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 민감한 중도층 민심, 드라마틱한 경선과정 인지도 확산, 본선 유리
- 서울 중·성동구, 마포갑, 광진갑....전문가, 3자경선 결선투표가 리스크 최소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각 당의 22대 총선 후보 공천 과정이 중반에 들어서는 가운데 '전략공천'이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국민의힘보다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많고 친이재명측과 친문재인측의 계파갈등까지 겹친 민주당은 일방적인 서울·수도권의 전략공천이 심각한 총선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

전략공천은 '총선 승리와 유능한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당 지도부가 지역과 후보자를 정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취약한 지역구나 절대 우세 지역에 대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파보스중심 정당에서는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지역 여론이나 연고·연관도 없는 후보를, 사실상 '대표 등 실세와 가까운 후보'를 사천 내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22대 총선 공천의 관전 포인트 중 가장 큰 이슈는 각 당의 '현역 물갈이'다. '묻지마 물갈이'라 할 정도로 초.재선과 다선 등 선수에 관계없이 유권자들의 현역 의원 불신은 크다. 

지난 15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은 영입 인재 4명의 전략공천을 발표하며 출생지 등 지역 연고성을 고려한 공천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서울 수도권의 20여 명이 넘는 중진의원들을 상대로 재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 또한 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중진 현역 국회의원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문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사실상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을 정한 뒤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전략공천 지역은 예비후보 등과의 경선 없이 단수 공천하게 된다.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지면, 총선출마를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간 지역당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한 예비후보들은 하루아침에 지역에서 있어도 없는 '투명 정치인' 신세가 되어 버린다. 

현재 민주당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최대 25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 단수공천 지역은 제외다. 

당연히 예상지역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탈당'까지 거론하는 등 격분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 비해 박빙의 차이로 승부가 갈라질 서울·수도권은 더욱 심각하다. 전략공천 강행으로 이길 선거를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다. 친박근혜측 후보들은 친 이명박 대통령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가 컷 오프하자 탈당해 '친박연대'를 창당했다. 친박연대는 당선보다는 주류측 후보 낙선을 겨냥한 자객공천을 실시, 한나라당이 이길 지역구 50여개를 민주당에 헌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진박(진짜 박근혜) 감별사' ‘김무성 옥새파동'으로 더 알려진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친 이명박, 친 유승민 계 등 비주류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그 지역에 '진박' '친박' '누님족' 등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공천해 대패했다. 최대 폭망으로 기록된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의 사천·내천도 같은 경우다. 

당의 인재영입과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관건은 그것이 총선승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빙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구도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비커뮤니케이션 정호성 대표는 "서울·수도권은 전통적으로 박빙의 승부처이긴 하지만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도 개표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며 결국 한 두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곳이 많을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 표를 끌어오기보다 내 표, 집토끼 이탈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략공천 지역으로 거론되는 한 예비후보는 “이기는 공천, 민주적 공천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달렸다”며 “특히 이기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는 ‘공정 경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이 20여 곳의 전략·단수·경선 지역을 발표하면서 서울 중구·성동갑 지역구 등 논란이 예상되는 곳을 결정을 미루고 있는 이유도 공천후유증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성동갑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이언주 전 국회의원 등 계파갈등이 농축된 대표적 지역구다. 

현역인 노웅래 의원의 컷 오프가 결정된 서울 마포구 갑은 이은희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2부속실장, 오성규 전 서울특별시 비서실장, 박경수 전 BBS 불교방송 보도국장 등 7명이 도전하고 있다. 

이낙연계인 전혜숙 의원의 광진구 갑은 김선갑 전 광진구청장, 문종철, 오현정 전 시의원, 이정헌 전 JTBC 뉴스앵커 등 7명이 도전하고 있다.

다수의 정치컨설턴트들은 전략공천에 따른 잡음과 분열, 득표 손실 최소화 방안으로 '후보 간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더 나아가 유럽식의 '결선투표 경선'의 검토를 제안하고 있다.

홍보기획전문가 이윤경 컨설턴트는 "한동훈 비대위는 텃밭 다선 현역의원들에게 험지출마를 권유하고 거부하면 '경선'을 결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물론 경선은 기본적으로 현역의원이 유리하지만, 공관위의 현역의원 지역의 경선 결정은 지역 당원과 지역민들에게는 중앙당의 '교체' 시그널로 작용,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윤경 컨설턴트는 현역 국회의원과 정치 신인 경쟁 지역구나 심각한 공천 후유증이 예상되는 지역구일수록 ‘3자 결선투표 경선’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선거 승패는 결국 중도층에게 달렸고 중도층의 민심 결정에는 감동과 눈물 등 감성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면서 "경선 과정이 드라마틱할수록 대중 인지도 확산과 본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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