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괴물들이 존재한다. 괴물(怪物)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괴상하게 생긴 생물을 가리키는 말로 이런 괴물들은 아마 우리들 눈에 낯익지 않아 괴물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상상 속의 괴물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세계에도 존재하는데,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언행을 하거나 겉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면이 짐승보다 못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둘째는 특정 분야에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한국 프로야구로 복귀한 류현진 선수나 프리미어리그의 세계적 골잡이 엘링 홀란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이러한 괴물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친숙한 벗이다.

성서 욥기에 나오는 리바이어던(leviathan)은 물속에 사는 거대한 짐승인데,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651년 발표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은 본디 이기적인 존재로 자기 보호를 최우선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자기 보호를 위해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The war of all against all)에 돌입하게 되는데, 인간은 이기적이므로 역설적으로 이러한 무질서를 피하려 하며,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이기적 본성에 따라 이를 실현할 강력한 힘의 형체를 형성한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원리로 사람들 간의 계약을 통해 통치자의 권위가 성립된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홉스의 사회계약설의 중추인데, 이러한 홉스의 논의를 시발점으로 하여 근대 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가 성립하게 되었고, 국가의 탄생도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하게 되었다.

욥기에서는 리바이어던을 혼돈과 무질서한 동물로 표현하는데, 홉스는 리바이어던이 아무도 없앨 수 없는 무한한 혼돈과 무질서 상에서, 역설적으로 항상 반드시 존재하는 질서라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세상에서 통치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 곧 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존재인 국가(state)’가 리바이어던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괴물, 리바이어던이 현재(顯在)화하고 있다. 자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려는 모든 후보자들과의 투쟁에서 그들의 본성을 자극하여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하였고, 이들과의 계약을 통해 한국 정당사상 가장 강력한 지배자로서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천 과정이라는 혼돈과 무질서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의 양백(兩伯) 위원장을 쌍칼로 활용하여 베고 찌르기를 자유자재로 한 끝에,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하였다.

그 과정에서 관용과 통합의 정치의 기본 덕목은 사라졌고, 대화와 타협, 양심을 기초로 하는 의회정치는 파괴되었으며, 반대와 토론을 허용하는 정당민주주의는 종언을 고했다.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해보기도 전에 망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공천이 끝나면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밉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검찰 독재 폭정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의회 권력을 밀어줘서 정부 여당을 견제할 힘을 달라는 벼랑끝전술을 쓰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설사 이번 총선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윤석열 대통령이 잘할 리 만무하기에 다음 대선은 윤석열 심판 선거가 될 것이고,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라고 보는 것 같다. 공천 칼날이 이재명의 정적에게만 날카로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정치적 괴물이 되어버린 이재명 대표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두렵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