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CD 정리하고 싶은데 출구전략 속도 안붙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LG디스플레이 TV용 LCD를 생산 중인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측이 공시를 통해 아직 (매각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LCD 업계는 올해가 매각 적기라는 입장이다.

이미 중국의 대형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내 LCD의 중요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철동 대표의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 하기도 한다.

- ‘광저우 LCD 공장 매각설’ 해명 공시...전략적 활용 검토
- LCD 중요도 하락에 中 소극적 태도…삼성과의 협력도 변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며 "중국 광저우 공장 등 LCD 자산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나 결정은 없다"라고 밝혔다.

사측의 이번 공시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광저우 공장 매각설에 대한 해명이다. 최근 국내 일부 언론은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를 생산하는 광저우 공장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나 중국 가전업체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 광저우 공장의 지분을 보유한 스카이워스 등이 주요 협상 대상자로 거론됐다. 이들 외에도 재무적 투자자(FI)가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스카이워스와 TCL이 광저우 공장 인수에서 앞서 있다는 현지 업계의 주장이 나왔으나, LG디스플레이는 모두 부인한 바 있다.

- 현지 업계에 매각 주장…. 아직은 지켜봐야

LG디스플레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을 지켰다.

하지만 2018년부터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자국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급부상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기업과의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 수익성은 점차 악화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LCD 비중을 줄이고 있다. 같은 해 11월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의 TV용 LCD 패널 생산을 종료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LCD 관련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광저우 LCD 공장의 생산량도 절반으로 줄여 운영했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사업경쟁력 및 성장 개발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적극적인 재원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로부터 1조 원을 차입한 데 이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 조건의 신디케이티드론 차입 계약도 체결했다.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추진 중이며, LG디스플레이 최대 주주인 LG전자도 50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전무)은 지난 1월 ‘CES 2024’ 브리핑에서 광저우 공장 매각 시점을 묻는 말에 “사업 구조조정을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는 매각 시점과 대상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OLED를 통한 사업 구조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도 사업 구조 가속화를 진행할 것이고 올해 완성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공장 매각이 성사되면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된다. 업계가 추정하는 광저우 공장의 매각 대금은 1조 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IT 기기용 OLED를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8.6세대는 디스플레이 유리 원판(원장) 크기가 기존 6세대 대비 두 배가량 커 생산 효율성이 높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8.6세대 양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 방안을 밝혔다.

또한 업계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LG디스플레이 LCD 패널 수주 물량을 기존보다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매각 적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LCD(액정표시장치)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협력을 확대한다.

지난 6일 DSCC 등 시장분석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양사는 LCD 및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장기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55인치, 65인치, 77인치, 83인치 등 4개 OLED TV 라인업을 두고 있다. 이 중 83인치는 공급사 중 하나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지 않아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WOLED) 패널을 사용했다.

- 8세대 OLED 투자 나서나

올해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83형 외에 42인치, 48인치를 추가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40인치~80인치를 아우르는 OLED TV를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DSCC는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500만 대의 OLED 패널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돌파구가 시급한 삼성으로서는 OLED TV 확대가 필수 불가결한 선택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OLED를 공급받고는 있지만 연간 물량이 200만 대 미만이어서 추가 조달에 한계가 있다. 삼성 TV의 연간 판매량은 약 4000만 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OLED 라인업을 강화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LCD에서도 공급량을 늘릴 전망이다. DSCC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한 LCD 패널 공급량을 300만 대 정도로 추산했으며, 올해는 500~600만 대를 공급할 것으로 봤다.

DSCC는 "LCD 공급량 증가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서 LCD 패널(CA-1) 공장을 재가동했다"며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말 CA-1을 폐쇄했지만, LCD 패널 공급을 늘리기 위해 올해 1월 라인 가동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철동 대표의 결단을 주시한다. 중국 시장에서 LCD의 중요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과 공장 재가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춤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 한 신문은 현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중국 1인 가구 증가, 수요 부진 등에 따라 LCD 패널 투자가 예상보다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며 "LCD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이 LCD를 철수하긴 어렵겠지만 (LCD 패널 추가 투자 대신) OLED로 전환하거나 마이크로LED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17억 원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간만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올해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서다.

증권가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컨센서스(추정치)는 3457억 원이어서,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상반기 추산하는 손실 규모만 1조 원에 달한다. 대형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에 4분기 예상 수준은 상저하고(上低下高)라고 전망했다.

김운호 애널리스트는 "2024년 LG디스플레이 실적 및 영업환경은 2023년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LCD TV 업황은 부진하지만, 국내 거래선 물량 확대로 2023년 대비 가동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P OLED도 2023년 대비 점유율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고, W OLED도 국내 고객 물량 확대로 2023년 대비 100만 대 이상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다만 2023년 4분기 많이 증가했던 P OLED는 계절성으로 2024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할 전망이나 하반기에는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형 OLED도 신규 거래선 효과로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각 진행 중인 광저우 LCD TV 라인도 국내 고객 물량 확대로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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