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출마 허용하면 '방탄', 막으면 '내로남불' 딜레마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4선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앞서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로써 '인적 쇄신'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는 노 의원의 출마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표도 3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 중인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는 전·현직 중진 의원들을 향해 직접 인적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인 3선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와의 만남 뒤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경기 광주을에 출마하는 문학진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불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연일 "새 술은 새 부대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는 발언을 통해 쇄신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인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통합 공천'과 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문 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며 "'친위부대'를 꽂으려다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후보 적합도 조사)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는 뇌물 수수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노 의원의 출마를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이 대표의 쇄신 행보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는 인적 쇄신의 또 다른 변수다. 

이 대표가 노 의원의 출마를 용인할 경우 '방탄 정당'의 프레임이 깊어질 수 있는 반면, 공천 배제를 결정할 경우 '내로남불'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권도 이 대표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의 출마를 두고 "이 대표가 저렇게 출마하는데, 자기는 안 나가겠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이 대표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아무리 뻔뻔해도 '나는 억울한 기소고, 노웅래 기소는 수긍할 만하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분 또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분 또 돈봉투를 뿌려서 구속 중이신 분, 이런 분들이 지금 당당하게 연일 출마선언 내지 창당선언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누구 때문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대한민국 국회가 범죄자들의 방탄 벙커가 되었는지 정말 부끄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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