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상생 금융 풀고 대손충당금 쌓았지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권을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원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경고장을 날리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앞서도 이 원장은 금융사의 이자 장사에 대해 비판하자 4대 금융사는 상생 금융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또다시 이자 장사로 벌인 들인 수익이 33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 "PF 리스크 관리 실패 책임 엄중히 묻겠다" 압박에 4대 금융 대손충당금 9조 적립
 - 4대 금융지주 이자 장사 경고했지만 지난해 이자로 33조 벌어 '경고 효과에 의문'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8조92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KB금융지주 3조 790억 원 ▲신한금융지주 2조2512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714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8810억원으로 대부분 조(兆) 단위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2022년(5조2079억원)보다 71.4% 늘어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회장단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흥 J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해연합회 전무.  [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회장단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흥 J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해연합회 전무.  [뉴시스]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대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해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결산할 때 손실로 계산되기 때문에 은행 재무 건전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금융지주가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는 배경에는 금융 당국이 있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고 예상되는 부실에는 적극 대응하라고 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보유 PF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고 12월 결산 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이익 목표에 연연해 PF 예상 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몇몇 사례와 같이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로 인해 금융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특히 위기 때마다 반복된 유동성부족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불법행위가 적발된 임직원의 경우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복현, 은행 ‘이자 장사’에 경고장

앞서도 이 원장은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권 3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과연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올해 60조 원의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국민들의 불만과 비난을 이해를 못했다며, 이런 문제 제기가 일어나는 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022년에도 은행연합회에서 시중 은행장과 만나 “예대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인 예대 금리차는 은행의 수익과 직결된다. 예금금리는 낮을수록, 대출금리는 높을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은 커지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권은 이 발언이 사실상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를 주도한 것으로 발아 들여 상생 금융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해 4대 금융은 이자로만 33억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4대 시중은행의 결산 실적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은행은 지난해 33조6262억원의 이자 이익을 벌어들였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은 9조8701억원, 신한은행 8조4027억원, 하나은행 7조9174억원, 우리은행 7조4360억원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로 이자 이익이 많이 증가하며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이다. 대출 유형별로는 가계 대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대기업 대출이 은행 모두에서 20~30% 크게 늘어 대출 이자 이익을 크게 늘렸다.

은행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급성장한 덕이 크다. 은행들이 금융상품 혁신과 신시장 개척, 모험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늘린 게 아니라 금리 상승 덕을 보며 아무런 혁신과 노력 없이 큰돈을 벌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총선용 ‘도마 위’... 상생·공헌금융 공개압박

이 때문에 실효성 논란은 물론 경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은행권에 상생 금융을 압박하는 것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금융 약자에 대한 배려이지만 총선을 겨냥한 관치형 포퓰리즘 성격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비판을 의식해 올해 초 상생 금융 안 발표에 이어 성과급 및 퇴직금 규모 등을 줄이며 적정수준을 찾으려 노력 중이지만 당국과 여론의 반응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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