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도 영웅, 김구도 영웅...영웅 민족과 국가 살찌우는 옥토
-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영웅 워싱턴, 링컨...민주·인권·통합 공로

영웅은 시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빛과 같은 존재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민족과 국가,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영웅의 출현은 곧 고통과 절망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위대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영웅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기록상 최초의 영웅은 길가메시 서사시로 유명한 기원전 26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조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다.

, 서양을 막론하고 중세까지 수많은 영웅이 출현했고 민족과 공동체는 영웅을 기리고 추앙하며 결속과 아이덴티티를 다졌고 수많은 젊은이들은 새로운 영웅을 꿈꾸며 미래를 개척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미국은 영웅 제조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D.C 등 도시명과 주요 거리, 주요 전함에 영웅 이름을 붙인다. 또 영웅을 기념하는 도서관과 기념관 등 미국 곳곳에 미국의 영웅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미국의 영웅은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독립혁명군 총사령관이자 초대 대통령, 세계 최초의 세계 대통령, 3권분립과 연방제, 민주주의 정치체제 기초를 닦았다.

특히 왕을 뜻하는 전하’(His Highness) 대신 Mr. President(대통령)로 부르게 했으며 강권하는 종신 대통령은커녕 3선도 거부하고 낙향해 고향에서 농부로 살아가 미래의 독재자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세계적 악동 도널드 트럼프조차 첫손 꼽는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미국의 진정한 영웅, 최고의 대통령이 된 것은 남북전쟁 후 펼친 강력한 연방 통합과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다.

1861년 대통령 당선 당시 미국은 남북으로 나뉘어 건국 이후 갈등과 분열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노예해방 반대를 명분으로 남부 11개 주가 연방 탈퇴를 선언하자 링컨은 "어느 주도 미연방에서 탈퇴하지 못한다"며 전쟁으로 제압했으며 승리 후에는 11개 남부 주에 대해 군정 설치, 대농장주 영지 몰수 등 강력한 응징을 주장한 공화당 강경파를 누르고 인구 10%만 찬성하면 연방 복귀와 주 자치정부 허용 원칙을 관철시켰다. 또 남부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했다.

링컨이 자신의 정적을 친구와 최측근으로 만드는 포용력도 대단했다. 평소 흙수저 시골 출신인 링컨을 공개적으로 무시한 애드윈 스텐턴을 국방장관에,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재무장관 새먼 체이스더 마찬가지다. 핵심 요직을 모두 상대 파벌 핵심 인사에게 내준 것이다. 이를 반대하던 측근들에게 링컨은 그가 나를 무능하다고 비난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리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미합중국은 링컨 대통령 전까지 'The United States are~'라고 복수형으로 자치주들의 연합체였다. 그러나 링컨 이후에는 "The United States is~"가 됐다. 링컨은 진정한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을 만든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최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화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보수 여권에서는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보수'국부 이승만' 띄우기에 열성이다. 보수진영의 표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4월 총선 후보들도 앞다퉈 관람하고 인증샷을 날리고 있다. 덕분에 관객 수도 40만 명을 넘어섰다.

관전평 역시 "학창 시절 잘못 배운 역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감동과 전율, 반성과 다짐, 감사의 마음이 교차" “이승만을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 “영화 보고 박수 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등 감격과 감탄, 호평 일색이다.

탁월한 외교적 식견, 대한민국 건국, 북한의 남침 저지, 반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한미상호방위조약, 농지개혁, 국민의무교육 등 영화 건국전쟁에서 나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은 분명하고 놀랍다. 그의 일생이 영웅적 서사 자체다.

돌아보면 우리는 참 영웅에게 인색한 민족(앞으로 민족이란 표현도 금지어가 되지 않을까)이다. 영웅을 박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로마공화정의 아우구스투스와 프랑스 나폴레옹, 영국의 호레이쇼 넬슨 제독, 발명왕 에디슨과 비스마르크 등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위대한 선조와 역사가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았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몰랐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양규' 장군을 몰랐고 중국의 항미원조 선전영화 '장진호'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미 해병1사단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지 않았다. 6.25전쟁 초기 강원 춘천, 홍천 점령을 무려 6일간이나 막아내 한강 남안 방어선 구축이 가능케 한 국군 제6사단을 알지 못했다.

사실 이승만 대통령의 '영웅' 재발견은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다. 영웅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민족과 국가, 미래를 살찌우는 옥토이자 자양분이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와 정부가 앞서서 영웅 만들기에 열중하는 것도 국민통합과 미래를 향한 긍정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기 때문일게다.

그러나 영웅을 만들기 위해 다른 영웅을 죽이는 해괴한 짓을 하면 안 된다. 영화 건국전쟁이 주장하는 영웅 이승만은 찬성하지만 임시정부 주석,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을 '김일성 꼭두각시, 김구'로 폄하시켜서는 안 된다.

말기 암 투병 중인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 영화 관람 후 올린 글을 보고 기겁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북한 김일성에 속아서 꼭두각시 노릇을 한 김구를 왜 좌파들이 죽기 살기로 '우상화'했는지 정답을 주는 영화였다"고 글을 올렸다. 평소에도 과한 글을 많이 올려 그러려니 하지만,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왜 김일성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김일성 꼭두각시 김구'는 정말 구역질이 난다.

두 사람 모두 영웅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이승만 영웅화'의 희생물로 김일성이 아니라 김구가 되어야 하는 속내가 궁금하다. 영웅 이승만을 위해 김구가 꼭 빨갱이가 될 필요는 없다. 이승만도 영웅이고 김구도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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