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眞明)’, ‘번개친명’ 등 충성경쟁 승자들 공천티켓 조기 확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방정식이 친명-비명 가르기식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가동되는 양상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원내‧외 인사들은 일찌감치 단수‧전략 공천이 확정됐다. 반면 비명계에 대해서는 현역 지역구 경선 또는 공천 배제라는 엄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는 거듭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으나, 2월 말 기준 약 70%(지역구 180여 개)의 공천이 단행된 시점까지 민주당의 공천 면면을 살펴보면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은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 역량이나 지역사회 수요가 아닌 이재명 대표와 지금의 당 체제를 얼마나 지지하느냐가 민주당의 공천심사 기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22대 총선 공천으로 민주당 찐명(眞明) 인사들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22대 총선 공천작업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공천 후순위로 밀려났거나 컷오프된 비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친명-비명 공천 내전으로 비화하면서다. 이에 더해 5선 안민석 의원 등 일부 친명 인사들에 대한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도 ‘계파갈등 진화용’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더해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고, 원외 탈당 인사들 중에는 국민의힘으로 역유입되는 사례마저 나온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최근 임혁백 공관위를 향해 친명 공천으로 ‘이재명 사당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비명계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에 적극 앞장섰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줄세우기식 공천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천) 흐름만 봐도 명명백백하지 않나”라며 “비명 지역구 경선, 전략공천지 선정 등 어느 하나 시스템 공천이라고 납득할만한 부분이 없다. 정치학 원로로 명성을 쌓은 분이 계파공천을 주도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크다”고 짚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민주 공천 후순위로 밀린 ‘수드라(Sudra)’ 누구 

실제로 민주당은 낙천된 현역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는 등 내부 진통이 적지 않다. 지난달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20%’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수진‧박영순‧설훈 의원 등 4명이 민주당을 떠났고, 친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중‧성동갑 컷오프와 고민정 의원의 지도부 사퇴도 민주당의 공천 여파를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당 공천 내홍의 중심이 된 친문계의 반발은 지난달 29일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이 몸담고 있는 인천 부평을의 전략선거구 지정으로 끓는점을 돌파했다. 이로써 홍 의원은 컷오프됐고, 총선 영입인재인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친명계 이동주 의원(비례대표)이 경선을 치른다. 앞서 홍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평가 10%로 분류된 만큼, 공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필연적 결과라는 평가다. 이에 홍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남의 가죽은 벗기고 자신의 것은 벗기지도 않는다. 피 칠갑된 손으로 웃으면서 ‘빵점’ 얘기를 했다”며 이 대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범친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중진들도 공관위의 인재영입 전략공천에 4월 총선 출마길이 막혔다.

전략선거구 지정에 컷오프된 안민석(경기 오산·5선) 의원과 변재일(충북 청주청원·5선)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간 친명 행보를 보였으나, 찐명 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재명 체제와 접점이 옅었던 터라 ‘중진교체 혁신’ 명분의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출입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친명이라는 이유로, 또는 계파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안민석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공관위에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모두 친명계임을 호소하며 당내 권력 중심부와 거리를 좁히려 했으나 결국 ‘찐명 감별’ 공천에서 강판됐다는 것이 정가 중평이다. 

이 밖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구 GT(김근태)계 출신 기동민(서울 성북을·재선) 의원도 컷오프되며 3선 도전이 좌초됐다. 아울러 친명 원외 인사들과 경선을 치르게 된 비명계 현역 의원들도 다수다. 지난달 말 기준 확정된 민주 공천 경선 지역구만 총 45곳에 달한다. 이 중 비명계 현역들이 터를 잡고 있는 지역구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사례를 짚어보면 우선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재선)은 이승훈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 정봉주 전 의원과 경선 삼파전을 치르게 됐고,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재선)은 친명 마케팅을 펴고 있는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과,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3선)은 친명계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용우 의원(경기 고양정‧초선)은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이 각각 경선을 치른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NY(이낙연)계 출신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초선)도 공관위 경선 방침에 반발하며 이낙연 신당으로 몸을 틀었다. 

‘친명 공천’ 안착한 브라만(Brahmin)과 크샤트리아(Kshatriya)

이와 반대로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친명계의 주축을 이루는 초선그룹 ‘처럼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사실상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해 온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공천에서 대거 생존했다. 울산 선거개입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불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과 컷오프 후 탈당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을 제외한 대부분이 단수 공천됐다. 

지난 2021년 국회의장을 상대로 욕설이 연상되는 ‘GSGG’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던 김승원 의원(경기 수원갑)을 비롯해 김용민(경기 남양주병)‧문정복(경기 시흥갑) 의원 등은 일찌감치 총선 본선행이 확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 참석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 참석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함께 평소 이재명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공천을 훨씬 앞둔 시점부터 낙천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된 최측근 현역 인사들도 어김없이 22대 총선 대진표를 채웠다. 이재명 지도부 주축인 정청래 최고위원(서울 마포을‧3선)과 서영교 최고위원(서울 중랑갑‧3선), 장경태 최고위원(서대문을‧초선)을 비롯해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서울 강북갑‧초선), 권칠승 수석대변인(경기 화성병‧재선) 등도 공천 하이패스를 거머쥐었다. 다만 지난달 25일 단수공천이 확정됐던 3선 이개호 정책위의장(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의 경우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가 지역구 예비후보들의 경선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당 지도부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쏠려있다.

아울러 이 대표의 경기‧성남 라인인 ‘7인회’ 출신이자 ‘원조 찐명’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정무조정실장(경기 수원병‧재선)도 단수공천됐다. 7인회 좌장인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4선)도 단수공천이 유력시된다. 

나아가 호남에서는 찐명 예비후보들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공천을 받는 격랑이 일었다. 광주 북갑‧북을에서는 각각 정준호, 전진숙 예비후보가 지역구 현역들을 누르며 공천을 확정지었고, 광주 동남갑에서는 정진욱 예비후보가 비명계 윤영덕 의원을 제치며 총선 티켓을 확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과 차담회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과 차담회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LTE급 친명 행보로 공천 빗장을 풀어낸 인사들도 있다.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된 안귀령 상근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대변인으로 합류하며 친명계로 급속 편입된 사례다. 그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일말의 고민 없이 아이돌 차은우 대신 이 대표를 이상형으로 꼽아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을‧초선)도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당내 친명 핵심으로 거듭난 인사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와 함께 민주당으로 복귀한 ‘반문(反文) 여전사’ 이언주 전 의원도 수도권 전략공천 카드로 거론되며 친명 급류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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