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회의원 선거 판세를 결정할 유성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6호인 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가 대전유성을 선거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후 출마 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재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6호인 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가 대전유성을 선거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후 출마 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재희 기자]

[일요서울 ㅣ 대전 육심무 기자] 대전지역 7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지역은 내리 5선을 기록한 이상민 의원이 당적을 바꿔 국민의힘 후보로 가장 먼저 공천을 확정한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허태정 던 대전시장과 정기현 전 대전시의원 등을 눌러 앉히고 영입 인재인 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를 전략 공천한 유성을 선거구이다.

대전에서 가장 먼저 대진표를 확정한 유성을 선거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대덕연구단지가 소재한 지역이지만 항상 선거에서는 민주당세나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최근 20년간 이 지역의 국회의원 당선자의 당적을 보면 민주당이 4번 자유선진당이 1번으로 모두 국민의힘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유성을 지역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전에서 유일하게 다수 득표를 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이 휩쓴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5개 구청장 가운데 민주당 소속 구청장만이 살아남은 선거구이다.

황정아 “과학기술의 힘으로 유성경제 살찌우겠다”

대전 유성을 선거구는 이재명 당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하다가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난달 8일에 황정아 책임연구원이 민주당에 총선 인재 6호로 영입됐다.

또 지난 17일 이 의원이 국힘 단수공천을 받은 4일 뒤 황정아 책임연구원은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을 제치고 전략공천을 받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기호 1,2번의 대전표를 확정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황 후보는 전남과학고를 나와 KAIST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는데, 지난 1999년에 방영된 드라마 '카이스트'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황 후보는 인공위성 연구 및 개발 과정에 참여했는데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 제작과 누리호 탑재 도요샛 개발을 주도하고, 425 정찰위성 사업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분야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항공기의 우주방사선을 측정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14년간 이어왔으며, 방사선 피폭에 의한 항공 승무원의 첫 산업재해 인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 후보는 지난 2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과학의 힘으로 새로운 유성, 황정아가 함께 만들겠다"면서 “윤석열 정부 심판, 과학기술계 예산 복원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위해 노력한 선배들의 뜻을 잘 이어받아 유성을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전진하겠다"고 천명헸다.

또 “윤석열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14.7%나 삭감해 연구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예산을 복원시키고, 연구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예산 총지출의 5%를 R&D 예산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힘으로 대전과 유성경제를 살찌우겠다”며 “대덕특구에서 개발되는 최첨단 기술 재산권의 일정 부분을 할당해 대전의 뿌리산업과 연계해 산업화 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지역 R&D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략 공천으로 인해 꿈이 꺽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정기현 전 대전시의원, 김찬훈 대전YMCA이사장에 대해서는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며 허 전 시장과 통화했고 깊은 감사와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며 “앞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동의하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들에 대해선 “선거운동 기간에 매일 아침 인사를 하시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운동하셨던 것을 제가 알고 있다”며 “모든 분들의 노력과 지역발전에 이바지해 온 선배님들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민 의원에 대해서는 "5선 의원에 비해 지역 기반이 약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제는 좀 바꿔보자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를 지지하고 있는 과학계와 대덕특구 연구단지, 이외 유성을 지역의 많은 주민들의 지지와 응원, 격려를 받고 있는 만큼 서서히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정아 박사를 전략 공천에 대해 민주당 정기현 예비후보는 "정치 지망생에게 민주당과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도전하기보다 줄서기를 강요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정 예비후보는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검증받고 평가받을 기회를 얻길 원했지만, 당 지도부의 인재영입에 이은 낙하산 공천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현 지도부는 특별한 상황에 한 해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할 전략공천의 수단을 무분별하게 행사함으로써, 후보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빼앗아 소중하고 의미 있는 도전의 기회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분별한 낙하산 공천은 여기서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이번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정당 혁신을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황 후보의 자당 기반 흡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후 대전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 이재희 기자]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후 대전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 이재희 기자]

이상민 “예산 5%를 과학기술예산 기준으로 법제화”

2004년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후 20년간 의정활동을 한 이상민 의원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0전 11기 끝에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을 가진 64세 변호사이다.

민주당을 두 번 탈당한 셈인 이 의원은 낡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유성을 후보 대결은 5선의 노련한 정치인과 정치권에 막 입문한 40대 여성 과학자의 대결 구도로 세대간, 성별간, 법조인 대 과학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대조되는 인물들의 대결 양상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의원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김소연 후보와 대결한 데 이어 또다시 여성후보와 맞붙는 진기록도 가지게 됐다.

유성구가 분구되기 전 3선(17~19대), 갑 을로 나눠진 후 신도심인 유성을에서 재선(20~21대)을 하며 20년 의정홛동을 해온 이 의원으로선 자유선진당을 떠난 지 12년만에 다시 보수정당의 품에 안겨 여섯 번째 도전에 나선다.

이 후보는 ”올해 삭감된 R&D 예산을 완전히 복원하고 오는 5~6월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질 경우 예산 복원에 앞장서겠다“면서 ”특히 당해연도 세출예산의 5%를 과학기술 R&D 예산의 기준으로 삼도록 법제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소 정원과 인건비 총액 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선되면 집권여당의 최다선 중진 의원이 된다"며 "과학기술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한 입법적 뒷받침은 여당 소속인 제가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당의 험지를 굳건하게 지켜온 이 의원의 입당이 인접 지역으로까지 여당 강세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은 철새 정치인에 대한 역풍이 거셀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상민 의원의 입당전까지 유성을 선거구에는 자당 소속 예비후보조차 나서지 않은 만큼 포기했던 지역이기에 이 후보를 공천한 것이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민주당 골수 표는 이탈하겠지만 이 후보가 5선을 지내는 동안 맺은 지지표에 여당표를 더하면 어렵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유성구청장을 두 번 역임하고 대전시장을 지내 가장 부담스러웠던 상대인 허태정 후보를 민주당이 주저앉힘에 따라 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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