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공영운·한정민 '실무' 능력 강조
이준석은 정치 '관록'에 초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2대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다. 지난해 100만 인구를 돌파한 화성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젊은 도시다. 이렇다 보니 일찍이 많은 정치인들이 눈독 들여온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이 대표도 13년간 지켜온 자신의 정치적 고향 노원을 떠나 화성을에 배수의 진을 쳤다. 승리한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지만 패배한다면 세간의 부정적 평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화성시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찬 도시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도시이자, 주민 평균 연령 38.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더군다나 화성을의 기반인 동탄2신도시는 화성시의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성장형 도시'로 유명하다. 이에 각 정당은 화성을의 정치적 가치에 걸맞는 후보들로 대진표를 꾸렸다. 

우선 여·야는 화성을의 도시적 특색에 맞게끔 대기업 출신 인재들을 배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재영입 9호인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을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영입인재인 한정민 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연구원을 투입했다. 이렇다 보니 화성을은 공 전 사장과 한 연구원 그리고 이 대표의 물고 물리는 3자구도가 형성됐다. 

여·야 후보들은 대기업 경력을 살린 실무 능력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세 후보 간 차이점은 그들의 출마 선언 자리에서 잘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경기 동탄호수공원 앞에서 화성을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동탄의 스피커'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권의 한 복판에서 화성과 동탄의 이야기가 치열하게 다루어진 적이 있나"며 "동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서 누군가가 동탄을 외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아파트가 올라가고, 급격히 인구가 늘어났지만 아직 기반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동탄을 위해, 이준석이 고민하고 외치겠다"며 ▲동탄 교육특화지구 특별법 제정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시범사업 도입 ▲동탄역 근방 지선 교통망 구축 등을 공약했다. 

(왼쪽부터) 한정민 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연구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한정민 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연구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84년생의 한 전 연구원은 삼성전자 출신의 젊은 직장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전 연구원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화성을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패권국가, 교육수도 동탄을 위해 제 청춘과 경험을 함께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의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 추진 ▲반도체 산업 규제 완화 ▲국가첨단전략산업 유출 방지 전담기구 설립 및 산업스파이 처벌 강화 등 '반도체 산업 육성 패키지 정책'을 내세웠다. 

이어서 한 전 연구원은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 추진 등을 골자로 한 교육 공약과 ▲동탄~부발선 추진 등의 교통 공약도 약속했다. 나아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소주 한 잔 기울이던 평범한 직장인이 이제 이직을 하고자 한다”고 말한 한 전 연구원은 포괄임금제 개혁을 공약하기도 했다.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뉴시스]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뉴시스]

공 전 사장은 현대차 사장 출신이라는 경력을 살려 융합 산업에 방점을 뒀다. 공 전 사장은 지난 6일 동탄호수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을 반도체와 자동차가 손잡는 혁신산업 융합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는 반도체 벨트를 얘기하는데 반도체만 갖고는 안된다. 자동차도 혼자서는 안된다"며 "반도체와 자동차를 한 데 묶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 사장 시절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이 문제를 합의한 바 있고, 실제 지금 통 큰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저성장 고통의 늪에서 한국을 구해낼 답이 이곳 화성에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 전 사장은 ▲동탄~부발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추진 등 교통 공약과 ▲중·고등학교 신설 등 교육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野 텃밭 화성을, 다자구도로 변수 생길까?

(왼쪽부터)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화성을은 야권의 텃밭으로 알려진 곳이다. 화성을이 신설된 지난 18대 총선부터 21대 총선에 걸친 4번의 선거에서 민주당계 정당은 3번의 승리를 기록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화성을의 현역인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임명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상대로 30%에 가까운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도 지난 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며 "제가 치렀던 노원병 선거보다 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우선 화성을은 국회의 선거구 획정 결과 현역의원이 없는 신설 선거구로 변했다. 동탄 1·2신도시가 기반이 된 기존 화성을 지역구는 인구수 증가로 인해 화성 을·정으로 분리됐다. 그 결과 화성을은 동탄 2신도시, 화성정은 동탄 1신도시가 기반이 된 지역구로 나뉘었다. 이와 관련 기존 화성을 지역구의 현역인 이 의원이 화성정으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현행 화성을은 무주공산이 된 상황이다. 

나아가 이 의원이 개혁신당으로 이적한 점도 변수다. 이 대표는 동탄에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만큼, 화성을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한 이 의원과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개혁신당은 경기 용인갑에 출마하는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화성 을·정에 출마하는 이 대표, 이 의원이 함께 '반도체 벨트'를 구성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와 이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탄과 반월지역이 수도권 반도체 벨트 경제권의 자족형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조성에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며 수도권 남부 철도망의 핵심축을 동탄과 반월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의 공천 방침에 따라 화성을은 야권 후보들의 연쇄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2년 전부터 동탄 2신도시 출마를 준비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공 전 사장이 화성을에 전략공천되자 화성정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이와 관련 전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요청에 따라 선당후사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화성정은 진석범 민주당 예비후보, 조대현 민주당 예비후보 그리고 전 의원 간 3자 경선이 진행 중이다.

화성정도 화성을과 마찬가지로 다자구도가 형성될 예정이다. 개혁신당의 이 의원과 민주당의 경선 승자의 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국민의힘도 후보를 물색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서울 강남병에서 컷오프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을 화성정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유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강남병에 영입인재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전략공천하자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시스템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부정하는 분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