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김해·의정부도 매년 적자...뻥튀기 수요예측에 예산 줄줄이 낭비
- 자치단체장 무리한 치적 쌓기용 사업에 경종...도미노 소송 이어질 수도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혈세 낭비'의 대명사였던 '경전철' 사업에 대해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 소를 제기한 시민들의 편에 서서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용인경전철 운영 지역 주민들이 소송을 낸 지 11년 만의 판결이자, 대형 민자사업에 대한 사실상 첫 번째 법원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경전철 사업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지자체에 이목이 쏠린다. 재판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자치단체장의 무리한 치적 쌓기용 사업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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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전철 사업은 2012년 7월 시작됐다. 7만 9000명을 시작으로 최대 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수요의 50%를 넘기면 의정부시가 전체 관리운영비의 80%를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측이 빗나갔다. 파산 전까지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후 사업자는 의정부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시는 결국 1720억 원을 지급했다.

2019년부터 새로운 사업자가 경전철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의정부시가 혈세로 손해를 보전해 줘야 할 상황이다.

- 혈세 낭비 막는 경종 되길   

앞서 용인시민들은 2013년 10월 당시 시장과 경전철 사업에 관여한 전·현직 공무원 등을 상대로 1조 23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냈다.

이들은 사업 당시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였던 이정문 전 시장 등이 공사비를 과다하게 투입했고 캐나다 회사인 봄바디어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점을 들며 세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당시 용인시 정책보좌관 박 모 씨의 일부 책임만을 인정해 10억 원대 손해배상 판결을 했지만, 주민소송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0년 원심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하면서 다시 재판이 열렸고 3년 7개월 만에 용인시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4일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모두 214억6000여만 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 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업 실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전임 용인시장 등에게 있다는 판결로, 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 사업 실패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공무원들의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용인시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재상고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대리인 등의 법률 자문을 받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판결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고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등의 법률 자문을 얻는 법리적 검토를 거쳐 재상고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2 용인경전철' 될라 … 다른 지자체들 긴장

이번 소송으로 다른 지역 경전철에도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2011년 개통된 부산~김해 경전철, 2012년 개통된 의정부 경전철, 2019년 개통된 인천 월미바다철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경전철은 용인경전철처럼 수요예측을 뻥튀기하고, 민간사업자에게 높은 비율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조건으로 제시해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 곳간이 텅 비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향후 시민단체 등에서 배상책임을 묻는 유사 소송이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다.

2002년 사업시행자를 지정한 부산·김해경전철은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 개통 이후 현재까지 김해시와 부산시는 사업 적자를 보전하는 데 73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12년 동안 김해시가 4662억원, 부산시가 2715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만 경전철 적자 보전비용으로 김해시와 부산시가 각각 505억 원, 293억 원을 메웠다.

한편 이번 판결은 법원이 민선 단체장의 무리한 치적 쌓기용 사업과 엉터리 예측을 한 연구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면서 공약 이행 추정액이 60조 원에 달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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