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역 국책은행 설립으로 해결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IMF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는 은행을 대형화하면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고, 국제경쟁력이 생길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권의 초과 이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며 해결 방안 모색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일요서울은 “은행 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관해 원대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 “독과점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정부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 체제 조성해야 할 책임”

원 교수는 정부가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기업을 지방에 분산해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을 준 사례를 빗대어 은행 독과점 문제 해결 방안을 지역 균형발전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제시했다.

독과점이란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고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은행 숫자를 늘려야 하지만 은행을 새롭게 만들려면 설립자본금 마련은 물론, IT 부문에 대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제약이 생긴다.

-지역 국책은행... 독과점·취업난 두 마리 토끼 잡나

그는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은행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은행을 개편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재 각 지역에 있는 국책은행의 지역본부를 독립은행으로 만들어 지역 국책은행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지역 국책은행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현행 국책은행 체계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할 시 해결이 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렇게 설립된 지역 국책은행은 이미 설립된 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분산하는 것이기에 자본금 출자나 IT 투자,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된다” 라며“ 분산된 각 지역 국책은행의 리스크관리나 IT 투자 문제는 지주회사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면, 기존의 조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그가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의 이점에 관해 설명했다.

원대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원대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원 교수가 제시한 지역 국책은행은 지역본부와 독립됐기에 의사결정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 지역본부의 경우 본부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지역에 본점을 둔 지역 국책은행은 독립된 이사회에서 지역 상황과 지역경제에 맞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당 지역의 특수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대출이나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그는 지역 국책은행을 설립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지역 소재 대학이나 지역 출신 인재들에 대한 고용이 증가하게 되는 효과까지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 국책은행 설립을 통해 은행 독과점 완화·지역경제 발전 및 지역인재 고용 문제 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피 땀흘려 일하면 뭐하나” 쓸쓸한 사회 현상, 독과점 완화로 지역 경제 발전 이바지 해야

앞서도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4차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은행권의 사상 최대 이익에 대해 고금리를 등에 업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난들이 있어 왔다"며 은행 독과점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고금리로 인한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발생에 대해 “독과점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선 정부가 당연히 합리적인 공정한 경쟁 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제언했다.

지역 국책은행 조직도
지역 국책은행 조직도

윤 대통령은 '자유시장 시스템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금융은 과거에는 상품 거래의 결제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금융 자체가 상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매입함으로써 금융 자산이 실물자산의 수십 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들은 대형화되고 있다"면서 "경제력의 비대칭과 독과점화가 필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산업에 있어서의 독과점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선 정부가 당연히 합리적인 공정한 경쟁 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할 책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 경쟁을 통한 금융 카르텔 부작용 혁파 및 부당한 지대 추구 방지를 통한 공정한 금융 시장 조성을 일관된 금융 정책 원칙으로 삼아 왔다고 말했다.

-尹,금융 카르텔 부작용 혁파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 시행에 대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여기에 대해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우리 정부는 전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드린다"고 했다.

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상향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정부의 정책으로 확정했다"며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금융 관련 세제도 과감하게 바로 잡아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은행 독과점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IMF 금융위기 이후 부실 은행 퇴출 및 합병·자발적 M&A 등으로 은행 숫자는 32개(시중은행 16개, 지방은행 10개, 국책은행 6개)에서 20개(시중은행 9개, 지방은행 6개, 국책은행 5개)로 37.5% 감소했다.

IMF 금융위기를 겪은 대한민국은 은행을 대형화하면 경제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고, 국제경쟁력이 생길 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은행 대형화를 추구한 것은 규모가 커진 만큼 글로벌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목하에 추진 된 것이지만 26년이 지난 현재 은행 규모는 수십 배 커졌지만, 대한민국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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