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 회장의 검찰 악연이 지속될 전망이다. 1심 법원이 무죄 선고를 한 데 대해 8일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이 우려되고 있어 삼성과 재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검찰 전경. 뉴시스
검찰 전경. 뉴시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면서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어 사실 인정 및 법령 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2016년 12월 출범 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정조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승계 작업을 위한 대가성 뇌물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합병 당시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별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지난 5일 자본시장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9개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 재계 “가혹한 처사”

한편 검찰의 항소 행보에 재계 역시 가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3년 5개월간 진행된 법정 싸움이고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 13명까지 모두 무죄가 났고 경영 활동 지장이 불 보듯 뻔한데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의 미래를 담당할 신사업 투자나 대규모 M&A(인수합병)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 회장은 무죄 선고 이튿날인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행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UAE 등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고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이 같은 해외 출장에도 다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책임 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 시점이 항소심 이후로 미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도 늦춰질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항소는 예견됐지만 당혹감을 감출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어 "사법리스크가 크게 확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의 이번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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