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70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한 국내 1위 비철금속기업 '고려아연'이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나란히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영풍 측은 배당책과 정관 변경안 등에 반대 의사를 밝혀 표 대결이 불기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열리는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사내이사,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을 함께 상정했다.

그러나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주총 부의 의안 중 주주 권익의 심각한 침해·훼손이 우려되는 일부 의안을 확인했다”며 일부 의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영풍 측은 이번 주총 의안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승인 건이 포함된 데 대해 “지난해 중간 배당 1만 원을 포함하면 전년도 현금 배당 2만 원보다 5000원 감소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도 반하는 것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강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식 발행 관련 표준 정관을 반영하고자 한 의안에 대해서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기존 조항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일부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풍 측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은 불가피하게 됐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47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해 아연 제련사업을 하고 있으며 장씨 일가는 영풍 석포제련소,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해 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장씨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런데 2022년 고려아연이 한화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자사주 교환, 상호지분 투자 등으로 우호 세력을 늘리면서 영풍도 계열사 등을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업계는 이들의 지분 매입 행보를 두고 다음달 진행 될 정기 주총 표대결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임기가 다음달 마무리 되기  때문에 표 대결을 통해 한쪽이 이사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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