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국인 떠난 시장,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벼
시민 인터뷰 “일부 상인이 시장 전체 망하게 해”

광장시장 현장. [박정우 기자]
광장시장 현장.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서울 관광코스로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를 끌었던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말 모듬전 양을 두고 바가지 논란이 일었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순대 바꿔치기 문제가 불거지며 또다시 비판이 거세다.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여전히 붐볐으나,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수인 상황. 시장을 찾은 시민은 “광장시장의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하며 문제 재발 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와 종로구, 상인회는 자정 노력과 문제 예방을 위해 규칙 위반 업체에 영업정지, 위장 손님을 통한 감시 등 대책을 내놓은 상황. 오랜 명성을 이어온 광장시장이 예전 위상을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8000원짜리 순대를 1만 원짜리 모듬순대로 바꿔치기해 판매하는 업장이 발견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바가지’에 이어 ‘메뉴 바뀌치기’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2월8일 구독자 51만 명을 보유한 음식 리뷰 유튜버 ‘떡볶퀸’은 광장시장 내 가게를 방문했다. 떡볶퀸은 영상을 통해 2년 전 방문한 가게에서 6000원짜리 찹쌀순대를 주문하자, 업주는 “모둠으로 섞어줄게요”라고 말한 뒤 1만 원짜리 순대고기모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떡볶퀸은 “대부분 손님은 ‘순대와 내장을 섞어준다’라는 의미로 이해한 뒤 ‘알겠다’라고 답하기에, 계산하기 직전까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다”라며 “(2년 전) 이 수법에 당하니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후 2년 후 다시 방문한 가게에서는 여전히 동일한 수법을 쓰고 있었다. 떡볶퀸은 순대를 주문했고, 업주는 “순대는 모둠이랑 골고루 섞어드릴게”라고 말하며 메뉴를 바꿔서 줬다. 이에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식당도 있지만, 몇몇 가게들은 ‘모둠’, ‘섞는다’라는 표현을 하며 더 비싼 메뉴로 결제하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광장시장은 이전에도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모듬전을 판매한 업장들이 폭로돼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었다. 당시 상인회 측은 정량표시제 등 대책을 내놨지만,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이어서 불거지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광장시장

지난 2월28일 오후 2시쯤 취재진이 방문한 광장시장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붐볐다. 상인을 제외하면 10명 중 5~6명이 외국인일 정도였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시장 먹거리 골목에 각종 음식을 사 먹으러 온 외국인 관광객 인파에 길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울의 전통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은 현재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바닥을 친 매출을 뒤로하고 인근 종로 상권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었다.

지난 2월13일 비씨카드에 따르면, 2020년 광장시장 인근 서울 종로 일반 음식점의 결제 금액을 100으로 뒀을 때, 2021년에는 112, 2022년에는 155, 지난해에는 185가 됐다. 숙박업도 2021년 103, 2022년 186, 지난해에는 241로 늘었다.

특히 영국 출신 팝 가수 샘 스미스가 방문하며 국제적 명소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영화 ‘캡틴 마블’로 알려진 브리 라슨, 영화감독 팀 버튼 등이 방문했다. 시장에서 김밥, 꽈배기, 산낙지 등을 즐기는 사진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몰이를 끈 셈이다. 광장시장은 원래 인근 직장인과 50~6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던 곳이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2월28일 노상에서 비빔국수를 사 먹은 40대 남성 A씨는 “광장시장을 자주 들렸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라며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어쩌면 시장으로서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은 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국인들 시선은 여전히 ‘싸늘’

바가지, 메뉴 바꿔치기, 가격 올려치기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내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SNS에서는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후기 글에는 “살코기가 정말 하나도 없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별말 하지 않았지만,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는 곳이다.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즐기러 가서 피해 입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게 어이없다” 등 비판이 줄을 이뤘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전통시장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일부 상인들의 마음가짐이 시장 전체에 피해를 입힌다”, “같은 가격에 맛도 좋고 양도 많은 곳이 널렸다. 안 가는 게 상책”,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데 바가지 당하지 않도록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장을 구경하던 30대 여성 B씨는 “이번에도 논란이 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붐벼 놀랐다”라면서도 “모든 가게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대체로 (상인들을) 경계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광장시장 인근에서 만난 20대 남성 C씨는 “근처에 친구들과 자주 놀러 오지만 시장을 찾진 않을 것 같다”라며 “식사 한 번에 7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인데 주변 다른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좋은 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종로구·상인회 대책 내놓았지만..

서울시와 종로구, 상인회는 계속되는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가격정찰제, 정량표시제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종로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광장시장 상인회는 진화에 나섰다. 일부 가게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히며, 자체적으로 시장 내 점포에 대한 수시 점검을 펼치고, 바가지 등 규칙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도 입장을 내놨다. 시는 예산 6500만 원을 투입해 위장 손님으로 방문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 등 본격적인 개선책을 내달부터 추진한다는 계획. 상인회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계속하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전해지고도 내국인 반응은 곱지 않다. 광장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 1만5000원짜리 모듬전을 주문했으나 작은 크기의 1전 10조각가량만 나온 이른바 ‘모듬전 바가지 논란’으로 공분을 산 상황. 일각에서는 계속 발생하는 문제를 두고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표했다. 광장시장이 자정 노력을 통해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광장시장 입구. [박정우 기자]
광장시장 입구.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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