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억 단위 차익에 묻힌 리스크... ‘묻지마 청약’ 주의보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감도 [출처 : 뉴시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감도 [출처 :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지난 2월26일 최대 20억 원대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청약’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청약시장이 뜨거워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 101만여 명이 몰렸다.

이번 무순위 물량 분양가는 2020년 최초 분양 때와 비슷해 시세보다 6억~26억 원가량 싼 것으로 전해진다.

괜한 호기심 또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 청약 신청을 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묻지마 청약’을 하면 재당첨 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 당첨 기회가 상실된다는 점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아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평균 33만7818대 1의 경쟁률... 역대 최고 경쟁률 갱신
-“규제 지역에 공급되는 단지는 재당첨 제한”... 주의 요구

지난 2월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무순위 청약을 받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총 3가구 모집에 101만3456명이 신청해 평균 33만78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작년 6월 2가구 모집에 93만4728명이 몰렸던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 때를 뛰어넘어 역대 무순위 청약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청약했다. 당시 1가구를 모집한 59㎡에 82만9804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26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도 불구하고 청약 초반에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했다, 하지만 1시간여 뒤부터는 접속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오전 10시쯤 대기인원만 1만 명 이상 몰리며 예상 대기 시간이 7분이 넘기도 했다. 

-역대 최고 신청률... 일확천금은 누구에게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역시 전용면적 59A ㎡(4층) 1가구에 가장 많은 50만3374명의 신청자가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시 1가구를 모집한 132A ㎡(2층)에는 33만7608명이 신청했고, 34A ㎡(3층)에는 17만2474명이 청약했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총 670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2월 26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디퍼아)'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는 청약홈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 지연된 화면. [ 뉴시스]
지난 2월 26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디퍼아)'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는 청약홈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 지연된 화면. [ 뉴시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분양가는 ▲34A ㎡ 6억7000만 원 ▲59A ㎡ 13억2000만 원 ▲132A ㎡ 22억6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뱅크에서 실거래 매물가격의 시세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4A ㎡ ▲13억~13억5000만 원 ▲59A ㎡ 21억~21억5000만 원 ▲132A ㎡ 45억7000~50억 원이다. 

34A ㎡ 타입은 분양가 대비 약 7억 원, 59A㎡ 약 8억 원 가량의 차익을 보게 된다. 대형 평수인 132A㎡같은 경우에만 20억 원 가량의 차익을 보게 된다. 대형 평수에 비해 적은 시세차익을 남기지만 최소 7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가량의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무순위 청약에 100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쏠린 이유라고 사료된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 신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3가구밖에 공급되지 않지만, 800만 분의 1이라는 로또 당첨 확률보다 훨씬 현실적인 평균 33만7818 : 1이라는 경쟁률이기에 해볼 만하다”, “강남이라는 메리트에 더해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다들 로또가 된다는 생각보단 ‘혹시나’라는 생각에 하는 거처럼 이번 청약 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 “모든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당첨되길 기도하는 중이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로또보다 높은 확률... 단점은 명확

이번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청약의 당첨자는 지난 2월29일에 발표 났다. 신청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대부분 신청자들은 내가 당첨될 줄 알았는데 아깝다며 발표를 기다리면서 행복한 꿈을 꿨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갈무리 커뮤니티에 33만78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는 인증 사례가 올라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3월 8일에는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납부해야 한다. 잔금은 오는 6월 7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수억 원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끼고 가는 거나 잔금 대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3만7818 :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블라인드 커뮤니티 당첨글 캡쳐.
33만7818 :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블라인드 커뮤니티 당첨글 캡쳐.

무순위 청약은 국내 거주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와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다.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매제한 등 각종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무순위 청약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순위 청약은 일명 ‘줍줍 청약(분양을 줍는다는 표현)’이라고 불린다. 완화된 신청 조건으로 인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확천금을 얻는 것이 로또와 유사해 ‘로또 청약’이라고도 불린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발표일과 잔금 처리 기한이 짧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존재한다. 계약금 마련부터 잔금 납부까지 자금 계획을 꼼꼼히 세우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업계종사자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짧은 기한 내에 신청자가 수억 원 자본금을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 후 청약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 당첨 후 계약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제 지역에 공급되는 단지는 재당첨 제한 등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변 시세와 잘 비교해 예상되는 시세 차익을 계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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