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방안 두고 與·野 온도차 '여전'
與·野 합의 불발 시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부의는 3월 말로 예상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1대 국회의 마지막 쟁점 법안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로 올라갔다. 그간 여·야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했다. 이렇다 보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끝내 야권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월경 여·야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제정 당시 6개월마다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이 급박하다 보니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법안의 미비점은 후속 조치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지난해 12월경 국회 국토위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선구제 후회수는 공공기관이 피해자들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야당이 지난해 12월경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이유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두고 여·야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여당은 선구제 후회수 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가 사인 간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국토위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채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법 86조 3항에 따르면 법사위로 회부된 법안이 이유 없이 60일간 계류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으로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 이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부의 요구의 건은 지난 27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져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이와 관련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선구제 후회수'를 실질적 지원책이라고 호도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입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 2711만 원이고, 최우선변제금 대상이 아닌 후순위 피해자가 48.6%로 추정된다"며 "피해자가 2만 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대 3706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3706억 원과 관련해서도 보증금의 30% 이상 회수가 가능한 경우 등을 따져보면 실제 들어가는 세금은 훨씬 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책위는 "첫 번째 희생자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인데 아직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안건 상정에 합의하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본회의 부의 여부를 두고 갈림길에 놓인 상태다. 부의란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이 국회 표결 절차를 밟기 위해선 법안 '상정'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국회법 86조 4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법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만약 여·야가 오는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에 합의할 경우 29일 본회의에서 부의와 표결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30일 뒤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 절차에 돌입한다. 최소 3월 말까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상정 "尹 대통령 전세사기 특별법 거부권 안돼" 당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을 예방한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을 예방한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다 보니 심상정 녹색정의당 신임 원내대표는 28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정부가 지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재정 파탄과 비현실적 방안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살펴봐 달라"며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 마련금 반환 사업을 하고 있지 않나. 그걸 연장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일 본회의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는데, 저는 집권여당에서 당연히 동참하셔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셨으며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혹여라도 그런 정부의 문제제기를 근거로 해서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시지 않으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해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부가 함께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며 "다만 국회 마지막까지 (민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여·야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부분을 오랫동안 숙의해서 합의하고 처리하는 관행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는 3월 말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심 의원의 지적대로 당·정이 선구제 후회수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야당이 본회의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을 전후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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