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킹메이커김종인이 여의도로 귀환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한 것이다. 정치적 애제자인 이준석 대표의 삼고초려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김종인 공관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너무나도 독특한 인물이다.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를 넘나든 승부수였다. 과거 김종인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면 불리했던 선거 판세가 뒤집히기도 했다. 201219대 총선과 18대 대선, 2016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 일등공신이었다. 다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특유의 강단과 소신으로 이후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이후 정치적 휴지기에도 김 위원장은 이른바 정치원로의 조언정치로 여야의 현실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사실상 제3지대 비대위원장으로 나선 김종인 위원장의 성공 가능성을 집중 점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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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김종인, 이준석 요청에 개혁신당 공관위원장 합류
- 지지율 정체와 인물난 지속에 개혁신당 진퇴양난 위기 상황
지지율 15% 목표의석 20개혁신당, 위기 벗고 순항할까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윤석열·()이재명을 내세운 제3지대 개혁신당의 행보는 첩첩산중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총선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지율 정체 현상은 물론 외부 영입인재 수혈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과연 김종인 매직은 또다시 통할 것인가. 전망은 180도 엇갈린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개혁신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반대로 김 위원장의 합류에도 개혁신당이 얻을 최대치의 의석은 5%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승부사김종인, 이준석 삼고초려에 여의도 복귀

3지대 빅텐트였던 개혁신당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이재명기치를 분명히 했다. 용산 대통령실 주도의 수직적 당정관계인 국민의힘과 친명 패권주의가 판을 치는 민주당과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였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거대 양당의 과격한 강성팬덤과는 거리를 둔 최대 30% 안팎의 중도무당층을 기반으로 삼는다면 이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이준석 대표 중심의 국민의힘 탈당파와 이낙연 전 대표 중심의 민주당 탈당파가 양대 핵심세력이었다. 다만 김종인 공관위원장의 영입 논란은 불씨였다.

이 대표는 제3지대 통합 이후 김종인 공관위원장을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없는 살림에 궁여지책이었다. 이 대표는 가장 선명한 야당으로 우뚝 서서 대안 세력이 되겠다고 강조한 뒤 공관위원장 인선과 관련, “각 정파에서 공통으로 신뢰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이견이 없었고 그 틀 안에서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성함이 언급된 바 없지만, 기준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뿐만 아니라 개혁신당의 한 축인 금태섭 최고위원의 정치적 멘토이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긋기에 나섰다. 특히 개혁신당의 초반 잡음과 관련해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구 출마를 검토 중인 이낙연 대표와 관련, “원로로서 젊은 이준석을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지, 어디 가서 총선에 출마하면 괜히 욕이나 얻어먹을 것이라면서 사실 정치인은 마무리를 어떻게 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 정도 나이 드신 분은 대선 출마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낙연 전 대표의 이탈과 더불어 개혁신당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84세 노()정객이 또다시 현실정치에 발을 디딘 셈이다.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 인연을 맺었던 20대 풋내기 정치인이었던 이준석 대표의 총선 성공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민주당에 이어 개혁신당에서도 정치적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갈지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양대 정당 비대위원장을 거치며 항상 선거 승리를 이끌어왔고, 그랬기 때문에 '이기는 공천'을 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단순한 공천관리만이 아니라 개혁신당의 이름에 걸맞게 개혁의 큰 방향성을 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종인 위원장의 외손자가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개혁신당의 당원이다. 외손자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합류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합류에 개혁신당의 공천작업도 속도감을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공관위원도 확정했다. 피부과 의사로 유명한 함익병 원장, 물리학 박사 출신의 이신두 전 서울대 교수, 송시현·김영호 변호사, 경민정 전 경북 울주군의회 의원,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이다. 공천방식도 파격이다. 거대 양당과는 달리 100% 온라인 방식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여의도 차르김종인, 박근혜·문재인 대선승리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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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은 직설의 정치인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면돌파를 선호한다. 비례대표로만 5선을 지낸 정치적 이력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평생의 정치화두인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타협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 대선후보, 여야 대표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독일 유학파 출신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876월 민주화 이후 개헌 당시 헌법 1192항으로 상징되는 경제민주화 조항 입안을 주도한 바 있다.

최대 관심은 김종인 위원장이 휘두르는 칼의 파워다. 개혁신당 공천작업을 진두지휘할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력에 따라 당의 총선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인 위원장은 역대 선거에서 의석수로 정치파워를 입증했다. 이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본인만의 정책역량이 최대 무기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총선·대선과 2016년 총선 국면이다. 이명박정부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맞이한 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가 불투명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총선 과반 승리를 이끌어냈다. 내친김에 그해 대선에서는 87년 민주화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박 전 대통령의 과반 대선 승리도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김종인 매직이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김종인 위원장은 본인의 존재감을 증명하며 화려하게 여의도에 복귀했다.

4년 이후에는 또다시 기적이 재현됐다. 이번에는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문 패권주의에 반발한 안철수 대표와 호남 현역 의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승리가 확실시됐다. 180석 대망론에서 더 나아가 200석 대승론까지 불거졌지만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민주당의 원내 제1당 등극이라는 기적의 드라마를 써냈다. 이 과정에서 친문 좌장으로 불렸던 이해찬 전 대표는 물론 친문 핵심이었던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과감한 행보로 여의도 차르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실패사례도 없지 않다. 2017년 대선국면에서는 친문세력과의 불화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대권도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2020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참패하기도 했다. 다만 1년 뒤인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 국면에서도 또다시 보수진영에 합류해 국민의힘의 승리를 이끌며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위기에 처한 윤석열 대선후보 비대위에 합류해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로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김종진 매직 통할까? 개혁신당 20석 의석 확보에 관심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나누는 김종인 위원장.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나누는 김종인 위원장. 뉴시스

김 위원장은 역대 선거에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위기에 빠진 여야의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돼 특급 세이브를 올려왔다.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의 위기 탈출과 정치적 부활마저 성공한다면 한국 정치사에 금자탑을 쌓게 된다.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제3지대의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정치권의 격언을 깨뜨리는 것이다. 길게 본다면 총선 이후부터 차기 대선까지 이 대표와 손발을 맞추며 현실 정치인으로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다.

개혁신당의 정치적 목표는 정당 지지율 15% 달성과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20석 의석 확보다. 이번에도 과연 김종인 매직은 통할 것인가? 우선 개혁신당의 22대 총선 의석수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이는 이 대표의 이슈파이팅 능력과 김위원장의 정무적 조율능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가질 수 있는 최대 의석이다. 반면 김종인 매직은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20석 이상 의석 확보는 과거의 영광에 기댄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라는 혹평이다.

김 위원장은 총선 목표 의석과 관련, “최소한의 교섭단체(20석 이상) 정도 만들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정체 현상에도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과거 선거를 여러 번 겪어봤지만, 여론조사가 선거와 일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혁신당이 나라의 미래 설계와 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분명히 내놓고 국민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최대 강점은 정책적 선명성과 어젠다 세팅 능력이다. 한국사회의 최대 난제인 연금·노동·교육개혁은 물론 의료보험 개혁 등 얽히고설켜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적임자다. 실제 과거 1970년대 의료보험 제도 도입에 역할을 한 바도 있다. 김 위원장 역시 22대 총선의 화두에 관련, “5년짜리 대통령 책임제 등의 문제를 우리가 지금 근본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총선국면이 본격화하면 과거 경제민주화 카드의 충격처럼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김 위원장의 히든카드가 베일을 벗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천과정도 관심사다. 국민의힘은 현역 생존으로 불리는 무()감동 공천,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불리는 이재명 사당화 공천이 진전되는 가운데 개혁신당의 공천감동을 만들어낸다면 불리한 선거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거대 양당에 쏠린 대중의 정치적 관심도 제3지대 개혁신당으로 되돌릴 수 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의 거취도 조만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곳에서 새로운 소위 정치 신인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호소를 하면 먹힐 것이라며 대구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원내 진입을 위해 총대를 메고 비례대표 선순위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울로 김 위원장의 비타협적인 강직한 성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역대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을 모두 도왔다. 다만 정치적 결별 이후에는 부정적 평가를 마다하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멀어졌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와도 언젠가는 정치적 결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현 시점에서 개혁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 천하의 김종인 위원장일지라도 제3지대는 척박한 정치현실이라면서 이준석 대표와도 언제까지 하모니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역대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을 모두 도왔지만 비타협적이고 강직한 성품 탓에 정치적으로 결별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혐오와 냉소를 부추기는 여야 거대 양당의 막가파식 진흙탕 정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혁신당이 참신하고 유능한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인다면 정치환경은 급변할 수 있다유력 차기주자와 지역기반의 존재라는 제3지대 성공 방정식을 깨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변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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