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위 관계자 “한동훈, 친윤 핵심인사 ‘영부인 쌍특검’ 제안에 적극 검토”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김건희 여사가 내빈 인사를 위해 김정숙 여사 뒤를 지나치고 있다. 2022.05.10. [뉴시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김건희 여사가 내빈 인사를 위해 김정숙 여사 뒤를 지나치고 있다. 2022.05.10.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월 총선까지 50여 일 남겨둔 가운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과 명품백 수수 논란이 정치권 화두로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22대 국회의원선거에 명운이 걸린 당정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대여(對與)공세 최대 소재인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총선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여당 지도부의 딜레마도 깊은 상황이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호화 해외일정 및 특별활동비 유용 의혹 또한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전‧현 정부의 ‘영부인 리스크’를 동일 선상에 올리며 여론 균형추를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여권 일각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가 ‘김건희-김정숙 쌍특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인적쇄신에 기반한 시스템 공천과 중도 확장형 행보로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 위원장의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공개된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위원장 개인의 지지율은 40%대 중‧후반을 넘나들며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에 앞선 모습이다. 이달 3주 기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국힘 지지율도 소폭이지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공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졌던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출신들에 대한 엄정한 공천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등 기득정당 이미지 탈피와 당정관계 수평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친명(친이재명) 구호로 점철된 민주당의 공천과 대조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여야 정당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당정 지지율의 박스권 탈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당정의 지지율 상방 모멘텀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잖다. 당정이 김 여사 논란을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대표적 사례다. 

김 위원의 총선 불출마로 비대위 퇴진설 등 국힘의 내부 잡음은 일단락된 상황이나, 당내 수도권 의원 등을 중심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확실하게 선을 긋는 스탠스를 보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쌍특검 등 영부인 리스크는 총선국면 내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원천차단하거나 적극 대응하는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정숙 여사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정숙 여사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與, 모래주머니 덜어낼 승부수로 총선 후 ‘영부인 쌍특검’?  

이에 최근 여권에서는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수비적 대응에 치중하는 대신 전 정부 시절 수억 원대 특활비 유용, 과도한 해외일정, 고가 사치품 착장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정숙 여사에 대한 동시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던 시점인 지난해 12월28일 김정숙 여사를 국고 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고발장을 제출하며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마녀사냥, 인민재판을 하고 총선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여사를 특검해야 한다면 김정숙 여사도 해야 한다. 그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김 여사가 인도 측 초청이 없었음에도 타지마할 방문을 자처했다며 “사실상 여행을 목적으로 예비비 4억 원을 편성해 사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인도 방문 당시 단골 디자이너의 딸과 한식 요리사를 부적절하게 대동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고,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고가의 옷과 액세서리를 구입한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 여사의 ‘혈세 관광’과 ‘권력 사유화’를 지적하며 김정숙 특검론에 힘을 실었다.

그에 앞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김건희 특검법을 띄웠던 민주당을 향해 “민주공화국을 선언한 대한민국의 헌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명심하라”며 “특검 운운할 게 아니라, 혐의가 드러나고 증거가 확보된 김혜경 여사 법인카드 유용 사건이나 김정숙 여사의 명품옷 구매 의혹 사건을 특검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지난 20대 대선 전 민주당 경선을 앞둔 시점에 경기도 법인카드로 당 관계자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도 이러한 여권발 쌍특검론에 재차 불을 지피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둘러본 뒤 나서고 있다. 2018.11.07. [뉴시스]
김정숙 여사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둘러본 뒤 나서고 있다. 2018.11.07. [뉴시스]

실제로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주류와 왕래가 잦은 것으로 알려진 여권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당 핵심인사가 최근 한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으로선 김건희 리스크가 마냥 덮어둘 사안이 아니다.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김건희-김정숙) 쌍특검을 총선 공약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다만 당 지도부는 총선 전 일정상 쌍특검 추진이 불가하기 때문에, 총선 이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에 따르면 여당 유력인사의 이같은 제언은 총선 전후로 전‧현 영부인 쌍특검이 야당의 거부 등으로 성사되지 않더라도, 당이 이를 전략화하는 것만으로도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부정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복안인 셈이다.

다만 본지 후속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대위 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내부 검토가 이뤄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총선 후 우리 당에서 쌍특검을 추진한다는 말은 들어 본 바가 없다”면서 “특검법의 경우 이미 (윤 대통령) 거부권 발동으로 상황이 일단락된 상황인데 구태여 그러한(영부인) 이슈를 재차 꺼내들어봐야 좋을 게 없지 않나”라고 했다.

아울러 김건희 특검법이 쟁점화됐을 당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이에 대한 맞불 놓기식 공세는 거대 역풍을 부를 수 있어, 외연 확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한동훈 지도부가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할지도 미지수다.  

이와 별개로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특검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조계의 해석이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검 3대 기준’을 언급하며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부인으로서 특활비로 신발 사고 옷을 산 의혹, 그리고 전용기를 몰고 타지마할 간 의혹은 권력형 비리”라며 검‧경 수사를 빗겨간 만큼 특검 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의전비 내역 공개에 대한 항소심 재판도 향후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이슈와 맞물려 총선 정국을 관통할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3월 서울행정법원은 김 여사의 특활비 등 의전 관련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문재인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바 있다. 항소심 2심 선고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김 여사 논란 역시 총선 화약고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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