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대표 정치인, 현역페널티·전략공천 투명 정치인전락...공정경선 보장 우선
- 현역 19명 교체로 폭망한 미래한국당 공천 비교..황당한 국민의힘 공천 비난

22대 총선 공천자 발표가 속속 잇따르면서 각 당이 현역의원 컷오프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현역 물갈이, 후보 교체가 많은 민주당은 공천이 '친명(친이재명) 횡재', '비명 횡사'라며 계파 갈등이 증폭, 탈당과 반발이 이어지고 분당까지 거론되는 등 위기 수위가 급 상승중이다. 비주류측은 민주당 대패를 예언하는 자조와 저주를 서슴치 않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역 컷 오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현역 특혜’ ‘깜깜이 공천’ '무늬만 물갈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V2(김건희 여사) 라인을 자처했던 예비후보들은 기대했던 낙하산 공천이 어려워지자 "중진 물갈이하라고 보낸 한동훈이 중진들과 야합, 용산(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거품 물며 성토중이다.

컷 오프(cut off)2~3명의 경선대상 후보를 정해 현역을 포함해 나머지 후보들에게는 경선 기회를 주지 않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 단수공천은 영입인사나 실세 측근, 또는 다른 경쟁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 당선가능성이 확실한 경우 실시된다.

후보들이 가장 반발하는 경우는 '전략공천지역'이다. 전략공천은 말 그대로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후보자를 전략적으로 지명하는 것이다. 당의 승리가 유력한 텃밭 지역구나 취약지역, 특정 선거구가 지명되는데 중앙당과 지도부의 의지, 메시지가 담긴 후보가 지명된다.

낙하산 공천인 단수공천이나 전략공천이 되면 기존 현역의원과 출마를 위해 뛰고 있던 예비후보들은 전부 배제된다. 어제까지 지역 유력 후보였던 정치인들이 졸지에 있어도 없는 '투명 정치인' 신세로 전락된다.

이번 총선 공천 흐름을 보면 경선을 제한하는 컷 오프가 현역 탈락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단수공천이 부담스런 현역 의원의 재공천 방책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지도부의 불출마나 지역구 이동을 거부하는 현역 의원 교체방법으로 이용한다.

3선 이상 현역의원 15% 감산 등 페널티가 있지만 현역 의원은 인지도와 조직력이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할 수밖에 없어 지도부의 뜻대로 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도부와 가깝지 않은 비주류 의원들의 경우 경선 요구는 치명적이다. 경선 결정은 곧 지역 당원과 주민들에게 지도부의 강력한 교체' 시그널, 메시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효과다.

과도한 친명 공천으로 '방탄 공천' 비난에 이어 대표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공천 논란에 대해 "누군가는 1등하고 누군가는 꼴등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을 위한 사천·내천·밀실 공천, 비명 횡사-친명 횡재 공천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와 판단 절차, 기준에 따른 합리적 시스템 공천이라는 주장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이 대표 말대로 경쟁은 당연히 승자와 패자, 순위가 정해진다. 선거 역시 당락이 결정되는 경쟁이다. 문제는 승패와 순위를 누가 결정하느냐다.

민주주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재다. 독재는 권력자의 의사결정에 견제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하나 또는 소수에 권력이 독점되어 있는 정치다. 반면 민주주의 선거는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를 지키는 그런 국민의 대표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의원 후보를 국민이 정하지 못한다. 중앙당 지도부, 권력실세들이 제시하는 후보 중에서 골라야 한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은 지역 국회의원이 후보를 정한다.

당원들이 자기 당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 대표를 정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를 당이 정해 100% 찬성을 자랑하는 북한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황당한 것은 국민의힘 현역 컷 오프가 7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여당 지역구 의원 90명 중 최대 4.4%에 불과하다면서 하나 마나 한 꼼수 컷 오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교 대상이 21대 총선이다. 4년 전 미래한국당은 현역 물갈이가 19명이었는데 왜 7명도 안되냐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이 그래서 폭망했는데도 말이다.

또 현역 교체, 공천 물갈이 빈 자리에 권력을 등에 없는 초선의원으로 채워져 최악의 국회로 기록된 21대 국회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단지 잘못된 물갈이라고 치부할 것인가.

물갈이와 현역 교체, 외부 인재 영입이 필요했던, 불가피했던 시기가 있었다. 엄혹했던 독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 출범 전후다.

지금은 2024년이다. 의사 수 증원에 반대하는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막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현역 교체와 물갈이를 공천개혁, 정치개혁 척도로 삼는 인사들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 부족한 것이 '저급한 민도'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지역민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무시하는 중앙당의 공천 독재를 타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공천권을 폐지 못한다면 최소한 공정 경선이라도 보장해 보스의 거수기가 아닌 진정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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