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의약품 매출 하락 불가피…. 의료기기업체도 덩달아 울상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의료계 총파업이 재차 예고되면서 제약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제약사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외상 회수 부진에 도산 위기에 내몰렸던 중소 의료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실패로 파업 장기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제약회사 마케팅 행사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
- 의료기기 배달 업계도 '촉각'…. 신약 개발 악영향 불가피, 제약사들 한숨 깊어져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00여 명 늘린다고 지난 6일 발표하자 의료계는 총파업을 예고 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140여 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대 증원에 따른 단체행동에 88.2%의 응답자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파업 대열에 동참할 기세다. 응급의들이 파업에 가세할 경우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과 중환자들에까지 의료 대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제약업계는 아직 파업이 결정된 것은 아닌 만큼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구체화 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파업 영향에 대해 논의된 것은 없으며 관망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 “매출·신약 개발 악영향 불가피”…제약업계 '불똥' 

다만 제약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제약사 매출의 60~80%를 담당해 온 전문의약품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혈압약이나 당뇨약, 수액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해 줄 수 없어 제약사 매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응급 수술을 제외한 수술 연기, 외래 진료 중단 등으로 의약품 처방이 감소하는 만큼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전공의가 근무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준종합병원을 상대로 영업하는 대형 제약사들이 긴장이 역력하다.

해당 제약사의 한 영업 담당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 환자 숫자가 이미 감소한 상황에서 이런 흐름이 향후 지속되면 전문의약품 매출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업체 사정과 품목군에 따라 다르지만, 비중이 높은 주변 제약사들이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의 신약 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병원과 협력해 신약을 개발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전 과정이 의사들 참여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잠정 보류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학교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종합병원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약 500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수들이 전공의 일을 하느라 임상시험에 쏟을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시황도 요동쳤다. 특히 대형 제약사 위주의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0.11% 떨어졌다.

반면 비대면 진료 및 원격의료 관련주들이 강세를 기록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을 밝히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게다가 중소업체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로 당시 의약분업 파업으로 인해 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업체, 약국 등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도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전국 875개 병원의 진료 수입 손실액만 5,000억원 이상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료기관들은 자금난을 이유로 의약품 결제를 미루면서 상당수 제약사가 경영난을 겪어야만 했다. 제약업계가 의료계의 파업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의료기기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최근 들어 의료 보조기 상담이 현저히 줄었다"며 "이는 의사들이 긴급 수술이 아닌 경우 일정을 추후로 연기하면서 무릎 보호대 또는 의료 장비 임대가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파업 장기화 시 피해 확산…. 현재는 예의주시 중 

의료계 파업이 1년 이상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제약업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현재 우리 의료 상황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 방침에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이에 의료계에선 (파업이) 1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같은 날 MBC 100분 토론에서 “의협이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켜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는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4대 惡으로 규정한 ▲의사 정원 수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의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 26일부터 집단 휴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2차 총파업 나선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