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적정 금액은 얼마일까

봄이 되면서 주변에서 청첩장이 날아오지만 축의금은 늘 고민이다. [이창환 기자]
봄이 되면서 주변에서 청첩장이 날아오지만 축의금은 늘 고민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바야흐로 3월, 봄이 시작된다. 움츠렸던 대지가 활기를 보이듯 웨딩 업계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계절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수 결혼식이 스몰웨딩이라는 이름으로 축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신혼부부는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함께 산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하기도 했다. 웨딩 업계는 처참히 침몰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이른바 ‘날 정해주는 결혼식장’이 다시 등장했다. 예식이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거창해졌다. 그만큼 결혼식 비용이 증가하면서 하객의 방문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준만큼 돌려받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수년간 연락 없던 지인에게 연락하기도 한다. 반대의 입장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부담 백배의 축의금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사대접하고 청첩장 줬더니, 상대는 모바일청첩장만 덜렁
어제 욕한 선배 결혼식, 주변 눈치로 10만 원 하고 속 터져

연락이 뜸해진 고등학교 동창에게 최근 9년 만에 연락을 받은 A씨는 “생전 연락 한 통 없다가 모바일로 성의 없이 청첩장을 보내왔더라”라면서 “그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평소 지내온 관계를 고려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그저 축의금 받으려고 연락한 것으로만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던 B씨는 “결혼식을 올린 이후 몇몇 지인들과는 전에 없이 서먹해졌다”라며 “당연히 돈을 바라고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친구가 결혼할 때 내가 내줬던 축의금보다 적게 받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사회초년생인 직장인 C씨는 “취직을 하고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경조사비 지출이 상당하다”라며 “각 부서별로 통일해서 내는 금액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우리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 경조사까지 챙기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한 D씨는 “결혼식에 오라는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이 크다”라면서 “나 스스로 결혼에 대한 의무감 없이 살고 있는데 매번 초대받는 결혼식마다 많은 금액을 내자니 부담스럽고, 관계를 생각하면 적게 내기도 눈치가 보인다”라고 밝혔다.

축의금 문화는 어디서 생긴걸까

결혼식은 우리 문화에서 관혼상제(冠婚丧祭) 가운데 하나로 기본 의례 또는 살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예식으로 여겨진다. 이에 결혼식에 임하는 몸가짐은 평상시와 사뭇 다르다. 결혼식의 하객으로 가는 이들도 매무새를 단정히 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축의금을 전하는 문화는 향약(鄕約)과도 이어진다. 향약은 향촌규약(鄕村規約)의 준 말로, 지방 향인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약속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유교적 예절과 풍속을 향촌 사회에 보급하고 미풍양속 진작 도모 등의 상부상조를 위한 규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축의금은 단순이 이런 상부상조의 개념을 넘어선다. 

이는 웨딩 업계와 예식장 문화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취재진이 예식장에서 만났던 한 하객은 “그리 친하지는 않아도 알고 지내는 정도인 지인에게 5만 원 축의금으로 성의를 표하려고 결혼식을 방문한 적이 있다”라면서 “그런데 예식장 1인 밥값이 5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밥은 먹지도 않고 그냥 돌아온 적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밥도 안 먹고 왔는데, 혹시 당사자는 제가 밥을 먹었는지 어떤지 모르니 5만 원만 한 것을 두고 속상해하지는 않을지 오히려 걱정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축의금, 축하하는 뜻으로 내는 돈

축의금(祝儀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말 그대로 ‘축하한다는 의미로 전하는 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돈의 크기가 축하의 잣대처럼 여겨지는 상황 앞에 다들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포털 사이트에는 저마다 사연과 함께 ‘축의금 얼마나 내야할까요’라고 묻는 사연이 줄을 잇는다. ‘친구 여동생이 결혼하는데 얼마를 해야하죠’, ‘수년 전 제 결혼식에 5만 원 낸 친구 결혼식에 얼마 할까요’ 등등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연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 중구에서 전통 혼례 방식으로 결혼을 했던 한 사연자는 지인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서 전통 방식을 택했다. 그는 “미국이나 스페인 등 외국에서 온 친구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려고 선택한 방식이었고, 밥값 역시 저렴하지 않았다”라면서 “그런데 외국인 친구들 가운데 어떤 친구는 1만 원, 어떤 친구는 3만 원을 축의금으로 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취지로 전통 방식의 혼례를 선택했으나, 결혼 경비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친구들 사이에 통상 ‘가까우면 10만 원, 멀면 5만 원’이라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럼 외국에서는 축의금을 하지 않는 걸까. 

캐나다 유학 경험이 있는 한 직장인은 “캐나다에서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비용의 부담이 없는 작은 교회에서 100여명 미만의 인원을 초대해 결혼식을 하고 4~5시간 동안 파티처럼 춤추고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라면서 “하객으로 찾은 친구들은 각자 신혼부부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하거나 선물을 전했다”고 말했다. 

친한 정도에 맞춰 정부가 정해준 축의금은 없으나, 우리 문화를 고려해 김영란법으로 정한 내용을 보면 ‘공직에 연관된’ 이에게 축의금을 할 경우 10만 원까지 허용이 된다. 즉 경조사비의 한계를 10만 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부조금’ 문화를 잘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재진이 다양한 상황을 살펴봤으나 축의금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로 주변의 전언이다. 딱 정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은 신혼부부와 하객간의 관계를 생각해 뜻과 생각에 맞춰 정성을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 통계로 조사된 내용을 언급하자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던 2019년 기준 5만 원이 46% 10만 원이 43%, 3만 원과 20만 원이 각각 1%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은 아무리 고민하더라도 대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지는 5만 원과 10만 원 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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