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천 잡음' 총선에 악영향, "이재명, 불출마·대표 사퇴 고려해야" 
'공천 순항' 중인 與 '식어 빠진 다방 커피' 같은 공천 지적도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공천 잡음이 극에 달한 더불어민주당은 혼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지는 반면 국민의힘은 아주 조용한 '순항'을 지속 중이다. 이에 본지는 여론조사 전문가·정치평론가·정치학 교수로 구성된 전문가 7인에게 양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평가와 22대 총선의 전망을 물었다. 

野 '옥새 파동'급 공천 내홍 예고, 與 '170석' 확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는 인물이 5% 이슈가 20% 선거 구도가 70%다"며 "공천 잡음이 생기면 선거는 힘들어진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였고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두 배가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거 직전 '옥새 파동'으로 인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 직전까지 총선 승리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친박계(친박근혜계)와 비박계(비박근혜계) 간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결과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당시 계파 갈등의 상징적인 사건인 '옥새 파동'은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청와대가 주도한 진박 (진실한 친박) 공천에 반발해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부 공천장에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상황을 뜻한다. 

아울러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공천 파동 결과에 따라서 총선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야당이 공천을 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만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이나 당대표 사퇴를 결단하지 않으면 공천 파동을 쉽게 돌파하기 어렵다. 만약 민주당의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총선 승리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여·야는 '우리 당은 어떤 전략과 기준으로 선거에 임한다'는 공천의 컨셉이 있었다. 중구난방식 공천은 없었다"며 "각 정당마다 전략에 따라서 세대교체·민생·민주화 등 어떤 형태로든 컨셉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컨셉만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낫다. 민주당은 지금 어떤 기준과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공천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답일 수도 있고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운동권 청산'이라는 주제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홍 소장은 "공천의 핵심은 새로운 정치인의 발굴이다. 전통적으로 인재 영입의 경우 진보 진영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열세에 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그 결과가 지금 정당 지지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당대표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며 “공천 국면 전까지는 민주당의 절대 우위가 점쳐졌지만, 공천 이후로는 민주당의 낙관론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양당 대표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보다 긍정 평가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위원장에 대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53%는 '잘한다', 40.7%는 '잘못한다'로 긍정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반면 이 대표의 경우 '잘한다' 38.0%, '잘못한다' 56.6%로 부정적인 답변이 과반을 넘었다. 

정당 지지도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44.3%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37.2%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해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7.1%포인트(p)로 오차범위(6.2%p)를 넘어섰다. 자세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나아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70석의 의석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보면 마치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 같다"며 "당장 본선 승리보다는 원외 지역위원장 물갈이가 목적인 것처럼 이상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공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엄 소장은 "국민의힘은 공천룰대로 경쟁력 중심의 공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부작용도 최소화되고 있고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식어 빠진 다방 커피'처럼 밍밍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시대정신을 담는다거나, 미래 비전을 반영한다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천 결과가 곧 총선 결과와 같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저는 국민의힘 170석·민주당 120석 구도로 보고 있다"며 "일단 유권자 지형 자체가 지난 8회 지방선거와 차이가 없다. 60대 이상 고령층·2030 남성층은 국민의힘, 4050 중장년층·2030 여성층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단순 비교하면 팽팽한 양상일 수 있으나, 유권자 비중과 투표자 비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엄 소장은 "지난 지선 당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30.3%였는데 투표자 비중은 40.4%로 올라갔다. 여론조사 상으로 엇비슷하면 국민의힘이 우세하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 7%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앞서지 않는다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공천 잡음'은 당연한 현상, '정권심판론' 이길 카드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반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천 잡음은 당연한 현상이다. 올해 공천 과정이 특이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전 선거에서도 공천 과정은 시끄러웠고 불복하는 사람들이 나왔고 지도부는 애써 외면했던 일들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언론은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국민의힘도 지역구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후보가 컷오프된 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잘 안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이 컷오프되면 이 대표의 사당화 얘기가 나온다. 언론에서 선호하는 얘기다. 인터넷 포털만 봐도 대다수의 보도가 민주당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표현하는 중이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최 평론가는 "다음주까지 (공천으로) 소란스러운 뒤 다시 예전처럼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본다"며 "여·야가 모두 나름대로의 시스템과 기준을 가지고 공천을 했기 때문에 이번 공천 작업 자체의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어젠다 싸움이다.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이 구도로 흐를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근거다. 박스권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당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야권은 소란스러운 상황이 맞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야의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온다거나 여권이 역전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천 잡음은 여·야의 의석수 차이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여권은 워낙 의석수가 적다 보니 현역보다는 도전자가 많은 상황이다. 또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혼잡스러운 수도권보다는 텃밭 지역에 고정된 상황인 만큼 공천 잡음을 순탄하게 넘어가는 형국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야권은 텃밭인 호남의 의석수가 28석 밖에 안되는 반면 수도권의 의석수는 100석이 넘는다. 현역의원과 도전자가 모두 수도권에 몰린 만큼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소란이 예상될수록 공천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야 하는데 여론조사 논란 등으로 인해 야권 내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민주당은 내부 분란을 빠르게 정리하고 원래 공관위의 절차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어느 선거나 공천 과정은 시끄럽다. 공천이 끝나는 순간부터 선거는 다시 프레임 전쟁으로 전환된다. 결국 현 정부의 국정 기조 변화 혹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정권심판 프레임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국민들은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여·야의 박빙 속에서도 야권의 근소 우위가 점쳐진다"면서도 "지난 총선처럼 180석의 정당이 나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야가 모두 150석 근처의 의석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당 모두 친윤(친윤석열)·친명(친이재명) 공천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포장 아래 계파·사심 공천을 진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의석수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공천 잡음의 크기가 더 큰 편이다. 국민의힘은 중진 재배치를 통해 현역의원들을 험지로 보내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의석수가 너무 많다 보니 그럴 공간이 없다"며 "야당인 민주당은 공천 탈락자들을 달랠 수단도 없다. 여당은 낙천자들에게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현재의 공천 파동은 총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계파 공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양당 심판론'으로 인해 제3지대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제3지대의 공천이 신선하지 않거나 양당과 마찬가지로 공천 논란이 불거진다면 양당 심판론이 희석될 여지도 있다. 선거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 평론가는 "이번 총선의 경우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양당의 극한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한쪽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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