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마루 끝부분에 쓰였던 용면와는 통일신라에서 세계 최초로 완성되었다. 즉 용의 입에서 4가지 영기문 형태소가 나오는 모양은 중국에 없다. 중국에서 7~8세기 당()니라 때, 기와가 쇠퇴해 갈 즈음, 통일신라에서는 기와가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하여 고려에 이어진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사건이다. 임기와도 백제서 창조되어 통일신라에서 완성된다.

도 1, 기와의 쓰임새, 국립경주박물관에 예상 쓰임새. 사진=강우방 원장
도 1, 기와의 쓰임새, 국립경주박물관에 예상 쓰임새. 사진=강우방 원장

용의 입에서 4가지 영기문 용면와 통일신라에서 세계 최초완성
학자 귀신의 얼굴 용면와 연화귀면와(蓮花鬼面瓦)라고 부른 이유

통일신라 용면와를 한 점 더 분석해보기로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건축을 알 수 없으나,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보면 월지관(月池館)에 지붕 일각을 추정 복원해 놓은 것이 있으므로 반드시 살펴보기 바란다.(1) 추녀마루 끝을 마무리하는 용면와에는 하반부에 둥근 원을 만든 것을 볼 수 있는데 왜 그런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그것은 막새가 없는 수키와를 연이은 등에 얹는 것이라 그런 둥근 모양이 생겼다. 그리고 그 용면와는 그대로 올리면 불안하므로 그 위에 망새기와라는 것를 얹어두어 큰 용면와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따라서 대부분의 용면와의 윗부분은 간혹 녹유를 시유하지 않고 문양도 없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추녀마루 끝 마무리 용면화 의문의 둥근원

용면와인 만큼 한 점 더 살펴보기로 한다. (2-1) 채색분석해보면 역시 분명하게 보인다.(2-2) 7회에서 다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역시 용의 입에서 양쪽으로 제1영기싹이 나오고, 주변 문양 띠에 연이은 보주들이 있다. 이 무량한 보주들은 역시 용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맨 위 부분에는 아무 문양이 없는데, 그것은 망새기와가 위에 놓이므로 보이지 않아 비워둔 것이다. 그 자리에 용의 얼굴이든 연꽃 모양이든 둥근 수막새가 놓이면 그 용이나 연꽃 모양에서 양쪽으로 발산하는 영기문이 될 것이기에 조각해 두었다.

도2-1. 월치 출토 녹유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2-1. 월치 출토 녹유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 2-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2-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2-3. 사진=강우방 원장
도 2-3. 사진=강우방 원장
도2-4. 뉘어서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2-4. 뉘어서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2-5, 단순화. 사진=강우방 원장
도 2-5, 단순화. 사진=강우방 원장

이것도 차차 다루겠지만, 수막새와 암막새의 상호관계를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들로 봐서 지금까지 다룬 용면와들은 모두 추녀마루 끝을 장식한 용면 추녀마루 막새라고 불러야 정확한 명칭이다. 간단히 추녀마루 기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용면와는 두께가 두꺼워서 측면에도 영기문을 조각했다.(2-3) 채색하되 파악하기 쉽게 뉘어서 분석해 보았다.(2-4) 복잡하게 보이지만, 단순화해 보면, 약간 복잡한 연이은 제3영가싹 영기문임을 알아볼 수 있다.(2-5)

녹유를 입히지 않은 용면와가 있다.(3-1) 그리 관심을 두지 않지만, 채색분석하면 금쪽같은 귀한 용면와로 변모한다. (3-2) 용 입에서 역시 양쪽으로 제1영기싹이 나오고 있고, 주변 문양 띠에는 꽃 모양을 띤 무량보주가 연이어 있다. 중심에 보주가 있고 사방으로 둥근 모양이 있어서 꽃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으나 무량보주로 봐야 한다. 역시 용의 입에서 나오는 무량한 보주다.

도 3-1. 월지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 3-1. 월지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 3-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3-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용의 입에서 나오는 무한한 변주 영기화생론

이미 언급한 것처럼, 통일신라시대에 용 얼굴의 입에서 나오는 영기문은 보주, 1영기싹, 2영기싹, 3영기싹 등, 4가지 기본적인 형태소가 나와 무한한 변주가 성립하고, 거기에서 만물이 생겨난다는 사상이 바로 나의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으로, 말하자면 용의 입에서 역시 나의 사상이 생겨난 셈이다. 그렇게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용면와의 영향을 받은 일본에도 용면와가 많지만 아쉽게도 모든 일본 국민과 학자들이 귀면와(鬼面瓦)라고 부르고 있어서 안타깝다.

그러므로 나의 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모든 문양이 풀리지 않고 있는데, 그런 사정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용면와를 창조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그야말로 홍복(洪福)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홍수 같은 큰 물결 같은 행복 속에서 나의 삶과 나의 학문이 지금까지 25년간 용면와를 연구하면서 상승세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그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며. 그래서 이런 연재를 쓰고 있다.

이제 일본의 용면와를 살펴볼 때가 왔다. 백제가 일본의 아스카 문화 성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558년에 백제 와박사(瓦博士)이 일본에 가서 기와를 전했는데 와공(瓦工)이 아니고 와박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아스카 시대 초기 연화문 수막새 와당이 백제의 것과 같다는 것임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용면와는 통일신라시대의 영향이 분명하다. 그리고 통일신라시대에 암막새와 수막새가 한 세트가 되어 일본 백봉(白鳳)시대 이후 영향을 주었다는 것임을 내가 처음 밝혔다. 그러나 역시 안타깝게도 한국이나 일본의 기와 연구자들은 그것이 한 세트가 됨을 모르고 각각 따로 연구하고 있다, 이 절대적 진리를 모르고 있어서 통탄하기 짝이 없다. 눈에 띄지 않게 이 연재는 수막새와 암막새가 한 세트임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아차린 분들이 있으리라. 이 연재를 쓰는 목적이 이 진리를 밝히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 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

통일신라시대 영향을 받은 일본의 용면와

도 4-1. 일본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 4-1. 일본 용면와, 사진=강우방 원장
도4-2 밑그림. 사진=강우방 원장
도4-2 밑그림. 사진=강우방 원장
도 4-3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4-3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일본의 이른 시기, 6~8세기의 용면와 2점은 형태가 한국 것과 기본적으로 같으므로 이해가 빠를 것이다.(4-1) 밑그림 그려서 채색분석해 보니, 입이 제1영기싹으로 이루어져서 우리나라에서는 엿볼 수 없는 형태여서 더 앞섰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롭다.(4-2, 4-3) 그 입으로부터 사방으로 제1영기싹이 발산하고 있다. 입 안의 사각형들은 모두 보주들이고, 치아 등도 면으로 된 제1영기씩들이다. 눈과 코도 둥근 보주로 나타냈고, 눈썹은 긴 제1영기싹으로 삼았다. 그리고 주변 문양 띠에는 큰 보주들이 연이어 있다. 사각형 모양의 용면와도 처음 본다.

이 용면와를 자세히 채색분석해 보니, 옛 일본 와공들은 이렇게 익살스럽게 온갖 영기문으로 매우 정확하게 용을 표현하였는데, 현대의 사람들은 용을 귀신으로 알고 있으니, 일본미술이 올바로 풀려질 수 없어서 가슴 아프다. 여러분도 밑그림을 그려서 채색분석하고 싶지 않나요?

도 5-1. 사진=강우방 원장
도 5-1. 사진=강우방 원장
도 5-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5-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또 다른 예를 볼까요? (5-1) 채색분석해 보니 역시 입에서 제1영기씩이 나오고, 치아들도 사각형 보주들이어서 치아에서 각각 제1영기싹이 나오고 있다! 코는 제3영기씩이 분명하고, 보주 눈에서 위로 길게 영기문이 뻗어 올라가고 있다. (5-2) 우리나라의 용면와를 수많이 다루어 보았으나, 일본의 이러한 용면와를 분석하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서가며 용면와를 우리 것보다 더 흥미롭게 완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훨씬 시대가 내려오는 14~15세기의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의 용면와를 보면 일본적 성격이 뚜렷이 보이는 새로운 조형을 완성했음을 알 수 있다.(6-1) 채색분석해 보면 입 밑으로 굵고 긴 제1영기싹이 양쪽으로 뻗어나 있고, 특히 머리 중앙에 노란 영기문과 그 사이의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들이 나오는 형태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6-2) 그리고 주변의 연주문은 비교적 작게 그려 넣었다.

도 6-1. 사진=강우방 원장
도 6-1. 사진=강우방 원장
도 6-2.사진=강우방 원장
도 6-2.사진=강우방 원장

연꽃처럼 보이는 귀면와 일본식 연화귀면와

그다음, 한눈에 연꽃처럼 보이는 귀면와가 있다. 일본 학자들은 귀신의 얼굴이 아니더라도 기능이 같아서 역시 연화귀면와(蓮花鬼面瓦)라고 부른다. (7-1) 채색분석해 보면 연꽃같이 보이지만 중심의 동심원 보주에서 영기문이 확산하며 그 둘레에 둥근 보주들이 사방으로 발산하고 있으며 주변 문양 띠는 지그재그 문양으로 나타내어 변화를 주고 있다. (7-2) 지그재그 문양은 물을 상징하는 파상문을 직선으로 나타낸 것이다. 거치문(鋸齒文), 즉 현실에서 보는 톱날 같은 모양이 아니다.

도 7-1. 일본 용면와=연꽃모양=무량보주=용. 사진=강우방 원장
도 7-1. 일본 용면와=연꽃모양=무량보주=용. 사진=강우방 원장
도 7-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도 7-2 채색분석. 사진=강우방 원장

용면와에는 현실에서 보는 형태들은 전혀 없는데, 현실에서 보는 비슷한 형태를 빗대서 명칭을 만들므로 용어가 모두 올바르지 않다. 이 연화귀면와(連花鬼面瓦)에 이르러 용과 연꽃이 만나는데 각각 보주를 모르면 서로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즉 두 가지 모두 무량보주를 상징한다. 차차 설명할 것이다.

모든 것은 보주를 모르면 보이지도 않고, 설명해도 들리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일본 고대 용면와의 매력에 빠진 것은 뜻밖의 경험이었다. 그리고 채색분석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만일 채색분석하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아무런 설명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선 여러분이 이미 마음에 각인되어온 허접한 용의 모습을 과감히 지워버리고 자유로워야 한다. 천태만상(千態萬相)의 용 모습들이 가능한 것은 용을 갖가지 영기문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채색분석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강조하는 까닭은, 한국미술과 일본미술의 운명이 바로 이들 용면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인류가 창조한 조형예술품의 운명이 용의 입에서 나오는 보주, 1영기싹, 2영기싹, 3영기싹 등 4가지 형태소로 세계의 다양한 영기문의 표현들이 풀리기 때문이다.

용면와들 문자언어처럼 조형언어로 구성

도 8-1. 용면와를 보주로 표현하면 이런 조영이 됨. 사진=강우방 원장
도 8-1. 용면와를 보주로 표현하면 이런 조영이 됨. 사진=강우방 원장
도 8-2 일본의 모든 용면와는 이런 모양으로 귀결. 사진=강우방 원장
도 8-2 일본의 모든 용면와는 이런 모양으로 귀결. 사진=강우방 원장
도 5-3, 사진=강우방 원장
도 5-3, 사진=강우방 원장
도 8-4, 사진=강우방 원장
도 8-4, 사진=강우방 원장

이들 용면와들은 조형언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문자언어처럼 처음과 끝이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채색하며 읽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채색분석이 끝난 다음 단순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신라 용면와들을 지난 회에서 단순화해 보았다.

일본 용면와도 마찬가지다. 용은 무량보주이고 하나의 보주도 무량보주이므로 보주에서 양쪽으로 연이는 제1영기싹이 나오는 것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8-1) 이것을 더 단순화하면 8-2’가 되고, 더 단순화하면 8-3’이 되고, 더 단순화하면 8-4’가 되어 마침내 하나의 보주로 귀일한다.

그러면 역으로 가보면, 보주 안에 연이은 제1영기싹이 가득 들어 있는 셈이다. 그 극적인 예가 일본 대덕사(大德寺)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의 관음의 투명한 옷에 금으로 그려진 수백 개의 둥근 문양에서 알아볼 수 있다.(9-1) 그 둥근 문양은 보주이지만, 학계에서는 원형연화당초문이라 부르고 있다. 채색분석해보니 그 제한된 둥근 공간 안에서 영기문이 무한히 전개되어 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9-2) 그 문양을 단순화하여 그려 보고, 둥근 보주 안에서 전개한 것을 밖으로 꺼내어 수평으로 전개해 보았다.

도 9-1. 대덕사 수월관음도의 문형 무늬. 사진=강우방 원장
도 9-1. 대덕사 수월관음도의 문형 무늬. 사진=강우방 원장
도 9-2, ,수월관음도의 보주 표현강서중묘 영기문 넘버링. 사진=강우방 원장
도 9-2, ,수월관음도의 보주 표현강서중묘 영기문 넘버링. 사진=강우방 원장
도 9-3 대덕사 보주의 실상1. 사진=강우방 원장
도 9-3 대덕사 보주의 실상1. 사진=강우방 원장
도 9-4. 보수의 실상2. 사진=강우방 원장
도 9-4. 보수의 실상2. 사진=강우방 원장

그리고 보주에서 사방으로 확산하는 모양도 그려 보았다.(9-3) 보주에서 사방으로 확산하여 가는 영기문의 무한한 확산을 타원형 보주로 만들어 보았는데, 그것은 원래 원형 보주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9-4) 이로써 용면와를 분석하기 시작해서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단계적으로 보여 준 셈이 되었다.

드디어 이제 8부 능선에 이르렀다. 10회가 정상(頂上)이다. 무슨 일이든 정상에까지 이르러야 힌다. 시지프는 이제 전혀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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