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친문의 역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 논란의 여파다. 당 바깥으로는 더 심각한 사안이 발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용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관계설정 여부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메가톤급 악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22대 총선 목표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압승 이후만 해도 최대 200석 대망론이 흘러나왔다.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장밋빛 청사진은 아예 사라졌다. 김기현 전 대표 체제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맹활약과 제3지대 빅텐트의 부상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목표 의석은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친문의 역습과 조국신당 역풍으로 위기에 놓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집중 분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홧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홧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딜레마민주당, 조국신당과 선긋기찻잔속 태풍 지적도 나와
- 전해철·윤건영 원조 친문 공천탈락시 조국 신당입당설 솔솔
정권 탄생·정권 복무자퇴출론...임종석 전 비서실장 퇴출 위기

최근 민주당 안팎이 분위기는 호재는 없고 악재만이 가득하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반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뒤집어 보면 국민의힘에 원내 제1당 자리를 넘겨준다는 의미다. 민주당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야말로 악몽이다. 최소한 151석은 얻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 윤석열 대통령 집중 견제, 22대 국회 주도권 확보 등 3대 추진동력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조국신당과 선긋기에 나섰지만 파괴력은 예단할 수 없다. 찻잔속 태풍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친문 진영이 공천탈락 이후 조국신당에 전격 합류한다면 상황은 꽤나 복잡해진다.

애물단지조국신당 출범선긋기 조국의 늪허우적

“4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뿐만 아니라 복합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총선에 대비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

조국 전 장관이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오랜 고심 끝에 정치입문과 오는 422대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총선 출마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던 조 전 장관이 지난 13일 부산민주공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출마 지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향인 부산은 물론 호남정치 일번지인 광주, 수도권 출마가 거론된다. 조 전 장관은 비례 혹은 지역구냐 하는 구체적 출마 방식은 정당에 모인 분들이 원칙과 절차를 정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마설마했던 민주당은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이 제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간다고 비판하면서 아무래도 민주당에 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 게 상징적이다. 한마디로 애물단지다. 내로남불의 상징이 돼버린 조 전 장관의 정치행보를 반길 수는 없다. 반대로 반()윤석열 전선 강화를 위해 조 전 장관의 손을 덥석 잡는 것 또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선긋기에 나섰다. 진보야당 및 시민단체와 총선용 비례정당을 추진 중인박홍근 의원(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조국)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윤석열정부 검사독재의 최대 희생양이라는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시각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특히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참여나 창당은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의 연대 배제 방침에 민주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저는 제 길을 가겠다고 독자행보를 예고했다. 아울러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4.27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국회부의장,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2023.04.27.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4.27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국회부의장,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2023.04.27. 뉴시스

민주당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따른 정권심판론 약화와 중도층 이탈 우려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정권심판론보다는 조국심판론으로 총선 프레임이 전환될 수 있다. 게다가 22대 총선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중도층 이탈도 변수다. 조 전 장관의 행보가 내로남불이라는 인식이 또다시 확산되면 수도권 박빙 승부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시말해 지난 대선을 거치며 조국의 강을 가까스로 건넜지만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조국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단합과 연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국민 눈높이라고 원론적인 언급을 내놓았다. 다만 조 전 장관이 22대 국회에 입성할 경우 차기 대선 라이벌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연대보다는 손절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정권 탄생 책임론친문퇴출 위기조국신당 합류시 타격

이 대표의 더 큰 난제는 민주당 공천이다. 22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2년 전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는 또 공천갈등의 뇌관이 될 조짐이다. 핵심은 친문 운동권의 퇴출 여부다. 이른바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이 있는 친문 인사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임종석 전 실장 공천 여부는 최대 뇌관이다.

파장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노영민·임종석 전 실장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데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책임 있는 역할을 했던 분들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속내를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은 강력 반발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대선 직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547%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임기 말 지지율이 높았다고 반박했다. 친문 일각에서는 대선패배의 최대 책임은 이재명 대표인데 친문에 전가시키면서 희생양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의 반발을 필두로 친문 의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재명 대표든 지도부든 누군가가 나서서 정리하지 않고 '너는 안 된다'라고 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도 친문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저인데 저도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면서 이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뿐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돼가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면서 단결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천 물갈이를 향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의미심장한 언급을 남겼다. 누가봐도 총선 물갈이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친문 배제론에 이어 86운동권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론 공세에 맞서 선제적인 세대교체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른바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지 않고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 대표의 세대교체 물갈이 공천은 크고작은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문학진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친명계의 자기 희생을 보여준 뒤에 친문계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마저 민주당 대장동식 공천이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을 꽂으려 사람을 제쳤다고 비판할 정도다.

이후 상황은 예측불가의 시나리오다. 해묵은 대선패배 책임론이 재현될 경우 친문 또는 운동권 핵심 인사들의 공천탈락이 예상된다. 특히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성 팬덤인 개딸로부터 수박으로 비난받아온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이는 비명학살 논란 속에 계파갈등이 최고조로 떠오를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친문 인사들이 공천에 탈락할 경우 조국 전 장관 주도의 신당 합류 가능성을 점친다. 준연동형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고려하면 조국신당 합류시 22대 국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천 탈락의 폭과 규모에 따라서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분당이 사실상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태섭 전 의원과 이야기 나누는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금태섭 전 의원과 이야기 나누는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악재 쌓이는데 돌파구 없다”, 총선과반의석 목표 빨간등

갈 길 바쁜 이 대표로서는 악재만이 쌓이는 형국이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조국신당과의 분명한 선긋기나 공천과정에서 친문의 탈락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로 내비칠 수 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친명계는 현 민주당의 주류로 떠올랐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민주당 주류는 친문이었다. 총선 지형이 여전히 유동적인 가운데 공천갈등이 폭발할 경우 분당 수준에 버금가는 후폭풍이 벌어질 수 있다. 공천에서 컷오프되는 의원들의 경우 당 외곽의 선택지도 적지 않다. 조국신당 또는 제3지대 개혁신당행을 선택할 경우 총선구도는 민주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연대를 명분으로 똘똘 뭉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야권이 사분오열의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표정관리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총선이 범죄자들의 면죄부를 얻는 수단이 아니다며 비난 일색이다. 오죽하면 유승민 전 의원마저 특권과 반칙의 상징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조국의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겠는가고 꼬집을 정도다. 속내는 180도 다르다. 민주당에 처한 딜레마와 달리 국민의힘은 내심 조국신당의 출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상 조국 전 장관이 총선에 나오면 땡큐”, 이른바 조나땡을 연일 외치고 있다. 총선구도상 국민의힘에 전혀 불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는 최악의 위기다. 상황은 불과 몇 달만에 급반전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압승,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김기현 대표 체제의 몰락, 윤석열 대통령의 30%대 박스권 국정 지지율 등 크고작은 호재로 총선 승리를 따놓은 당상이었다. 변수는 200석 대망론이냐 180석 대망론이냐를 논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등 여권발 악재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다만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현 상황은 정반대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이 가득하다. 특히 조국신당은 뼈아프다. 여야의 박빙 승부가 예고되는 수도권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총선 프레임이 현 정부 심판이 아니라 내로남불 야당심판론으로 흐를 수 있다. 친문 또는 비명계 공천 배제의 폭과 속도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공천학살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외부 전투로 바쁜 이 대표로서는 내부 불안 요인에 따른 과반 승리론의 붕괴 위기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압승 이후 금쪽같은 시간을 유야무야 허비하고 혁신과 쇄신을 소홀히 한 반면 국민의힘은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그동안의 격차를 많이 따라잡았다한때 민주당 안팎의 200석 대망론은 아예 사라지고 최근 과반 비상등이 켜진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22대 총선 승리를 통해 본인의 사법리스크 해소는 물론 차기 대권 재도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이재명 대표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할 것이라면서 친문의 역습과 조국신당의 역풍이라는 고차방정식을 슬기롭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총선 전망 또한 낙관에서 비관으로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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