 비롯한 고위관료나 유능한 CEO는 물론 법조계, 언론계, 학계에서 이름을 떨친 전문가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때로는 국민적 사랑을 받은 문화·스포츠계 인사들이 타깃이 되기도 한다. 다만 거대 양당과 제3지대 정당의 성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갤럭시 성공 신화의 주역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대표이사라는 대어를 낚았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에 이어 사격황제로 불리는 올림픽 최다 메달의 주인공인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 영입에도 성공했다. 민주당 역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또 경찰국 신설 반대를 주도한 류삼영 전 총경은 물론 돌발영상으로 유명한 노종면 전 YTN 기자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제3지대 정당의 상황은 악전고투다. 거대 양당이 조직력을 바탕으로 거물급 인사 영입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창당 이후 뚜렷한 실적도 없는 상황이다. 총선 시즌 인재영입은 텃밭 지역구 공천이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보장해야 하는데 제3지대 정당의 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들이 제3지대 정당에 합류하기에는 너무나 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또 소수의 명망가 중심으로 정당 구성이 이뤄지다 보니 외부인재의 수혈 또한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제3지대 정당의 선두주자인 개혁신당은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과 이태환 전 세종시의회 의장 등을 영입했다. 다만 거대 양당과 비교할 때 대중적 파괴력과 흡인력은 부족하다. 허은아 인재영입위원장은 용기와 능력을 갖춘 양질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것이라면서 기존 정당의 굴레 때문에 정치 활동에 제약을 받은 분들이 개혁신당에서 자유롭게 멋진 정치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개혁신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개혁신당을 제외한 나머지 제3지대 정당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복잡한 내부사정과 주도권 다툼 탓에 인재영입은 언감생심이다. 향후 인재영입 전망도 불투명하다.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입 희망자들이 신생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두자릿수 지지율 옛말5% 미만의 군소정당 전락

3지대 정당의 초반 고전은 지지율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을 전후로 주요 언론의 연말연초 조사에서 10%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정반대다. 최근 조사에서는 5% 미만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개혁신당은 지지율이 한지릿수로 떨어지더니 어느새 5% 미만으로까지 추락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제3지대 정당 출범 초기에 반짝했던 컨벤션 효과의 약발이 다했다는 분석마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설 연휴를 거치면서 전국적인 민심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비상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뉴시스
뉴시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율 12.5%)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일 때 지지 정당 후보의 경우 민주당 35%, 국민의힘33%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제3지대 정당의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개혁신당 4%, 개혁미래당(새로운미래의 전신) 1%에 불과했다. 이어 녹색정의당로 2%로 나타났고 지지정당 없음은 13%였다. 이는 같은조사에서 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20%를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3지대 빅텐트론의 완성 없이 개별 정당이 총선에 임할 경우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 한국갤럽의 21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7%)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5%, 국민의힘 34%, 개혁신당, 이낙연 신당 각각 3%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각각 1% 순이었다. 이밖에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은 21%였다. 이는 거대 양당 이외에 또다른 선택지를 요구하는 유권자층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3지대 정당이 아직 대안정당으로서 자리매김을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율로만 본다면 총선 민심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팽팽하게 양분됐다. 중도무당층이 20%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혁신당과 이낙연신당의 지지율은 낙제점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강세가 예상됐던 개혁신당 지지율은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각각 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세대별로 이대남의 강세를 기대했지만 18~29, 다시 말해 20대 지지율은 2%라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다만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는 7%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지율을 얻었다.

끝없는 주도권 다툼3지대 빅텐트론 미지수

3지대 정당 내부의 끝임없는 주도권 다툼도 변수다. 거대 양당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제3지대 정당 내부에서조차 선()자강론이나 통합우선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과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 성공적인 통합을 이룰지도 미지수다. 3지대 빅텐트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 주도권을 둘러싼 상호간 신경전 또한 치열하다.

빅텐트로 가기 전 중간단계인 중텐트도 쉽지 않다. 우선 제3지대 주요 정당 중 완전한 합당을 이룬 세력은 이준석 대표 주도의 개혁신당과 양향자 의원이 주도한 한국의희망이 유일하다. 반면 민주당 계열 제3지대 정당의 경우 반쪽통합에 그치고 있다. 지난 4일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탈당파인 원칙과상식이 주도한 미래대연합이 새로운미래를 당명으로 공동 창당에 나섰다. 다만 미래대연합 소속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불참했다. 두 의원은 입장문에서 새로운미래에 참여하는 것은 영혼 없이 몸만 얻어 주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뉴시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가 제3지대 통합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와 관련, “윤석열 피해자 모임, 이재명 피해자 모임으로 양쪽에서 합쳐진 것 같이 되어서는 굉장히 소극적 지지밖에 받을 수 없다결국에는 명분이 중요하다. 정치공학적 통합만 이렇게 주창하다 보면 과거 바른미래당 사례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과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사례였던 바른미래당이 실패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최고위원 역시 이낙연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도 뚜렷한 정책적 대안과 비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총선을 겨냥한 무분별한 세불리기에는 선을 그은 발언이다.

3지대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지속되면서 통합이 어려울 경우 22대 총선 기호 3번이 불가능해진다. 현역 국회의원 6명을 보유한 정의당보다 많은 7명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3지대 안팎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 이후 현역의원 낙천자들이 합류할 경우 기호 3번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큰 그림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아닌 제3지대 빅텐트론으로 단일정당을 만드는 경우다.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지만 이념과 정책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무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주도권 다툼이 심화될 경우 제3지대 빅텐트는 무산되고 각개약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보수·진보라는 이념과 영호남이라는 지역을 근간하는 하는 한국적 정치지형에서는 거대 양당제가 뿌리라면서 역대 총선을 되돌아봐도 제3지대 정당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9615대 총선 당시 김종필 전 총재가 주도한 자유민주연합과 2016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의 녹색돌풍 정도를 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3지대 정당의 부활 여부는 여야 기존 지지층의 배신자 공세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총선 캐스팅보트인 중도무당층의 보다 확고한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60일 정도 남은 총선 스케줄을 고려해도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