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동네북이다. 시작은 좌파의 공작이었다. 소위 김건희 리스크라는 저열한 음모론을 퍼뜨린 것이다. 그 뒤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리투성이인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대통령은 비리를 별반 찾기 어렵기에 후보 부인을 물고 늘어진 것이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좌파는 물론이고 보수 내에서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혐오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건 영부인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여서, ‘나대지 마라라는, 일반인에게 써도 모욕적일 듯한 말이 현직 영부인에게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 우상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에게 나대지 말 것. 이런 요청을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김여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타지마할에 다녀오는 등 국민 세금으로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충족했던 전직 영부인과 달리, 가급적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다고 비난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꼭 참석해야 할 자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나가면, 그때 찍힌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또 기어나와? 제발 좀 나대지 마라!’ 민주당이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없기에, 그들은 양평 고속도로의 경로가 김여사 때문에 변경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재미를 본 데 이어, 영부인을 공격해 이번 총선을 이기겠다는 파렴치한 계획을 세웠다. 김여사를 겨냥한 도이치모터스 특검이 바로 그것, 물론 대통령은 진작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의원 200명의 찬성이 있다면 이를 뒤집을 수 있기에, 민주당은 특검 재의결을 2월 말로 미뤘다. ? 그때쯤 국민의힘 공천이 대략 마무리되는데, 공천에서 탈락한 국힘 현역의원들이 민주당 특검안에 찬성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한동훈 위원장 등의 노력으로 국힘 공천은 별 잡음없이 진행된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편파적인 공천으로 인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오게 된 것, 결국 민주당은 쌍특검 재의결에 대한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이게 분했던 걸까. 좌파 언론들이 요즘 쓰는 기사제목을 보면, 그들의 집요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국민의힘 공천, 김건희 여사가 현역 다 살려줬다는 얘기 나오는 이유’ (경향신문) ‘국힘 공천 1등 공신은 김건희’ (오마이뉴스) ‘김건희가 살린 의원들’ (시사인) ‘김건희 방탄 사천, 4.10 공천 여야공방’ (한겨레).

이런 상상을 해본다. 김건희 여사의 일가친척 한 명이 어디 산골짜기에 공천되기라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좌파언론은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할 테고, 보수 내에서도 당장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져, 총선은 국힘의 참패로 끝날 것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이 종로에 민주당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통 사위라고 해서 총선에 나가면 안된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곽상언이 내세울 경력이 노통 사위라는 게 전부인데다, 이 공천에 권양숙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점이다. 이대표가 피습을 당했던 올초의 봉하마을 방문은 원래 당일 일정이었지만, ‘점심대접을 하겠다는 권여사의 요청에 12일로 변경됐는데, 그 자리에서 권여사가 사위 공천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로 출마를 준비하던 노통의 오른팔 이광재가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고 급선회한 걸 보면, 이 소문은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에 비해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 그런데도 세상은, 조용하다. 김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던 좌파언론들은 여기에 관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하다. 현직 영부인이 나대는 것은 국가적인 문제지만, 전전전 영부인이 나대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가? 권여사가 노통 임기말 뇌물을 받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녀의 나댐에 대한 좌파들의 침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뇌물과 무관하지 않은 곽상언이 노무현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 지난 16일 그가 자기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면 신물이 난다. “어르신께서는 서거하시기 며칠 전 내게 전화하셨다. ‘잘 견뎌주게. 우리 딸 부탁하네. 고맙네어르신께서 내게 전화를 하신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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