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형량 100년 가능한 미국서 재판받아야”... 대국민 분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3월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3월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몬테네그로 법원이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결정을 내렸다. 앞서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 5일 권 대표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던 판결을 뒤집고 재심리를 명령한 바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경찰은 권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협조 요청한 상태다. 

- 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미국 인도' 뒤집고 한국 송환 결정
- 오는 3월 23일 이후 한국 송환 가능성... 외신들도 '깜짝'

권 대표의 한국 송환 소식을 접한 일부 피해자들은 “최고 형량이 100년까지 가능한 미국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8일 오전 테라·루나 코인 공식 피해자 카페 회원들은 성명을 내고 “한국으로 오면 국민적인 정서에 따라 엄중 처벌된다고는 하지만 가상화폐 사기 범죄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아 1심 선고로 중형이 내려지더라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대폭 감형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출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현재 ‘테라·루나코인 폭락 사태’로 인한 피해자가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만큼 미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게 맞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권도형 한국행 소식에 분노한 피해자들

본지와 대화를 나눈 피해자들도 권도형 씨가 한국에서 재판받게 될 경우 재판은 길어지고 형량은 낮아질 우려가 있기에 미국에서 재판받길 원하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코인사기 범죄에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가량이다. 하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따져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피해자들은 "한국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미국에서 재판받는 것이 국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어려워지더라도 미국에서 평생 죗값을 받도록 하는 것이 투자 피해자의 찢어진 가슴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인다.

앞서 지난 7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빨랐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밝혔다.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 대표측의 항소를 수용해, 미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했다고 밝혀졌다. 항소법원의 판단을 하급심인 고등법원으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결과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권 대표의 인도국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에 불복한 끝에 한국 송환 결정을 만들어 냈기에 재항소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한국 송환 결정으로 권 대표의 인도에 관한 사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권 대표가 실제로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가상화폐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루나코인은 한국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특정 통화나 상품에 고정시킨 가상화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루나코인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자매코인인 테라(UST)코인을 알아야 한다. 테라코인 또한 스테이블 코인, 즉 안정적인 암호화폐라는 의미로서 코인의 가격이 급변하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자체는 특성상 가격의 증감 폭이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자산과 연동돼 가치 보존된다는 특징을 지녀 암호화폐가 가진 큰 단점인 가격 변동성을 어느 정도 해소한 암호화폐 모델로 알려졌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 내에서의 기축통화로 여겨지고 있다.

테라·루나 코인은 테라코인이 담보로 루나코인으로 잡았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테라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이 루나코인이라는 것이다. 테라 자체적으로 코인을 찍어낼 수 있다고 해석이 된다. 테라폼랩스 측에서는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알아서 조절한다고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알고리즘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선 많은 투자자들이 차익거래에 참여해야 한다는 모순점을 지녔다. 테라폼랩스는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테라코인을 사서 암호화폐지갑에만 예치해 두면 연이자 20%를 지급하는 파격적이면서 무모한 혜택을 준 것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입소문을 타며 투자 규모는 커지면서 시가총액 순위 7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몸집이 커진 테라·루나 코인에 대해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익비즈니스 모델이냐”,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이해가 안된다”, “폰지사지 아니냐”등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이러한 돌려막기식 이자 지급으로 그동안에 곪았던 고름들이 터져 나왔다.

의혹들로 인해 성장세는 주춤했고 테라 관련 루머들도 돌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폭락이 시작됐다. 패닉셀로 인해 테라코인의 알고리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터져버린 테라·루나 코인 사태로 결국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이라는 거 자체가 이제 시작 단계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투자자나 관련 업계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보니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대한민국 가상화폐 시장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테라·루나 사태 때문에 디지털 금융 산업 자체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라며“ 이 사태를 계기로 산업을 어떻게 정제시키고 발전시킬 것 인지를 고민해야지 산업 자체를 제약하고 없애자는 방향성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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