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 통합...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에 관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곧바로 검찰이 항소에 나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는커녕 지속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에 더불어 지난 19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통합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와 초기업 노동조합의 출범으로 이 회장의 ‘뉴삼성’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대 리스크 굴레에 빠진 이재용... 해결해 나갈 방도는 
-초기업 노조 통합이 공식 출범... 그룹의 근간 흔드나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5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길고 끈질겼던 사법 리스크를 벗어 던지고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하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검찰이 이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결정하면서 올해는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재판이 2심을 넘어 3심까지 갈 경우 사법 리스크가 또 다시 수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올해 등기이사 복귀를 미룬 것으로 보여진다.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 중에 이 회장만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로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진 것 자체가 삼성 입장에서는 이 회장의 ‘뉴삼성’을 만들어 재도약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 지난 19일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뭉쳐 탄생한 초기업 노조가 출범했다. 총조합원이 1만 5000여 명 넘는 통합노조 탄생으로 삼성의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출범한 삼성전기 존중노조는 정식 가입은 아직 하지 않았으나, 규약 변경을 마치고 오는 5월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1만 8000명에 달하는 노조원... 노사갈등 우려

현재 초기업 노조 조합원 수는 총 1만5800여 명으로 전해진다. 지부별로는 삼성전자 DX지부 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 4100명, 삼성화재 리본지부 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2200명 이다. 여기에 합류 예정인 삼성전기 존중노조 조합원 2100명까지 포함하면 총 1만7900명 정도다. 대규모 노조가 결합하면서 앞으로 다른 삼성 계열사 노조가 추가로 초기업 노조에 합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2022년 한국노총 산하 삼성 12개 사 노조가 임금 10% 인상,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며 연대한 바 있지만 이번 삼성 계열사 노조 간 초기업 노조 통합이 공식 출범하는 건 이번이 최초이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번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의 출범으로 노조 리스크가 가중될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해 삼성은 최근 이례적인 반도체 업황 침체로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폭풍이 휩쓸고 간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충격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고 대규모 투자를 경영 1선에 나서 삼성을 이끌어 가야 할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장기간 해외 출장에 제한될 것으로 예상돼 M&A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3대 리스크 해소'라는 현안을 마주한 이재용

기업에 있어 ‘3대 리스크’라고 불리는 경영 악화·사법 리스크·노조 리스크까지 악재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회장의 ‘뉴삼성’의 걸림돌이 돼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눈앞에 던져진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은 이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일 삼성 3기 첫 정기회의에 참석한 삼성그룹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책임 경영을 더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빠른 시일 내 적절한 시점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 회장의 항소심 등이 남아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기이사 복귀 여부를 타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삼성 내 4개 계열사가 모여 출범한 '초기업 노조'에 대해 "준감위의 과제가 인권 중심 경영"이라며 "노조와 노사관계, 노노관계 등 여러 부분에서 인권 경영이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관계는 "국민 모두가 승인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며 "약간의 긴장 관계도 있어야 하지만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건전한 관계도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