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올렸지만 주가 하락세
“직구 플랫폼 영향 제한적” vs “악영향 불가피”

네이버 제2사옥 1784. [뉴시스]
네이버 제2사옥 1784. [뉴시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네이버 주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플랫폼과의 경쟁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네이버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향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직구 플랫폼의 급부상에 따른 우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증권사는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네이버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기존 31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네이버의 상반기 주가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중국 이커머스 고성장에 따른 커머스 부진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라이브커머스 고성장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중국 이커머스 고성장에 따른 커머스 부진이 우려된다”며 “국내 주요 커머스 플랫폼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중국 이커머스 규모는 3조3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6년에는 19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최근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 ‘K-베뉴(venue)’를 열고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임 연구원은 “중국에서 상품을 가져와 높은 수수료를 받고 팔고 있던 오픈마켓 사업자의 상당수가 빠르게 대체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네이버, 쿠팡에서 동일하게 팔리고 있는 상품 대다수는 국내 플랫폼이 3~4배가량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국내 플랫폼에 입점해 있던 브랜드 입장에선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직구 플랫폼에 추가 입점할 유인이 차고 넘친다”며 “수수료를 급히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 플랫폼이 브랜드들의 중국 플랫폼 입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점유율 한 자릿수 불과…전략 변화는 변수”

반면 중국 직구 플랫폼의 성장이 당장 주가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며 네이버 목표주가 27만 원을 유지했다.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당분간 커질 수는 있겠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 초반에 불과해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에 따라 네이버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네이버의 이익개선 및 밸류에이션 매력에 주목할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아직까지 해외 직구 시장은 크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 직구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1% 사이를 유지해왔다”며 “중국 직구가 빠르게 성장한 지난해에도 이 비중은 2.8~3.2%로 과거 7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제품이 엄청난 저가이기는 하지만 품질 및 신뢰도 등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직구의 성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도 중국 플랫폼의 위협은 과도한 우려라고 진단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반영하는 우려와 달리 광고와 커머스 모두 높은 경쟁 강도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올해 커머스와 광고 부문의 매출은 각각 8%, 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최근 테무도 네이버 플랫폼에서 광고 집행을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변수는 중국 플랫폼의 오픈마켓 사업 진출이다. 중국 플랫폼들이 상품 카테고리를 늘려 직구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경쟁 강도는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서 물류 인프라 투자 및 B2B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윤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7% 수준인 중국 직구 거래액 성장보다는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함으로써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