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이재명과 붙잡는 한동훈 
①김건희 리스크 vs 사법리스크 ②공천 논란 ③관건선거 공방 ④의대 증원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TV 토론회 성사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유수의 방송사들이 정치권 최고 달변가 간 대결을 요구하면서다. 다만 양당 대표 간 대결의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 대표가 TV 토론회 참석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이 대표를 거듭 압박하는 중이지만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이에 본지는 두 대표의 대결 성사에 앞서 양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을 짚어봤다. 

李 "韓보다는 尹 먼저"
韓 "김어준 와도 상관없어"  
 

양당 대표 간 대결의 불씨를 지핀 쪽은 방송사들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언론 공지를 통해 "KBS, TV조선, 채널A, MBC로부터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1대1 토론' 요청이 있었고 한 위원장은 1대1 생방송 토론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각 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송사들은 3월 중순 생방송 1대 1 토론을 제안했고, 한 위원장은 "언제든 하겠다. 민주당 일정에 맞춰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대표는 며칠 동안 TV 토론회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이 대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도 원래 토론 잘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도 자평해 왔다.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KBS뿐 아니라 SBS, 채널A, TV조선 등 대부분 언론사에서 (TV토론을) 요청받고 수락했다. 게다가 MBC조차 요청하고 있지 않나"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의 TV 토론회 제안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취임하고 제가 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국정을 놓고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는 역사적 기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요청한 것처럼 난국을 해결하고 경제 파탄, 민생 파탄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난색을 표하자 한 위원장은 거듭 압박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사에서, 누구를 사회로 내세워도 상관없다. 김어준이 사회봐도 상관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사가 원하지 않나. 그걸 안 하겠다는 얘기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이 먼저'라는 이유를 들자 "며칠 동안 토론(요청)을 회피하다 생각해낸 게 겨우 이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거부하는 명분이 너무 구차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 대표가) 왜 이렇게 토론에서 도망하려 하겠나. 일대일 토론하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법카, 당신이 쓴 거 맞냐. 대장동 비리는 어떻게 된 거냐. 성남FC 뇌물, 당신이 알았나. 대북송금, 당신이 알았냐 등등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충북 청주 청원구의 보이드맨션에서 '육아맘'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토론은 묵비권이 주어지지 않지만 저는 드리겠다. 거짓말을 할 상황에서 묵비권을 행사해도 좋다"며 "거짓말만 안 하면 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같은 분을 데리고 나와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당 대표 간 토론회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정치권에서는 토론회 제안 붐이 불기도 했다. 한 위원장에게 언급된 정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나는 김건희 여사와 1대1일 토론을 제안한다. 한 위원장이 사회자 해도 상관없다. 저와 김 여사가 1대1 토론을 하게 되면 김 여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도 출마하지 못한 사람이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만만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대표도 대선주자까지 지낸 분이기 때문에 정작 토론해 보면 그렇게 일방적인 상황은 안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지금 토론하면 아마 공천 과정 중이기 때문에 공격할 요소가 많아서 안 받을 걸 알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대표에게 TV 토론회에 참석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전 수석은 지난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 같으면 받는다"며 "윤석열 정부가 자기를 왜 핍박하는지, 왜 이게 부당하고 억울한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충분히 이 대표가 승산이 있는 그림(이라고 본다)"며 "다만 우려하는 것은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심판인데 이재명 대 한동훈의 구도가 만들어지는 게 부담스럽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한동훈 TV 토론회 예상 쟁점은?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지적한 대로 현시점에서 양당 대표 간 TV 토론회의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TV 토론회의 필요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대권주자급 스타 정치인들의 대결은 22대 총선 전체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나아가 각 정당이 최고위에서 서로를 향한 비난을 주고받는 '핑퐁 게임'에서 벗어나 쟁점 현안에 대한 양당 대표의 입장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다. 이에 본지는 양당 대표 간 TV 토론회 성사시 펼쳐질 쟁점 현안들을 정리했다. 

①김건희 리스크 vs 사법리스크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양 진영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대표는 현재 3개의 재판(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이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도지사 비서를 체포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의혹에 대한 진실을 이 대표가 직접 답해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12월경 '김 여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친 뒤 폐기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김 여사 특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재발의 법안은 도이치모터스 의혹뿐만 아니라 허위 경력, 공관 리모델링 공사 특혜,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양평 고속도로 특혜, 명품 가방 수수 등의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만약 양 진영의 리스크가 총선을 앞둔 TV토론회에서 언급될 경우 다시금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양당 대표가 해당 논란에만 몰두할 경우 네거티브 선거라는 점이 부각돼 투표율 자체가 하락할 수도 있다. 

②與·野 공천 논란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홍영표, 설훈, 박영순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공천이다. 공천 잡음은 곧 총선의 향방으로 이어진다. 지난 2016년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도 '친박(친박근혜) 공천' 논란이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이어져 20대 총선을 패배했다. 이렇다 보니 TV 토론회에서 두 대표가 각 당의 공천 논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현역불패·돌려막기 공천을 공격할 수 있고,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 공천'을 지적할 수 있다. 정치권은 양당의 공천 잡음은 결국 김 여사 리스크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하는 만큼, 정권심판론과 이재명 심판론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최근 논란이 불거진 민주당의 '권향엽 사천 논란', 친박계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 추천한 국민의힘의 '탄핵의 강' 논란이 화두에 오를 수 있다.

③관권선거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도시, 세계로 뻗어가는 인천'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GTX 노선도를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도 화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총선용 공약을 남발해 선거에 개입을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현재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18회차를 맞았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부터 집권여당, 언론까지 협잡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가 하면 국가권력을 이용해 불법 선거 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며 "3·15 부정선거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간담회를 명목으로 사실상 공약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800조~900조원에 이르는 허무맹랑한 예산이 투입되는 약속이다. 과연 그 약속을 지키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 위원장도 이날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 "2020년을 생각해보라. 코로나 앞두고 돈 살포했던 거 기억 안 나나. 그게 정치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난 7일 "야당에서 최고위원회의 등을 기회로 대통령에게 민생을 챙겨달라는 말을 엄청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지금 열심히 민생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④의대 정원 확대 

[뉴시스]

국민적 관심사인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도 화두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2000명 증원은 최소 규모라는 점을 강조하며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선 전공의 등의 집단행동을 불법을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500명 선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반응을 유도한 후, 이를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뒤 이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파업 종식을 위해 4자 협의체(여·야·정·의료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2000명 증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의료계를 자극했다"며 "의료계에서는 500명 정도 정원 증원에는 합의할 의사가 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현실적으로 내놓고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이 의료대란을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4자 협의체 구성 제안과 관련 "스스로 자신들이 주장한 정치쇼의 주인공이 되어 보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눈에는 지금의 상황이 해결사를 자처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한몫 챙길 매력적인 기회로 보일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의료 개혁은 누군가에게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위해 준비된 무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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