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권, 기존 규제완화 38.8%밖에 활용 못해
경실련 “특정집단 이익 위한 대규모 해제”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했다. 비수도권의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고 상황에 맞는 유연한 운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다만 앞서 해제된 토지도 활용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부산권, 수도권 외에 다른 권역의 경우 소진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존의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과도한 완화를 총선용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전부터 구상한 계획”이라며 ‘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추가로 해제하도록 허용했다.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21일 오후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비수도권의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도록 허용하고 지역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의 주도로 추진되는 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줄이지 않은 채 해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지역의 전략사업 범위는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국무회의 등 심의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환경평가 1, 2등급지는 그린벨트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비수도권 전략사업의 경우에는 해제가 허용된다.

다만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1, 2등급지의 면적만큼 대체부지를 새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등급 평가 체계도 완화된다. 현재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더라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등급을 조정하는 방안이 연구될 예정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범위와 규모에 대해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수요를 파악하고 여러 검토 등을 거쳐야 해서 현 시점에서 예단할 수는 없다”라며 “이번 방안 추진에 필요한 지침 개정은 3개월 이내에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린벨트 해제? “활용 못해 남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우리나라에 적용했다. 그린벨트는 서울의 과밀화 현상을 막고 도심의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성장관리 정책으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제도다.

특히 생태 환경적으로 효과를 보장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관련 탄소중립을 위해 환경 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제대로 활용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극명하다고 분석했다. 광역지자체 권역별로 소진율에 격차가 나타나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권이 79.9%로 최고 소진율을 기록했고, 수도권이 79.3%, 광주권이 70.7%로 뒤를 이었다. 이외 창원권 44.1%, 대전권 41.1% 등은 절반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이번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울산권은 38.8%로 꼴찌를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의 2018년 ‘국토정책Brief’에서는 “권역 내 개발수요가 낮거나 개발제한구역 내측에 가용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잔여총량 소진을 위해 지가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에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 “정부의 총선용 정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월21일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정부의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및 토지이용규제 혁신 방침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라며 “그린벨트의 값싼 토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기업활동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많은 토지 공간을 필요로 하던 개발시대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산업이 미래 경제를 주도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현실인데, 그린벨트 규제로 묶여있던 싼 땅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로 확보하는 이번 발표와 같은 지역 균형 개발전략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2월29일 취재진에게 “그린벨트의 생태적, 사회적 가치는 경제 논리로 두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과도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 정부들도 그린벤트 규제를 완화해 산업단지를 조성한 경우가 꽤 많다”라며 “그러나 현재 공실로 남아있거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곳이 다수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계획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호도하고, 땅값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총선용 정책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굉장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며 “국토 전체와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꼭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준비해왔던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발표 시점을 고민하다가 이번에 하게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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