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경영 활동과 실적에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수들의 몸부림?

2022년2월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 현장. [뉴시스]
2022년2월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이달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기업 총수들의 재판이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총수들은 기업 경영에 모래주머니와도 같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에 영향을 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법관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 변경... 재판 수개월까지도 연기
- '사법리스크'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재판 연기?

이달 19일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재판부가 변경되면 이미 이뤄진 공판절차를 다시 밟는 공판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판사가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부터 자료를 검토하게 되는데,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장기화로 기업 경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2024년 새해를 맞아 재정비하고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사법 리스크가 그들의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기에 재판을 최대한 연기해 사법 리스크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중대재해 1호 사고'라는 불명예를 품고 있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경기 양주시 채석장 사망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2월27일에 첫 공판이 열리기로 예정됐으나 4월9일로 연기됐다. 

지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정서현 판사는 27일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정 회장의 첫 공판 기일을 4월9일 오전 10시로 연기했다. 당시 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한 것이며 구체적 이유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본격 심리에 앞서 피고인 등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입증 계획을 논의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정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변호사들만 참석했다. 하지만 정식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있어 정 회장은 4월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1월29일 발생한 양주시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유해·위험 요인 등 확인·개선 절차와 중대산업재해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상황이다.

-3000억 원 횡령한 박 전 회장 항소심 선고기일 연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5년 12월 말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지분을 인수하는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이 연기됐다.

지난 1월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박 전 회장 등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이달 2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 일정을 취소하고 3월28일 공판기일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변경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2022년8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2022년8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21일 결심공판에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박 전 회장과 같이 재판에 넘겨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전략실 전 실장·상무 등 3명에겐 징역 3~5년이 구형됐다. 공정거래법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금호건설 법인에는 벌금 2억 원이 구형됐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8월 17일 박 전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 전 회장은 항소심 도중인 지난해 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자신이 주식 100%를 보유한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2015년 말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금호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 돈을 횡령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배임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관, 갑작스러운 사표 제출로 연기된 유준원 대표의 재판

 유준원 상상인 그룹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선고 공판이 지난 1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담당 법관의 갑작스러운 사표 제출로 공판 직전 연기됐다.

2020년 8월부터 3년 넘게 진행된 재판의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1심 재판이 언제 종료될지 오리무중이다. 다음 속행 공판은 오는 4월4일 열린다.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 결정에 관해 지난 1월 말 검찰과 변호인단에 전달된 상태이다.

 특혜 대출 의혹을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2020년6월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뉴시스]
 특혜 대출 의혹을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2020년6월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유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16~18%대의 담보 대출업을 해왔다. 그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허위공시 관련 상장사 전환사채는 총 623억 원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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