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KB, 신한, 우리, 하나, NH] 금융, 벌써 3조 원 날렸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부동산 리스크가 또다시 점화되면서 국내 금융사도 좌불안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최근 미국 9개 주요 은행의 실적을 토대로 상업용 부동산 부실에서 자유롭진 못할 거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약 56조4000억원. 손실 규모는 현재 3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공 : 금융감독원]
[제공 : 금융감독원]

문제는 펀드나 채권 등 대체투자가 적지 않아 손실률은 물론 원금 건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감시 강화와 규정 개정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 美 상업용 부동산 침체 여파 심각 수준…원금은 56조 원 규모
- 투자 실패는 그룹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금감원 규제 나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이다.

이는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 3868억 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 245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이 5조 6533억 원, 신한금융이 3조 9990억 원, 농협금융은 2조 3496억 원, 우리금융은 2조 1391억 원 순이다.

- 해외부동산 리스크…'좌불안석' 금융권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 4천446억 원의 원금을 투입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 839억 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 7797억 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 6161억 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 8144억 원(55건), 우리금융이 4305억 원(41건) 등의 순이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 3444억 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 1002억 원이 줄어든 상태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신한금융은(-7.90%), 우리금융(-4.95%) 등이다.

이런 투자 실패는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펀드나 채권 등 대체투자가 적지 않아 손실률은 물론 원금 건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까지 파악된 손실 가능 규모는 2조6000억 원인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선 규모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6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그룹들의 연쇄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 손실 위험이 그룹과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해 전사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해 해외 주요 사업장별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왔다"며 "올해도 해외부동산 투자 사전 심의 기구를 신설하는 등 그룹의 한발 앞선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 노력이 금융업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금감원,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감시 강화

금감원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이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그치는 등 신규 투자는 정체되고 있고 선진국의 재택근무 정착 및 고금리 지속 등에 따라 전 분기 대비 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등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시스]
[뉴시스]

이어 “향후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사업장·투자건별 DB 보완 및 금융회사의 손실 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손실 및 부실(우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하여 신속 보고 체계 운영하고 금융회사·자산별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만기 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응계획을 선제적으로 파악·관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우 금융비용 상승으로 사업장이 부실화될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를 신속히 추진해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선순환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손실 우려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고금리 지속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적정 손실 인식, 손실 흡수능력 확충 등 리스크관리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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