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 달여 남겨놓은 현재 주요 정당의 지역구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언제나 있어 왔던 공천잡음은 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그 의석수 차이만큼이나 크고 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당화 논란에 이어 사천 논란으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으로 거듭났지만, 이재명 대표의 공천장을 받아 든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이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꺾고 생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천하의 이재명이 우물 속 이재명에 불과 했는지는 이제 한 달 후면 명백하게 밝혀진다.

국민의힘의 공천잡음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현역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것에 기인하지만, 아직은 정권 전반기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낮아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대한 통제력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여당인 관계로 공천탈락자를 달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런 점에서 공천 과정만 본다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게 기선제압을 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한 공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준연동형제라는 해괴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업보로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자매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고,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숙주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선거에 임한다. 더불어민주연합에는 이름처럼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오로지 국회의원 배지를 탐내는 마음만으로 뭉쳤기에 선거에 임하는 절박함은 여느 정당 못지않다.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과 600만 원 추징을 선고받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피선거권에 아무런 위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답게 조국혁신당이라는 떳다 정당을 차렸다. 노림수도 단 하나 비례대표에 올인하여 조국(祖國)의 혁신이 아닌, 본인(曺國)을 혁신(防彈)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만들어 낸 정당이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통합하여 만든 녹색정의당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민주연대)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같은 정당의 이름으로 도전한다. 물론 지역구에서 과다 당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의 선거제도를 악용한 꼼수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2023년 용산 대통령실, 국회, 대법원,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9개 국가기관의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신뢰도 점수 3.06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3.48보다 낮은 점수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각 정당들의 추천으로 선거에 출마하여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정당이 한 번 걸러내고, 국민이 다시 걸러낸 결과가 3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인데, 윤석열 대통령실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이유는 있다. 정당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를 걸러내는 공천 작업이 국민들에게 최선의 동량(棟梁)을 제시하는 작업이 아닌 당대표나 대통령의 방탄(防彈)을 두텁게 하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들 중에 옥석 가리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들이 내놓은 상품(商品) 중에 상품(上品)을 가려내는 작업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든 작업이다. 올해도 국회의 국가기관 신뢰도 최하위는 따논당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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