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파 "尹 정권심판론 아래 연합해야" 
독자파 "위성정당, 민주주의의 도둑질"

배진교 전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배진교 전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녹색정의당 내부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 참여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리면서다. 이와 관련 배진교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표직을 전격 사퇴한 뒤 야권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녹색정의당 내부에서는 정권심판론 아래 범야권의 연합정치를 주장하는 '연합파'와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는 '독자파'로 나뉜 상황이다. 연합파 측은 범야권의 통합비례정당에 참여해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한다는 명분과 의석수 확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기자는 입장이다. 

녹색정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대 정당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녹색정의당이 22대 총선에서 봉쇄조항(정당 득표율 3%)을 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를 1석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원내 진입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녹색정의당이 독자 노선으로 22대 총선을 완주할 경우 범야권의 통합비례정당과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의 개혁신당과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만큼 전망이 녹록지 않다. 반면 녹색정의당이 통합비례정당에 합류할 경우 안정적인 의석수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부터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이에 장혜영·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과 녹색당 측 인사들은 통합비례정당 참여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 심판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은 독자적 진보정당의 존속을 위협하는 족쇄가 됐다. 민주당에 기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장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민주당에 기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패배감과 불안조차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도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거대양당을 향해 "자루 벌린 놈이나 퍼 넣은 놈이나 도둑놈이기는 매한가지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보수 양당이 지금 하는 모습이 딱 그 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이 소수정당을 자기 발아래 두고 거대한 양당 카르텔 안에 가두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연합파인 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선거"라며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뜨거운 민심에 야권이 부응하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에게 총선 승리를 헌납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배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세우는 연대,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녹색정의당은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책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녹색정의당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책임을 통감하고,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합비례정당 합류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녹색정의당은 이번 주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이 배 원내대표를 이은 후임 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갈 예정"이라며 "현재 당 내부에서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팽팽한 토론이 이어지는 만큼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통합비례정당 참여는 전국위원회 혹은 당 지도부 내 회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 당원총투표를 통한 결정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