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제도 개선해야 국민 신뢰 회복 가능”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보좌진은 의원의 그림자로서 많은 일들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애환도 많다. 함께한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낙선하면 당장 실업자가 되고 만다. 그래서 보좌진 사이에서는 4년 계약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수 보좌진들도 간혹 눈에 띈다. 국회의장실 고성학 정무수석비서관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초선 의원시절부터 함께해 국회의장이 된 이후에도 함께 일 할 수 있었던 특별함은 무엇일까. 고 비서관을 통해 보좌관의 애환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고 비서관은 13대에 국회에 들어왔다. 신영국 전 의원의 비서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14대 때부터 16년간 김형오 의원을 보좌했고 국회의장까지 오르게 하는데 많은 역할을 해왔다.

고 비서관은 “오랜 보좌관 생활을 해오는 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 의장님과 초선 때부터 같이 시작해서 의장에까지 오르는 동안 함께 했던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꼽았다.

그렇다면 오랜 보좌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 비서관은 신뢰와 능력을 갖춰야 좋은 보좌관으로서 장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 비서관은 “신뢰를 받으려면 의원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원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도덕성이 필요하다. 일단은 의원과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능력이 충분조건으로 따라온다. 이를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전문지식을 쌓아야 이런 능력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비서관이 처음 국회에 입문하기 전만 해도 국회는 상당한 오명을 들어야만 했다. 고 비서관은 이런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된 것은 13대 국회 때부터 생겨난 청문회 때문이라고 말한다.

“13대 국회는 현행 국회 체계를 갖추는데 뼈대를 이룬 국회다. 처음으로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이 생겨났다. 특히 이때 처음 시작된 청문회는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다. 나 또한 청문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국회에서 일을 하면 상당한 보람도 느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중에 국회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아 국회에서 일을 하게 됐다”

국회는 13대 이후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국민의 신뢰는 아직 땅에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한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국민들을 국회에서 더욱 멀어지게 했다. 고 비서관은 “의원들 개개인을 보면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국회에 들어와서 정당의 옷을 입는 순간 변화되고 만다. 당론에 따라 좌지우지 되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자기주장을 펼칠 기회마저 잃게 된다. 여기에 당의 공천 제도에 따른 눈치 보기도 횡횡 한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당을 무서워하게 된다. 이런 공천 제도를 수정 보완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고 비서관은 보좌관 시절 산행을 즐겨했다. 보좌관을 하면서 우선시 돼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체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는 밤을 새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고 비서관은 “보좌관 때 13일 동안 쪽잠을 자면서 밤을 샌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1년에 한 두 번 가족 여행을 가도록 노력한다”며 보좌관 생활의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고 비서관은 보좌관들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장되고 마는 노하우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좌관을 가리켜 4년 계약직이라고 말한다. 경력 보좌관들 다수가 선거 결과에 따라 물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경력 보좌관들의 노하우가 사장되고 만다. 후임들을 위해 보좌관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보좌관에 관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보좌관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책으로 남겨 놓고 싶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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