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아름다운 정치여정,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입니다"
총선후 넘칠 '당권잡아야 대권 보인다' 악마의 속삭임...당권아닌 국민이 결정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은 자유한국당(현재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두 달 전 201810월말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전체 지지도 조사에서 28%1위를 차지했다. 보수층 대상 조사에서는 34%로 다른 후보와의 압도적 차이로 1위였다. 이를 바탕으로 황 전 대행은 20191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 227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입당 43일 만에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2020년 신설된 미래통합당 초대 당 대표로 21대 총선에 대패·참패하면서 취임 13개월여 만에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1082차 컷오프에서 4위안에 들지 못해 탈락했다. 그 후 소소한 정치행보는 있었으나 사실상 정치인 황교안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정치 입문 29개월만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1983년 청주지검 검사로 시작하여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통령권한대행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나친 면도 있지만 기독교신앙에 기반하여 다른 법조인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깨끗하고 바른, 흠이 많지 않은 모범적 삶을 살아온 그가 정치 입문 후의 삶은 후회와 지탄의 연속이었다.

본인도 답답하고 억울하겠지만 그의 2년여 정치행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복창이 터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그가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을 결심한 201811월경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황교안은 보수진영의, 자유한국당의 유력한 정치 대안이었다. 21대 총선을 이기고 대권후보로 나설 적임자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전 대표 측근 그룹에서는 당 밖에서 범보수 지도자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하자는 의견과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조기에 입당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입당과 당 대표출마를 결심했다. 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측근세력을 공천, 국회의원과 당협조직을 장악해 일찍부터 '황교안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따른 것이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 163, 미래통합당 84, 비례포함하면 정의당 포함 범민주당 186, 범보수 103석이다. 참패, 대패였다. 본인도 불출마를 권유하는 당 안팎의 의견을 무시하고 굳이 출마한 종로에서 낙선했다. 그리고 황 전 대표는 4.15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치며 2022년 대선 후보에 나섰지만 컷오프 됐고 2023년에는 자신의 정신적, 물질적, 조직적 후원자였던 전광훈 자유통일당 대표고문과도 갈라섰다. 정치인 황교안의 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경력과 정치입문 과정은 황 전 대표와 비슷하다. 검사와 최연소 법무부장관을 거쳐 지난해 1221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국민의힘에 입당, 1226일 비대위원장이 됐다. 입당하기 전 2023117~9일 한국갤럽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3%였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22~23일 한국갤럽의 당 대표 역할 수행을 평가하는 질문에 한동훈 위원장이 잘 하고 있다’ 52%, 이재명 대표가 잘 하고 있다’ 36%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이 오차 범위 밖인 16%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대선 가상대결 투표 후보 조사에서도 지난 1월에는 이 대표 45%, 한 위원장 4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 대표는 43%, 한 위원장은 46%로 순위가 역전됐다. 무려 13% 포인트 차이다.

이 같은 지지율 급변 원인은 공천이다. 공천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공정하다'27%인 반면 53%'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정하다공정하지 않다가 각각 40%였다.

이재명 대표가 '친명횡재-비명횡사'(하태경 의원에게 로열티 줘야겠다) 등 가진 욕을 다 먹고 컷오프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분당과 참패 위기에 직면해서도 개천(개딸의 중의와 같음)을 강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니 둘이다. 첫 번째 당면한 이유는 지난달 28일 탈당한 설훈 의원의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러나 이 대표와 측근들의 더 큰 그림은 차기 대권이다. 21대 대선이 2027년이어서 아직 3년이나 남아 먼 일 같지만 당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오는 8월 당 대표 경선과 2026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겨야 한다. 또 대선 1년 전인 202663일 제9회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해야 한다. 누구보다 계산이 빠른 이 대표가 두 눈, 두 귀 막고 막가파공천을 강행하는 진짜 이유다.

지금 이재명의 공천은 4년 전 황교안 공천과 닮은꼴이다. 도사가 아니어서 예언은 못하지만 지금 같은 이재명 공천으로는 민주당의 패배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21대 대선에서 지고 보궐선거와 대표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대표의 Mental(정신)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행보도 예상할 수 있으나 결과는 황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의 정치 끝이다.

관심은 만약 30여일 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긴다면, 그것도 150석 이상 대승한다면 한 위원장의 다음 행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혀 비대위원장이 된 그가 총선까지 대승하고 나면, 당장 무엇이 그의 마음을 빼앗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윤-한 갈등 끝에 마무리한 서천회동 후 나온 시나리오가 한 위원장의 '총선 후 해외 연수'. 하늘 위의 태양이 두개 일 수 없듯이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통치를 위해 외유를 떠나기로 합의했다는 얘기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검사만 해온 한 위원장으로써 미국과 유럽 등을 돌며 외교 감각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측근들이다. 벌써부터 한 위원장 주변에는 적지 않은 인사들이 측근임을 자처하고 있다. 심지어 한 위원장 '장인의 친구'라며 마치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 같은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확인결과 아니었다니 다행이지만 앞으로 수많은 자천 타천 측근과 브레인, 조직책을 자임하는 이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총선 이후 곧 있을 차기 당 대표 경선 도전을 진언충언할 것이다. 그들은 악마처럼 속삭일 것이다. "당권을 장악해야 대권이 보인다"

황교안 전 대표는 이미 끝났고 이재명 대표는 가까운 시일 안에 정치적 운이 다할 것이다. 두 사람 불운의 공통점은 대통령 후보는 당 조직이 아니라 하늘, 국민이 선택한다는 천리를 외면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제 시작이다. 가까운 미래는 물론 그 끝도 알 수 없다. 다만 정치인 한동훈의 아름다운 여정을 위해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는 지난 1226일 취임사의 한 대목을 들려주고 싶다.

"정치인이나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 먼저입니다. 선당후사라는 말 많이 하지만, 저는 선당후사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선민후사해야 합니다. 분명히 다짐합시다.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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