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31일 로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이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며 “핵무력을 동원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기구들을 정리•개편하라” 지시했다. 새 해 들어 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며 북한 “헌법에 있는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이라는 표현도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이 통일전선 전술로 삼았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삭제키로 한 것이다. 김이 선대들의 통일 3대 헌장을 페기하고 공개적으로 핵무력 통일을 공언한 속내는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김의 속내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에 의한 핵무력 증강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막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데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에 흡수통일 되면 여성들은 남한의 식모로 전락되고 남성들은 머슴으로 학대받게 된다며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자아냈다. 김은 북한 주민들의 흡수통일 불안 심리에 편승, 핵 개발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막고 남한 평정을 가능케 했다고 세뇌시키고자 한다.

둘째 김은 핵•미사일 개발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남한을 적화하려던 초기 목표가 꺾이자 직접 핵무력을 통한 적화통일을 들고 나서게 되었다. 김은 김일성 때부터 북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러한 김의 기도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대신 북핵의 전면 폐기를 주장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김은 북한 주민들이 크게 실망하자 직접 핵공격에 의한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지 않아도 핵으로 적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표출이었다.

셋째 김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다. 김이 남북한을 동족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건 남을 겨냥한 핵•미사일이 동족을 노린 것이 아니라 교전국 파괴를 위한 것이라고 뒤틀기 위해서였다. 자기의 핵•미사일 개발이 동족 아닌 “불변의 주적”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고 꾸미기 위해 선대들의 통일 3대 헌장 조차 헌신짝처럼 내던지게 되었다.

넷째 김은 핵•미사일 개발이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희생과 굶주림으로 이뤄졌음을 잘 안다. 그래서 2017년 7월에도 핵•미사일 개발이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성취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9년 3월 김일성이 1962년 장담했던 것처럼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할 것이라며 경제발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3년 북한의 아사자는 예년의 3배로 늘 정도로 경제는 망가졌다. 그러자 김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좌절을 달래기 위해 핵•미사일 개발이 남한을 평정해 남의 기름진 풍요를 접수할 거라고 북한 주민들을 의식화하고자 한다.

  다섯째 김은 남한을 동족 아닌 교전국으로 단정하고 북한을 그에 맞서는 국가로 떼어냄으로써 남한으로부터 인권간섭 등을 막고 자기의 독재 권력기반을 더욱더 굳히고자 한다. 마치 동서로 분리되었던 동서독 시절 공산 독재국 동독이 서독과는 개별 국가로 주장하며 서독 간섭 없이 독재체제를 지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의 민족대단결 삭제와 남조선 평정 선언은 무리한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자기 권력기반을 닦으려는 궁여지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예측불허의 독재자라는 데서 예기치 못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한 군사적 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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