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야가 4·13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천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힘·새로운미래 합류’, ‘국민의힘 탈당 후 민주당 입당’,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 합류등 최종 행선지도 다양하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당화 등에 반발해 당적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당으로 옮기는 일이 정치권에서 흔한 일이며, 이런 정치인들을 통상적으로 철새라고 비판한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외연 확장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한동훈 위원장이 김영주 전 민주당  의원의 복당식에서 국민의힘 옷을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위원장이 김영주 전 민주당 의원의 복당식에서 국민의힘 옷을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유종필.최원식.김윤식.이상민.조광환.김영주.조정훈.함운경 여당
이언주.신용한 야당으로...82로 여당행 압도적우세

최근 들어 총선을 앞두고 상대 당으로 옮기는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려고 당을 옮긴 것이니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으로 가는 경우는 민주당 공천 파동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라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상대당에 가도 큰 차이가 없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보수와 진보가 예전만큼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당이 메가시티 등 포퓰리즘 공약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다른 가치의 포용이고, 달리 말하면 거대 양당이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말과 같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이재명 사당화 반발

그렇다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인사는 누가 있을까. 우선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탈당해 지난달 8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08년에도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18대 의원을 지낸 전력이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옷을 입고 대전 유성을에 출마한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며 비판한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반대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25년간 입었던 민주당의 옷을 벗고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우선추천으로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았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을 앞두고 의원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자 모멸감을 느낀다며 탈당을 선언했고, 보름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공천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김 의원의 당적 변경을 두고 지금까지 걸어온 정치적 노선이나 신념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부의장은 저는 민주당에서도 보수가 있고, 국민의힘에서도 진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민주당 영입 인재였던 조정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조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구성한 4·15 총선 비례대표용 범여권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출신이다. 이후 시대전환을 거쳐, 국민의힘에 입당해 서울 마포갑 공천을 받았다. 당시 조 의원은 국민의힘에 합류한 배경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앞으로 가는 정당이 아니라 뒤에 멈춘 정당이라 생각한다”, “‘이재명 민주당을 지키려는 의원들 모습이 대한민국 정치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등을 이유로 민주당과 결별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5·6기 관악구청장을 지내다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로 합류했다. 이후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관악갑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민주당 정권 5년 연장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정권 교체 대열에 합류하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인천 계양갑에 전략공천된 최원식 전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국민의힘에 입당한 케이스다. 최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시험 동기다. 다만 20대 총선 당시 최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두 사람은 멀어졌다. 당시 최 전 의원은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한 똘레랑스, 관용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관용을 허용하지 않는 당내 패권정치에 굴복할 수 없었다며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그는 국민의당에서 당 수석대변인과 국민소통본부장을 맡았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낙선했고,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인천 계양갑에 공천을 받으면서 3가지 당적을 거치게 됐다. 민주당 총선 후보자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시흥을에서 민주당 조정식 의원과 맞붙는다.

또 열린우리당 등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하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장은 마포을에서 정청래 의원과 맞붙는다.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 시장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후 경기 남양주병에 단수공천됐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윤석열 정부 심판

이재명 대표가 이전주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가 이전주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반대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띄우고 있는 민주당도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던 이언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표의 권유로 입당했다. 그의 경력에 대한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수도권 접전지역에 투입, 경기 용인정에서 경선을 치르게 했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도 민주당에 영입됐다. 신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에서 원희룡 후보캠프 상황실장에 이어 윤석열 후보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역임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 출범 한달만에 4월 인수위원에서 하차하고 국민의힘도 탈당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탄핵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개인적으로 너무 부끄러웠다. 반성을 위해 청년들과 함께 탄핵백서를 쓰려고 했지만 당에서 제지당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선택적 정의와 졸속 결정 등이 많아 매우 우려됐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장 민주당 청주 청원에서 송재봉 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민주당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코앞에 두고 표심만 쫓는 이런 행태의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 정치 평론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약과 행태가 비슷하게 몰리는 것은 결국 중도층 표심 때문이라며 정책이나 인물이나 일회성으로 그치면 정당 정치의 폐단만 드러내고 유권자들에게도 더 큰 실망만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컷오프 및 비주류 제3지대 신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영표-설훈 의원과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박영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순, 설훈, 홍영표, 김종민 의원. 2024.03.07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영표-설훈 의원과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박영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순, 설훈, 홍영표, 김종민 의원. 2024.03.07 뉴시스

이런 가운데 여야 정당에 몸담았다가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만든 이들도 적지 않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당운영 방식에 반발해 탈당한 후 신당을 만들었다. 이들 모두 비주류다.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홍영표, 설훈 의원을 비롯해 이석현 전 의원 등이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이준석 신당인 개혁신당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은아 수석대변인,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이원욱 의원, 조응천 의원, 양향자 의원 등이 정당을 옮겼다.

다만 두 신당이 제3지대의 세 확장 구상은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거대 양당의 공천에서 이탈한 현역 의원을 영입하는 이른바 이삭줍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제3지대 합류하기보다는 당에 남거나 독자 세력 규합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경우 새로운미래 입당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을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은 자유통일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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